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해적 파르페

눈꽃축제

합법해적 파르페 파르아이파르

꽃이 떨어지고 낙엽이 지는 계절에는 눈꽃이 핀다. 그러니까, 이건 아이스가 한 말이었다. 아이스는 창가에 꽃병이나 화분 따위를 잔뜩 올려놓고도 눈꽃의 자리를 비워두는 애였다. 모자와 목도리, 장갑으로 온몸을 휘감고도 추위를 맞으면 볼이 붉어지는 아이. 매번 몸을 오들오들 떨면서도 예쁜 풍경을 보러 다니길 좋아했다. 종종 이상한 눈사람을 만들어서 창가에 두고는 했는데, 하루가 지나면 더 우스운 모습으로 변해있고는 했다. 범인은 파르페였다. 두 사람은 그런 장난을 즐겼다.

손에서 사르르 녹아내려 떨어지는 물방울. 투명한 액체는 다시금 바닥에 닿아 결정이 되었다. 아이스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눈밭을 뛰어다녔다. 꽃밭을 날아다니는 나비처럼. 정말 눈꽃도 꽃이라면 너는 그 속에서 피어나는 꽃이겠지.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꽃. 아이스는 파르페의 손을 맞잡고 말했다. 눈도 좋지만, 그 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네가 제일 좋아. 파르페는 하얀 눈 사이에 있으면 가장 눈에 띄거든. 햇살과 같이 웃으며 이야기하는 아이스, 그는 너무 눈부셨다. 바라보기 힘들 정도로.

어느 겨울 축제의 밤. 뜨겁게 타오르는 불꽃축제 아래에서. 아이스는 불꽃축제로부터 조금 떨어진 어느 전망대로 파르페를 이끌었다. 붉은색, 푸른색, 노란색. 형형색색으로 터지는 불꽃을 바라보던 아이스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단순히 불꽃이 터질 뿐인데, 너무 아름답지 않아? 재료만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아아! 세상은 참 신비로워.”

“그러게. 신기하네.”

 

내년에도 파르페랑 같이 불꽃축제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아이스는 난간 앞에서 턱을 괴고 중얼거렸다. 은은한 미소와 함께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 파르페 역시도 긍정을 표했다. 내년에도 같이 오자, 라는 말은 할 수 없었지만 마음만은 전해지길 바랐다. 언제까지고 함께하자는 작은 약속. 부러 새끼손가락을 걸지 않아도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맹세였다.

 

“이렇게 추운 밤에,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펑, 펑. 터지는 불꽃을 담은 푸른 눈. 보석과 같이 빛나는 두 눈동자가 온전히 파르페를 향했다. 불꽃보다 더욱 아름답게 반짝이는 아이스의 모습을.

아이스는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파르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런 건 아무렴 상관없었다. 오색을 전부 제 안에 담은 아이. 흰 눈 사이에서 가장 예쁜 이가 시야에 가득했다. 아이스는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아이스는 터지는 불꽃에 제 마음을 묻으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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