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glyhood

개판을 또...

어글리후드 네임드 4인 Non-CP

2020.07.25 포스타입 연성 백업

제니퍼 생일 기념 조각글


  이른 아침부터 가장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피콕이었다. 제니퍼의 생일을 준비한다는 명목. 네 사람은 제니퍼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몰래 움직이기로 약속하였으나, 이대로라면 제니퍼뿐만 아니라 폐공장 지대 주변의 모두가 피콕의 움직임을 눈치 챌 지경이었다. 벤자민은 이미 포기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피콕이 하는 양을 지켜보았다. 다행인 건, 어찌됐든 아직 제니퍼는 이를 모르는 눈치였다.

 

  “여기에다가 엄청나게 큰 화환을 놓는 거야!”

  “아니, 그건 좀…….”

 

  그럼 이 방 전체를 꽃으로 채우는 건?

  아니, 그것도 좀…….

  생일이 머지 않은 사람은 제니퍼였으나, 그보다 더 들뜬 사람은 피콕이었다. 피콕은 방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원대한 계획을 세웠으나, 대부분은 현실성과 비용 문제로 실행에 옮길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피콕과 크리스, 로비가 방 앞에 서 이것저것 의논을 하고 있을 때, 아지트 앞에 서 있던 벤자민이 그들 쪽으로 다가왔다.

 

  “제니퍼 님이 오고 계셔.”

  “그럼 얼른 정리해야지! 자, 다 치우자!”

  “근데 이런다고 제니퍼님이 모르실까…….”

 

  아무튼 아직 별다른 반응은 안 보이시니 다행이지만…….

  벤자민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피콕은 생일 이벤트를 준비하기 시작할 때만큼 의욕 넘치게 널브러져 있던 폭죽이나 풍선 따위를 쓸어 담았다. 네임드 멤버들이 준비한 물건들은 모두의 방 서랍에 차곡차곡 쌓였다.

  우연의 일치인지, 제니퍼는 최근에 외출을 하기 시작했다. 최근 주변의 동태가 수상해 살펴보고 와야겠다고 하였다. 다른 멤버들은 문제가 있다면 함께 해결하자고 하였지만, 제니퍼는 별일 아니라며 홀로 아지트를 나섰다. 피콕은 그 일로 자신이 제니퍼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 것 같다며 한참을 시무룩해했다. 제니퍼가 떠난 뒤, 벤자민이 제니퍼의 움직임을 살폈지만 제니퍼는 금세 시선이 닿지 않는 먼 곳으로 사라졌다고 했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어 보면 이건 기회일 수도 있었다. 우선, 그들은 제니퍼의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네임드 멤버들은 그 시간 동안 제니퍼의 생일을 준비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몇 번 작은 생일 파티를 열곤 했지만, 아무래도 대부분 아쉽게 끝이 났다. 이제서야 제대로 된 파티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것이다. 그들은 제니퍼를 걱정하는 대신 그의 생일 파티를 준비하기로 했다. 남은 네임드 멤버 네 명은 모여서 머리를 맞댔다.

  제니퍼 생일 준비에 가장 의욕적인 것은 피콕이었다. 이대로라면 빌딩이라도 한 채 뽑아올 기세였다. 그러나 이 아지트 안에서 너무 큰 이벤트는 준비할 수 없으니, 적당한 규모 안에서 해결하자는 다른 멤버들의 의견도 있었다. 피콕은 아쉬워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어찌됐든 네 사람은 괜찮은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힘을 합쳤다. 세 사람의 의욕이 지나치게 앞설 때마다 그들을 말리는 것은 벤자민의 몫이었다.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싶었지만, 결국 단순한 파티로 결정이 났다. 그들은 간단하게 생화 몇 송이와 조화, 풍선, 폭죽, 그리고 음식을 준비했다. 대강 풍선과 꽃으로 아지트를 장식할 셈이었다.

  그들은 제니퍼가 외출할 때마다 모여 의논을 했다. 피콕이 앞장서 파티를 준비했고, 벤자민은 아지트 앞을 지켰다. 생일 이벤트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았다. 제니퍼는 아무렇지 않게 매일 아침 외출을 했고, 보통 2시간이 흐른 뒤 아지트로 돌아왔다. 제니퍼는 외출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위험한 일이 생기면 수신기로 연락을 주겠다는 답변뿐이었다. 네 멤버는 제니퍼의 생일을 준비하면서도 제니퍼에 대한 걱정을 했다. 피콕은 제니퍼를 믿고 싶다고 하였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보스! 다친 덴 없으십니까!”

  “어. 괜찮다. 별일 없어.”

