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혼 단편

[진혼_웨이란]달콤씁쓸

진혼 웨이란 화이트데이 기념 단편

유호 2차 by 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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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 교수님, 사탕 많이 받으셨어요?”

  퇴근을 준비하던 션웨이는 옆 연구실 문이 닫히면서 들려온 소리에 순간 어깨를 움찔, 떨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안 그래도 오늘 하루종일 학생들이 강의 시작하기 전, 강의 중간 쉬는 시간, 강의가 끝난 후에 교단으로 다가와 사탕을 주고, 그것으로도 모자랐는지 연구실까지 찾아와서 사탕을 주고 가는 통에 내내 당혹스러웠던 차였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평소에는 대화 나눌 일 없던 옆 연구실 교수까지도 션웨이에게 사탕의 안부를 물었다.

  혹시, 하는 생각이 든 것은 찰나였다. 딱히 드러낸 적 없던 간식 취향이라도 들켰나? 찰나에 찾아든 가정은 삽시간에 션웨이의 귀뿌리를 뜨끈하게 만들었다.

  너무 터무니없는 발상이었다. 학생과의 면담 시간이 아닌 이상 타인과 다과를 나눠본 적이 없는데 어느 누가 자신의 간식 취향을 알아차린단 말인가? 게다가 학생들과의 면담 시간에도 전병과 백차만 내놓는데.

  눈 한 번 깜빡할 사이에 빠르게 흘러간 상념을 털어내고 션웨이는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받기는 했습니다만, 왜 이렇게들 갑자기 사탕을 챙겨주는지는 모르겠네요.”

  덧붙인 말에 옆방 교수가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오늘 무슨 날인지 모르셨어요?”

“오늘…… 무슨 기념일이라도 있었습니까?”

  옆방 교수가 놀라며 입을 떡하니 벌렸다. 젊은 교수가 트렌드에 뒤떨어지면 괜히 오해 사기 쉽다고 자오윈란이 누누이 말했는데. 그 말을 새겨들을 것을 그랬다며 션웨이가 속으로 후회했다.

“화이트데이잖아요, 화이트데이.”

“아. 그렇군요.”

“하하. 하여튼 녀석들. 개강하고 처음 있는 기념일 핑계 삼아서 인문대 남신한테 말이라도 걸어보고 싶었던 모양이네요.”

  실없는 농담에 션웨이는 어색하지만 적당히 사회적으로는 보일 미소를 지었다. 대화의 끝을 고하는 듯한 미소에 옆방 교수가 내일 보자며 형식적인 인사를 건네고 자리를 떴다.

  션웨이도 안경을 추어올리고 가방을 고쳐 잡으며 인문대 건물을 빠져나왔다.

‘그렇구나. 화이트데이.’

  교편을 잡으면서 가끔가다 한 번씩은 듣게 되는 이름이었다. 이전까지는 챙길 이유가 없었고, 이후에는 그저 잊어버린 기념일이기도 했다.

  화이트데이라는 문화가 낯설기도 했고, 션웨이와는 달리 자오윈란이 단 것을 즐기지 않기도 했으니 션웨이에게 있어 그리 의미 있는 기념일은 아니었다.

  물론 션웨이 자신은 달콤한 간식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사탕을 쟁여 놓고 먹을 만큼 즐기는 것은 또 아니었고, 아마 자오윈란에게 사탕을 사주게 될 날이 오게 된다면 그건 윈란에게 담배를 끊으라고 종용하는 때일 텐데, 이제 윈란은 굳이 담배를 끊지 않아도 영세토록 굳건할 터였다.

‘윈란이 담배를 필 때의 옆모습을 내가 많이 좋아하기도 하고.’

  개연성도 없이 그저 꼬리에 꼬리를 물기만 할 뿐인 생각을 이어가다, 결국 자오윈란으로 마침표를 찍은 션웨이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마치 변명을 하는 것 같았다.

