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그의 영향성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의 착오. 또는 시스템 오동작의 원인이 되는 프로그램의 잘못.
폭죽이 하늘을 뒤덮던 시절과, 사람들의 환호성이 잦아들기 전부터, 세계의 영웅이 된 어린 소년은 자신이 영웅이 된 이유를 시뮬레이션 속 버그가 현실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컴퓨터 속의 데이터라는 것만 제외한다면, 나머지는 모두 현실과 동일한 세계였기에, 원랜 사람들 뒤에서 보호받아야 할 소시민이었던 자신이 말도 안되는 체력과 힘을 얻고 그들을 만나게 해주었던 한 버그가, 그것이 현실에도 영향을 준 것이라고 생각했다.
원래 이 버그는 3명이 알고있었다. 다만 한 명은 인류를 위해 별이 되려다 잊혀져 빛무리가 되었고, 다른 한 명은 인류를 위해 끝을 꿈꾸다 끝내 인류에 의해 잊혀져 그림자가 되었다. 그리고 이 또한 버그의 영향인지는 미지수이나 오직 소년만이 그들의 존재와 그들의 정의를 기억했다. 그들의 원하던 공통의 평화를 홀로 맞이한 기분은 대부분의 후련함과 약간의 공허였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후련함은 침착으로 바뀜에도 공허의 존재는 더욱 뚜렸해져 갔다고 느꼈다. 어쩌면 버그가 만들어낸 결과값은 외로움이 아닐까 하고 소년은 추측하곤 했다. 소년은 그런 공허가 자신의 가슴 한 켠을 시리게 만들때마다 그들이 남긴, 어쩌면 유일한 유품인 USB를 바라보며 그 속에 다시 움직이기를 기다리는 버그를 떠올리며 옛 기억으로 젖어들었다.
자신의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그들 곁에서 머물던 기억을 되짚어본 바로는 그 버그때문에 꽤나 고생했었다. 엄청난 숫자로 불어나는 감염자들이 쫓아오는 난리통에 3일 밤낮을 새고도 고치치 못해 결국 내버려뒀지만.. 결과적으론 그 덕분에 세계를 지키게 됬다고 십 년 하고도 일곱 해를 지낸 영웅은 생각했다.
"참 신기해~ 4@4@17;님. 시뮬레이션의 버그가 현실에도 영향을 줄 수가 있나?"
"어떻게 아냐 내가, 이런 버그는 처음 보는데, 고칠 수도, 없앨 수도 없는 버그는."
그들은 항상 모니터와 소년을 번갈아 보며 의아해하곤 했다. 하지만 그뿐, 더 이상 이곳엔 그런 시뮬레이션과 현실의 관계성,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던 버그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영웅은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영웅으로 살아간지 2년이 된 소년, 아니.. 코마는 생각했다. 미지의 버그가 만들어낸 구멍은 그들과 자신을 만나게 만들었고, 그 버그가 일어나는 조건은 나. 코마와 현실과 동일한 시뮬레이션이다. 이 버그는 그들과 나를 만나게 하는 커다란 굴을 만들었고, 이제껏 그들의 수많은 시뮬레이션에서 그것이 증명되었다. 그러니..
—만약 내가 시뮬레이션을 만들어낸다면?
내가 만든 현실과 동일한 시뮬레이션에서 그 버그를 심는다면, 그 버그는 그들과 나를 만나게 할 것이다. 그럼 그 버그는 현실에도 영향을 줄테고. 하지만 현실에는 그들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함수. 하지만 만약 그 버그가 반드시 실현되여야 하는 버그라면? 그리고 그것이 반드시 현실에도 영향을 주게되는 버그라면?
—이것은 그저 하나의 버그, 하지만 무수한 경우의 수를 담은 하나의 우주.
소년은 그 우주에 모든걸 걸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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