 

  아지트로 돌아온 제니퍼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사소한 감각에 예민한 벤자민도 큰 변화를 관찰하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정말 제니퍼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제니퍼는 평소처럼 제 할 일을 하기 시작했고, 피콕이 제니퍼 옆에 붙어 갖가지 질문을 할 동안, 다른 멤버들은 눈치를 보며 생일 이벤트 이야기를 하였다.

  이렇게 제니퍼의 이상한 외출과 네 사람의 생일 이벤트 준비는 계속되었다. 피콕의 베게 밑, 로비의 책상 아래, 크리스의 서랍 안에는 온갖 물건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벤자민의 공간에 물건을 넣지 않는 것은 만성 결벽증을 앓고 있는 그에 대한 마지막 배려였다.

 

  “그래서, 두 시간 동안 다 준비할 수 있어?”

 

  제니퍼가 외출을 했다 돌아오는 시간은 대부분 2시간. 제니퍼의 눈에 띄지 않게 파티 준비를 하려면 당일, 제니퍼가 외출을 한 뒤 돌아오기 전의 2시간 안에 모든 것을 끝내야 했다. 피콕은 확신에 차 고개를 끄덕였지만 피콕의 옆에 있던 로비는 그가 영 못미덥다는 표정이었다. 피콕은 어서 돕기나 하라며 로비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옆에서 큭큭거리며 웃고 있는 크리스는 덤.

  그들은 5일 동안 시간이 빌 때마다 모여 생일 이벤트에 대해 의논하였다. 대부분 실속없는 이야기였지만, 어떻게든 진행은 되어가는 것 같았다.

 

  “내일인 거 알지?”

  “알지, 알지!”

 

  피콕의 의욕은 5일 내내 사그라들지 않았다. 전날 밤, 제니퍼가 잠든 뒤 네 사람은 잠시 모여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피콕은 아침 일찍부터 생일을 축하해주지 않으면 제니퍼가 서운해 할지도 모른다며 걱정을 했지만, 벤자민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 피콕을 달랬다. 그들은 조용히 파이팅을 외친 뒤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날 밤은 조용히 지나갔다. 어찌됐든, 그렇게 제니퍼 생일 당일이 되었다. 네 사람은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하려 노력했다.

  당일 아침, 그들은 몰래 사 냉장고 깊숙이 넣어둔 케이크를 들키지 않으려 애를 썼다. 크리스는 제가 요리를 하겠다는 제니퍼를 말리느라 고생했다. 시작부터 시끄러운 아침이었다. 그들은 식사 시간에 조용히 눈빛을 교환하였다.

 

  “다들 아침 안 먹나?”

  “예, 예! 보스 먼저 드십쇼!”
  “…….”

 

  피콕이 우렁차게, 하지만 어색하게 답했다. 네 사람의 시선이 피콕 쪽으로 쏠렸다. 피콕은 어색하게 웃으며 평소처럼 식사를 시작했다. 제니퍼는 아침 식사에 소홀한 피콕의 모습을 보며 의아하다는 시선을 보냈지만, 나머지 세 사람은 그를 애써 외면했다. 제니퍼만 모르는, 긴장감 흐르는 식사 시간이었다. 대강 식사를 끝낸 뒤, 제니퍼는 평소처럼 아지트를 나섰다.

 

  “그럼 다녀오겠다.”

  “다녀오십쇼!”

  “다녀오세요, 제니퍼 님.”

 

  피콕은 결연한 표정으로 아지트를 나서는 제니퍼를 배웅했다. 로비가 피콕을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지만 피콕은 여전히 평소보다 과장된 모습이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제니퍼는 피콕의 변화를 그리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었다. 제니퍼는 평소처럼 가볍게 나갈 채비를 한 뒤 문을 나섰고, 제니퍼가 나간 뒤에야 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말 할 시간 없고, 얼른 준비하자.”

 

  평소에 이들 사이에서 리더 역할을 하는 것은 제니퍼였지만, 제니퍼가 나간 뒤에는 벤자민이 그들을 통솔했다. 제니퍼가 없으니 대부분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긴 했지만. 그들은 계획대로 준비했던 재료들을 가져왔다. 피콕은 준비한 풍선을 벽에 매달았고, 로비는 냉장고에서 꺼낸 케이크에 초를 꽂았고, 크리스는 요리를 했다. 벤자민은 망을 보는 동시에 그들을 도왔다.

  피콕은 여전히 신나 있었다. 풍선이 몇 개 터진 것으로 그를 알 수 있었다. 괴로워하며 터진 풍선 쪼가리를 치우는 것은 벤자민의 몫이었다. 그들의 목소리는 폐공장 지대를 넘어 쎄타시 전체에 닿을 기세였다. 로비는 케이크에 초를 모두 꽂은 뒤 꽃병에 꽃을 꽂다 병 하나를 깨뜨렸다. 역시 화를 내는 쪽은 벤자민이었다.