  자신은 여전히 이렇게도 솔직하지를 못했다. 연인에게 달콤한 것을 선물하는 간질간질한 일을 해보고 싶을 뿐이면서. 그냥 챙겨보고 싶으면 챙기면 될 일에 합당한 이유를 찾으며 또 한참을 미룰 뻔했다.

  윈란은 웨이가 무슨 일을 하든 다정히 웃어줄 터였다. 혹여 그 웃음이 억지로 쥐어 짜낸 것은 아닐까 걱정하게 되는 것은 온전히 션웨이 자신이 어리석어 필요 없는 우려를 놓지 못하는 탓이었고.

  한참 생각을 거친 끝에 션웨이는 어리석은 우려를 털어냈다. 그는 당장 공간을 접어 자오윈란의 곁으로 가는 것은 미루고 조금 발품을 팔아 아직 사탕을 팔고 있을 가게를 찾아나섰다.

  션웨이가 눈치채지 못했을 뿐, 거리는 온통 화이트데이 분위기로 꾸며져 있었다. 이곳저곳에 포장되어있는 사탕만 풀어놔도 길이 온통 사탕으로 가득 찰 것 같을 정도였다.

  수많은 선택지 사이에서 션웨이는 길을 잃었다. 기왕 하는 선물이니 윈란에게 주는 것은 가장 좋은 것이었으면 하는데, 어디로 가야 가장 좋은 것을 고를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탓이었다.

  어차피 어디를 가도 비슷비슷할 것이 뻔했으나, 오늘이 화이트데이라는 것도 겨우 20분 전에 깨달은 션웨이가 알 수 있는 정보는 아니었다.

  그 뒤로도 10분을 더 발품을 판 끝에, 션웨이는 예쁜 유리병에 동글동글한 사탕을 담아 파는 작은 가게를 발견했다.

“어서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저를 반기는 직원의 인사에 션웨이는 습관적으로 안경을 추어올리듯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직원의 눈을 피하며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린 자리에는 작은 유리병들과 그 안에 직접 골라 담을 수 있는 색색의 다양한 사탕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첫사랑을 떠오르게 하는 캔디……?”

  그중 한 사탕의 이름을 읽은 션웨이가 쨍하니 굳었다. 낯설기만 하고 사탕의 정체는 파악할 수 없는 이름이었다. 다급하게 다른 사탕들의 이름도 읽어봤지만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입에 넣는 순간 신나는 기분이 되는 캔디’라는 이름을 눈에 담는 순간 그 이상의 정보 파악은 포기했다.

“저기…….”

  션웨이는 결국 고개를 들어 도움을 청했다.

“네! 말씀하세요.”

“그……. 여기에 있는 사탕이 어떤 맛인지 알고 싶습니다만, 따로 무슨 맛인지 설명되어있는 표 같은 것은 없을까요?”

“아, 죄송해요. 그런 건 딱히 없어서…….”

  션웨이는 괜한 실망감에 아, 하는 탄성을 터트렸다. 보기에 예쁜 것이 모두 좋은 것은 아님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또 마음이 앞서버렸다.

  그러나 점원은 노련한 영업 사원이었다. 그도 해괴한 이름의 사탕이 각각 무슨 맛을 내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상술과 달변에 있어서만큼은 션웨이보다 뛰어났다.

“무슨 맛일지 궁금한 사탕을 담는 것은 어떠세요? 입에 넣기 전에 기대하고, 기대한 대로의 맛이라면 좋은 거고, 기대하지 않은 맛이 나더라도 그건 그것대로 즐거운 일이 되지 않을까요?”

  고개를 든 션웨이의 눈이 반짝였다. 그 예쁜 얼굴을 보며 잠깐 심장에 무리가 왔던 직원은 확신했다. 또 매출 한 건 올리겠구나.

  점원의 말에 그대로 설득된 션웨이는 여러 맛의 사탕을 두 개씩 유리병에 담았다.

  아란과 하나씩 나눠 먹어 봐야지. 어땠는지 이야기 나누는 것도 즐거울 거야.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수고하세요.”

