0) 더 유니온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입사는 신중히
더 유니온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시작하기에 앞서, 더 유니온에 입사하기를 선택한 여러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인류를 향한 사랑. 소중한 사람을 되찾고야 말겠다는 희망. 세계의 발전을 위한 열망. 이유는 모두 다를 수 있어도 여러분은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이들임을 인지하며, 더 유니온은 여러분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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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유니온은 1972년, 두번째 이상 현상인 [매지컬 워터파크] - 2016년 6월 9일 모든 실종자의 구출 및 사망 확인을 마치고 종결됨 - 가 발견되었을 때 기존에 존재하던 실종자 구출 팀을 보강하여 더욱 빠른 구출과 정확한 연구를 할 수 있게 설립된 단체입니다. 그 이후로, 더 유니온은 세계 곳곳에서 생겨나는 온갖 이상현상을 탐험하고 조사하며, 여왕의 눈물에 휘말려 실종된 수많은 민간인의 구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무려 약 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단체이기는 하나, 저희는 아직까지도 저희가 정확히 무엇을 싸우고 있는 것인지 알지 못합니다. 그들은 능력과 사고방식은 항상 저희의 예상을 뛰어넘습니다. 그들의 세상은 상식 밖의 수준으로 거대하고 복잡하며, 역겨울 만큼 참혹합니다. 더 유니온은 그저 저희가 사랑하는 이 세계가, 완전히 무너지지 않기를 끝없이 바라며 열심히 발버둥을 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사를 선택하신 여러분은 이제 저희 더 유니온 본사의 일원으로서, 때로는 목숨을 걸고, 때로는 행복했던 기억을 잊고, 때로는 죽음 이후의 삶까지 바치며 세상을 구하기 위한 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그 여정을, 더 유니온과 여러분의 동료들은 끝까지 항상 함께할 것임을 기억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번 더 유니온에 입사해주심에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항상 행운이 여러분의 여정과 함께하기를 바라겠습니다.
- 2042. 07. 08, 로제 드림 -
* 매뉴얼에서 낙서나 오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정보가 보인다면 더 유니온 본사 603번 방에 있는 통신팀 리더 로제에게 찾아오시거나, 부재중일 경우 이메일로 연락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전화를 통한 연락은 받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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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회사에서 잘린지 얼마 되지 않아 스카우트 된 이곳은, 생각보다 정말 괜찮은 것만 같았다. 예상했던 것 보다도 훨씬 높은 페이와 미션마다 붙는 성과금은 물론이고 숙식까지 챙겨준다니. 나라, 아니, 세계 차원에서 관리하는 대기업이라 체계가 잘 잡혀있는 것도 좋다. 물론 미션이 위험하기야 하겠지만, 요즘 세상에 위험하지 않은 곳이 어디 있다고. 오히려 잘 관리된 곳에서 미션을 나가는게 더 안전할지도 모르겠다.
“이상하다. 그 인간들이 나를 추천해줬을리가 없는데, 더 유니온은 어떻게 나를 알고 스카우트했지?”
문득 드는 의심에 눈을 느리게 한 번 깜빡인 나는, 매뉴얼을 마저 읽는 것도 잊고 허공을 멍하니 응시하기 시작했다.
아니, 애초에, 스카우트가 맞는건가? 오히려 협박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지 않나.
끈질기게 내게 연락을 시도했던 문자 메세지들이 생각났다. 감옥에 갈지 더 유니온에 입사할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는, 상황에 전혀 맞지 않게 유쾌하던 그 여자의 목소리가 아직도 머리에 생생했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길 반복하던 그때, 두 쌍의 발소리와 함께 방문이 끼익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이게 누구람? 신입?”
“처음 보는 얼굴인데. 외부인 아니야?”
색바랜 초록색 재을 입고 있는 남자 한 명과 연보라색 니트를 셔츠 위로 덮어 입은 여자 한 명이 방으로 들어왔다. 초록색은 미션복일 테고, 저 니트는 통신팀의 유니폼이겠구나.
입을 쩍 벌리고 하품을 크게 한 여자는 나를 슬쩍 바라봤다.