 

  “로비, 조심하라고 했지!”

  “네, 형.”

  “대답만 잘하지 말고! 피콕도, 풍선 조심히 다루고!”

  “풍선이다, 풍선!”

 

  피콕은 파티 준비에 들떠 벤자민의 충고는 듣지도 않고 있었다. 벤자민의 한숨 소리가 아지트 전체를 울렸다. 개판의 귀환이 아닐 수 없었다. 요리 맛을 보겠다며 달려가 반 접시를 먹는 피콕, 기겁을 하며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벤자민, 귀찮아 보이는 로비…….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바꾼 것은 벤자민이었다. 바깥에 인기척이 들린 모양이다. 여전히 피콕과 로비, 크리스 셋은 떠들썩하게 제니퍼의 생일을 준비하느라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벤자민이 커다랗게 박수를 두 번 쳤다.

 

  “얘들아, 조용히 해 봐!”

 

  그와 동시에 누군가 아지트 문을 두드렸다. 순식간에 아지트 내부가 고요해졌다. 침입자가 온 것일까 걱정하는 크리스, 벌써 싸울 준비를 마친 피콕, 놀란 표정의 로비. 벤자민은 문 쪽으로 다가가며 조그맣게 속삭였다.

 

  “제니퍼님 발소리야.”

  “보스?”

 

  벤자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피콕은 달려나가 문을 열어젖혔다. 다른 사람이 말릴 새도 없었다. 크리스가 다급하게 피콕을 붙잡았지만 이미 문은 열린 뒤였다. 엉성하게 걸린 풍선들과 아직 작업대 위에 있는 음식 접시들, 대충 쓸어 담은 유리 조각이 아지트에 즐비한 상태.

  제니퍼는 태연한 표정으로 아지트에 들어왔다. 엉성한 꼴을 보고도 놀란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긴장한 것은 제니퍼가 아닌 다른 네 사람이었다.

 

  “제니퍼 님, 그게…….”

  “아직 덜 끝났나?”

  “…… 네?”

  “아무래도 내가 너무 일찍 온 것 같군.”

 

  갑작스러운 제니퍼의 발언에 잠시간 정적이 흘렀다. 네 사람은 모두 멍한 표정이었다. 지금 상황을 이해하려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놀란 그들을 뒤로 한 채, 제니퍼는 아무렇지 않게 아지트 안을 살폈다. 마치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투.

  어쩐지 제니퍼 님이 너무 눈치를 못 채시는 게 이상하더라니……. 벤자민은 조용히 이마를 짚었다.

 

  “모른 척하기가 힘들더군. 밤마다 시끄럽지 않았나.”

  “아…….”

  “뭘 준비하나 궁금해서 잠시 나가 있었지. 거짓말을 한 것은 미안하다. ”

  “…….”

  “끝까지 모른 척하려 했는데 실패했군. 어쩔 수 없지.”

 

  로비는 몰래 피콕의 등을 툭툭 쳤다. 피콕은 표정을 찡그리며 로비를 내려다보았다. 크리스는 로비의 어깨를 두어 번 건드렸다. 벤자민은 세 사람을 노려보며 검지를 펼쳐 입술에 가져다 대었다. 조용히 하라는 의미.

  제니퍼는 아지트를 한 번 둘러보곤, 다시 고개를 돌려 네 사람이 있던 쪽을 바라보았다.

 

  “너희가 계속 숨겼어도 눈치 챘을 거다. 괜히 다른 사람 탓은 하지 마.”

 

  제니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들은 금세 정자세로 돌아왔다. 여전히 몇 사람은 표정이 좋지 않았지만. 제니퍼는 조용히 덜 완성된 테이블 앞으로 다가갔다. 그의 앞에는 엉성하게 장식된 조화와 작은 생크림 케이크가 자리하고 있었다. 제니퍼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정적을 깬 사람은 피콕이었다.

 

  “새, 생일 축하드립니다, 보스!”

 

  피콕이 제니퍼 곁으로 다가가 우렁차게 외쳤다. 실수로 풍선 하나를 떨어뜨린 것은 덤. 제니퍼는 허리를 굽혀 떨어진 풍선을 주워 다시 테이블 옆에 매달았다. 피콕은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제니퍼의 행동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맙다.”

 

  제니퍼는 아지트를 천천히 훑어보곤 네 사람이 있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어째 이 순간 제니퍼보다 더 감동받은 표정을 하고 있는 사람은 피콕이었다.

  초, 초!

  피콕은 빠르게 달려가 케이크 박스 옆에 붙어 있던 성냥을 가지고 왔다. 잠시 침묵하던 네 사람은 다시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시 떠들썩해진 아지트 안. 시끌벅적한 어느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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