  색색의 사탕을 담긴 유리병을 가방에 넣고, 션웨이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안 그래도 얇고 가벼웠던 지갑은 조금 더 가벼워졌으나, 마음이 풍족하니 되었다.

  이제는 정말 공간을 접어 사랑하는 이의 곁으로 갈 시간이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문득 떠오른 어느 먼 시대의 기억이 션웨이의 발목을 잡았다. 망각이란 그에게 허락된 축복이 아니었기에. 션웨이는 습격처럼 찾아드는 기억의 편린에 잠시 발을 멈춰야 했다.

  곤륜이 윤회에 들고, 그다음에 찾아온 첫 번째 생. 그에게서 받은 것들이 홍수처럼 밀려 들어와 웨이의 숨을 틀어막았다.

  이름을 받고, 성을 받아, 끝내 남 앞에 제가 누구인지 소개할 수 있게 되었었다. 션웨이의 긴 생에서 가장 쓴 순간들을 받았었다. 그러나 그 모든 쓴맛을 잊게 할 달콤한 기억도 ‘그’가 주었다.

  처음 맛본 설탕떡은 웨이에게 너무도 달았다. 혀뿌리가 뽑히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얼얼했다.

‘이, 이건 무슨 독이오? 내가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일이 그리도 미웠소?’

  당황하여, 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모른 채 뱉어냈던 말에 눈물까지 그렁그렁 맺어가며 웃던 ‘그’의 얼굴에 자오윈란의 밝은 얼굴이 겹치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내게 설탕떡을 가져다주던 당신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이제 나는 세상의 수많은 단것은 먹어도 설탕떡만큼은 먹지 못하게 되었는데. 혀뿌리가 얼얼해질 정도로 아리게 달아서. 눈물이 날 것 같은데, 나는 울 수가 없어서.

  밀려오는 것이 한순간이었듯, 기억이 쓸려나가는 것에도 한순간만이 지날 뿐이었다.

  막혔던 숨을 몰아 내쉰 션웨이가 눈을 내리떴다. 짧은 순간이었으나, 부쩍 마음이 지쳤다. 늘 그리운 윈란이었으나 이 순간만큼 그리울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션웨이는 자신이 자오윈란을 그리워할 수 있다는 사실에 깊이 안도했다. 얼마큼 가까이 있어도 자오윈란은 늘 그리웠고, 언제나 그 곁으로 다가가고 싶은 존재였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충족하고, 욕심내도 되는 존재였다.

  지나왔고 떠나왔던 그의 생은 션웨이가 감히 손댈 수 없는 삶뿐이었으니.

  션웨이는 고요히 눈을 감았고, 그 순간 공간이 크게 접혔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특별조사국의 국장실이었다.

“오늘 퇴근이 늦었네?”

  션웨이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국장실에 들어서자 이때껏 열빙어를 흔들며 다칭을 놀리고 있던 윈란이 반색했다. 그 얼굴이 또 너무 소중해서, 잠시 넋을 잃은 션웨이가 뒤늦게 응, 하고 대답했다.

“…….”

  짧은 순간 일었던 웨이의 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은 윈란이 한쪽 눈썹을 들썩였다. 쪼그려 앉아있던 자세를 일으킨 그는 미련 없이 다칭에게 열빙어를 내어주고 넓은 보폭으로 성큼성큼 션웨이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윈란이 웨이의 얼굴을 감싸며 물었다.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에 션웨이는 살풋 웃으며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윈란이 불만으로 얼굴은 잔뜩 찌푸린 것은 바로 다음 순간의 일이었다.

“안 되겠다. 집으로 가자.”

“윈란,”

  션웨이가 조금 급하게 윈란을 불렀지만, 그는 어느새 재킷을 챙기고 션웨이의 손목도 잡아챈 뒤였다.

“나랑 우리 부인이랑 얘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까, 고양이 넌 여기서 자든지 늦게 들어오든지 해.”