“저기요, 외부인은 이곳에 들어오면 안돼요. 그리고…” 내 손에 매뉴얼이 들려있는 것을 확인한 그는, 곤란하다는듯이 한숨을 푹 쉬고는 한 손을 내밀었다. 매뉴얼을 넘겨달라고 요청하는듯한 모양새였다. “그 매뉴얼, 1급 기밀이라서요.”
“아… 외부인…은 아니고, 오늘 처음 합류하게 된 신입인데요.”
내 말에 여자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여자가 전화를 거는 동안, 그와 함께 들어온 남자가 웃으며 말을 건넸다. 친절한 듯 미소를 짓고 있었으나 두 눈에는 의심이 가득했다.
“정말 신입이라고요?”
“네. 한시간쯤 전에 총책임자님 만나서 계약서에 사인하고 왔어요.”
“총책임자님? 아…” 내 말에 그는 한참을 고민하다 킥킥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페넬로페? 아니, 누가 페넬로페를 총책임자님이라고 불러요. 오글거리게.”
“이곳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전에 있던 회사에서는 상하관계나 호칭 등에 굉장히 민감했어서요.”
남자는 질색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으… 싫다… 왜 그런 곳에서 일을 했어요?”
어쩌다 보니까요. 라고 대답하려 내가 입을 연 그 때, 여자가 전화를 끊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신입이 맞으시네요. 방금 페넬로페랑 전화해서 확인 했어요.” 여자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더 이상 지원자는 받지 않기로 합의를 봤었어서, 새로 들어온 대원이라는 사실을 믿지 못했었거든요. 이해해 줘요.”
나는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왜 더 이상 지원자는 받지 않겠다고 합의를 봤으면서도 나를 협박까지 하면서 스카우트했는지는 정말 모르겠지만, 일단 더 유니온에 들어온 이상 그런 건 더이상 상관이 없었다.
“그럼 뭐, 환영해요.” 어색해진 분위기를 무마하려는 시도인지 남자가 입을 쭉 찢어 웃으며 말했다. “서로 자기소개라도 할까요? 미션팀의 가브리엘이라고 해요.”
“저는 통신팀의 유키라고 해요.”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 비웃는 듯한 느낌이 컸던 가브리엘의 웃음과는 달리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의 미소였다. “더 유니온에 오신 걸 환영해요.”
“네 감사합니다. 저는 에블린이라고 해요. 미션팀 소속으로 활동하게 될 것 같아요.”
나까지 자기소개를 하고 나니, 다시 한 번 방 안에 어색한 기운이 맴돌았다.
“아, 에블린 씨, 저희가 여기 찾아온 이유를 설명드리지 못했네요.” 유키가 어색해진 분위기를 깨고 말을 걸어왔다. “이제 퇴근할 시간이거든요. 자세한 이유는 나중에 알게 되시겠지만, 9시 이후에는 회사에 남아있지 않는게 좋아서 말이에요.
“문틈으로 새어나오는 불빛이 보이길래, 또 어떤 멍청이가 주의사항을 잊고 회사에 남아있나, 싶어서 와봤는데, 신입이었다니.” 남자가 킥킥 웃으며 덧붙였다.
“명심할게요.”
유키는 내 말을 듣고 안심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신입이라서 아직 기숙사가 어디 있는지 모르실 텐데, 모셔다 드릴까요?” 유키가 다시 방긋 웃으며 물었다. “저도 마침 기숙사로 바로 돌아갈 생각이였으니까요.”
나는 제안에 응한 뒤, 유키를 따라 기숙사에 도착했다. 감사 인사를 하고 헤어진 이후, 내 이름이 적힌 명패가 걸려 있는 문 앞에 섰다. 어지간한 부자가 아닌 이상 하룻밤 잘 곳도 찾기 힘든 요즘 세상에 1인실을 갓 들어온 신입에게 턱턱 내어주다니. 역시 더 유니온이였다.
“흠…”
멍하니 명패를 바라보다 퍼뜩 정신을 차린 나는 문 손잡이를 잡았다. 오늘은 너무 피곤하니까 그냥 자고… 다 읽지 못한 매뉴얼은 내일 읽어봐야겠지? 까먹지 말자, 내일의 나.
끼이익 소리와 함께 방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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