“망할 새끼. 아. 대인께 드린 말씀은 아닙니다. 저는 자오 뭐시기만 물어요.”

“알아요. 괜찮아요.”

“……자기야. 괜찮으면 안 되지 않을까?”

“응?”

“우리 자기 상태가 말이 아니네. 집에 가자, 샤오웨이.”

  자오윈란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는 어쩐지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션웨이의 손을 붙잡은 채 국장실의 문을 열어 밖으로 나섰다.

  문은 곧장 션웨이와 자오윈란의 집으로 이어졌다. 이는 자오윈란이 원신을 깨워낸 뒤에 제일 좋아하게 된 능력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어디로든 바로 퇴근할 수 있는 이 공간 이동 능력.

‘참 유용하단 말이지. 전세계 노동자들의 꿈을 나 자오윈란님은 이룬 거라고.’

  실없는 생각을 하며 속으로 휘파람을 분 자오윈란은 우선 션웨이를 식탁 앞에 앉혀두었다. 여전히 반쯤 넋을 놓은 것 같은 션웨이는 윈란이 제 코트를 벗기고 손에서 가방을 빼내어 침대 근처 바닥에 대충 놓는 것도 인식하지 못한 것처럼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그래서. 뭐가 문젠데?”

  그러다 나름대로 물건 정리를 마친 자오윈란이 제 앞에 앉아서 질문을 던졌을 때에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아. 잠깐만.”

  션웨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리둥절한 얼굴의 윈란을 뒤로 하고, 웨이는 윈란이 침대 밑에 ‘정리해둔’ 가방에서 아까 사 온 사탕 병을 꺼내 윈란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야?”

  능글맞은 자오윈란의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다 알면서. 두 눈이 반달이 될 정도로 웃고 있으면서.

  괜한 장난기를 머금은 윈란의 다정함이 황홀해서, 션웨이는 조금 편하게 풀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학생들이랑 교수님들이 얘기하더라고. 화이트데이라고.”

  그래서……. 그래서.

“당신이 생각났어.”

  한 박자 늦게 따라붙은 한마디에 윈란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는 언제나 영리했고, 기민한 사람이었다. 특히 션웨이를 읽어내는 일이라면 그 어떤 일보다 빠르고 깊게 읽어내는 사람이 바로 자오윈란이었다.

  윈란이 긴 숨을 내쉬며 비딱하게 턱을 괴었다.

“왜 또 그림자를 꺼내 보고 그래.”

  네가 떠올린 ‘당신’은.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일까.

  단 한 사람을 지칭하는 것임을 모르지는 않지만, 가끔 션웨이가 말하는 ‘당신’은 여러 개의 조명 앞에 선 사람으로 느껴지곤 했다. 인제 와서 그런 그림자들에 질투를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헤아릴 수도 없을 수많은 그림자에 파묻힌 션웨이가 안쓰러울 뿐이었다.

  션웨이도 그런 애정 섞인 핀잔을 알아듣지 못할 이는 아니었다. 그는 조금 허망한 미소를 지었다.

“그럴 때가 있어. 괜히 그림자가 눈에 밟히는 날이.”

“바보 같긴. 이리 와, 샤오웨이.”

  기운이 쭉 빠진 것만 같은 제 연인을 향해 자오윈란이 팔을 벌렸다. 션웨이는 선뜻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런 윈란을 온몸으로 끌어안았다. 맞닿은 가슴에서 기분 좋은 울림이 일었다.

“그럼 나도 추억 하나 꺼내 볼까.”

  어느새 침대로 자리를 옮겼을 때였다. 션웨이와 마주 보고 누운 윈란이 장난기를 담아 눈을 휘며 말문을 열었다.

“무슨 추억?”

  윈란의 앞에서라면 언제나 어리석은 션웨이는 그것이 미끼인 줄도 모른 채 덥석 물고야 말았다.

“너는 어쩜 이렇게 매번 내 이를 아프게 하는 선물을 주는지 모르겠어. 어릴 때부터도 말이야.”

  자오윈란은 비겁하고 치사한 인간임을 잊고 있었다. 그것은 션웨이의 뼈아픈 실책이었다. 천지 분간도 못 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끌고 오다니!

“다, 당신……! 뭘 그런 걸 기억하고 그래!”

  평소에 목소리 높일 일이 없던 고아한 션 교수님은 당혹스러움에 그만 음이탈을 일으키고야 말았다. 그 모습도 귀엽다며 자오윈란은 킥킥 웃어댔다.

“……근데 그게 그렇게 별로였어?”

  조금 부루퉁해진 션웨이가 덧붙여 물었다. 윈란은 제 팔로 머리를 받치며 음, 하고 운을 뗐다.

“글쎄. 당신 아직도 심미관이 별로인가? 아닌데. 날 좋아하는 걸 보면 심미관은 제대로 박혀있는 것 같은데.”

“……그래서 나중에 물어봤잖아. 예쁜 꽃으로 만들어주면 좋아할 거냐고.”

“그때의 답을 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야.”

  윈란은 순식간에 몸을 돌려 션웨이를 깔고 누웠다. 코끝이 금방이라도 부딪힐 것 같은 거리에서 윈란이 가지런한 치열을 드러내며 싱긋 웃었다.

“지금의 난 좋아. 당신이 무엇을 선물해주든, 무엇을 보여주든. 당신이 내게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떠올려도 다 좋아.”

  심장이 불안정하게 뛰었다. 그러나 마음만큼은 너무도 편안해져서, 션웨이는 눈썹 끝을 팔자로 늘어뜨리며 웃고야 말았다.

  이런 당신이라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션웨이는 생각했다. 그가 아무리 깊은 어둠에 빠져 있어도, 돌아올 길을 찾지 못하고 고여 있을 때에도, 자오윈란은 그를 비춰주고 밝은 곳으로 이끌어 나오는 유일한 빛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방심한 사이에 사탕 하나가 입에 쏙, 하고 들어왔다. 놀란 션웨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몸을 일으켰다.

“어쨌든. 이건 당신이 좋아하는 거지. 내가 아니라.”

  션웨이보다 먼저 몸을 일으킨 자오윈란이 담배 끝에 불을 붙이곤 푸스스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눈을 깜빡이며 입안의 사탕을 굴리니 어느새 씁쓸함은 가시고 달콤한 딸기맛만 감돌기 시작했다.

  다시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은 션웨이가 입술을 오물거렸다.

“사실 당신이랑 하나씩 나눠 먹으려고 종류별로 두 개씩 담아왔어. 무슨 맛인지 적혀 있지는 않았거든. 당신이랑 같이 먹으면서 무슨 맛인지, 어땠는지 얘기해보고 싶었,”

  더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자오윈란의 입술이 능숙하게 션웨이의 입술을 열어 그 안에 있던 사탕을 낚아채 간 탓이었다.

  션웨이는 입을 벌린 채 멍한 얼굴로 자오윈란을 쳐다봤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음. 딸기 맛이네.”

  입안에서 사탕을 굴리던 윈란이 말했다. 다음 순간 그는 사탕을 올린 혀를 빼꼼, 빼물었다. 붉은 혀 위에서 그만큼이나 붉은 사탕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 색을 닮아 션웨이의 귀뿌리도 벌겋게 달아올랐다.

“자오윈란 당신, 정말……!”

“좋네. 당신 이거 먹을 때마다 이렇게 나눠 먹으면 되겠는데.”

  이 남자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이런 달콤한 말을 했을까?

  제게만 달콤하게 들릴 말인 줄도 모르고, 션웨이는 얼굴을 벌겋게 익혀가며 이를 억세게 물었다. 윈란은 그런 제 연인을 있는 힘껏 귀여워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자기, 사탕 나눠 먹을래?”

  반도 태우지 않은 담배는 재떨이에 던져두고, 침대에 벌러덩 누우며 자오윈란이 입을 벌렸다. 션웨이가 거절할 수 없는 초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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