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겸] Summertime Sadness
Lana Del Rey - Summertime Sadness / 해포썰 관련 정말 짧은 조각글 (2024.02.14)
상단의 해포썰에서 기인하는, 정말 짧은 장면 조각글 입니다!
-
주변 마법사들은 장난처럼 이석민을 유니콘이라 불렀다. 전설 속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유난히 선한 사람이었고 선을 위해 달려드는 기세는 누구도 그가 겁쟁이임을 모르게 만들었으니까. 나중에 듣기론 마법의 분류모자가 후플푸프를 그렇게 추천했는데, 그는 어떻게든 자신의 한계를 이겨내고 싶다며 그리핀도르를 강하게 주장 했다고 한다. 어쩐지 그 자리에서 중얼중얼, 오래 일어나지 않아 눈 여겨 보게 만들더니.
늘 사람들 사이에서 그 자체로 패트로누스처럼 빛나던 애였다.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었고, 그 밝고 빛나는 것에 욕심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정한은 그를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마지막으로 두고 온 그 순간까지 모두 선했다. 마법으로 그에게서 자신의 고백을 빼앗았지만, 자신은 그것을 벌처럼 달게 지고 살아 와야만 했었으니까. 욕심이 난 나머지, 그리워하는 감정 마저도 그저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그렇게 너를 지키기 위해서. 그랬는데.
수십 명의 지팡이 끝에서 튀는 불꽃은 아이러니하게도 축제를 알리는 불꽃과 같았다. 그 화려한 전쟁 한복판 사이에, 어둠을 가르고 달려온 것은 바로 하얀 말이었다. 백마 탄 왕자님이라 서로 웃으며 놀던 기억도 지울 걸. 자신이 고백 했을 때, 패트로누스를 타고 자신을 구하러 오겠다고 했던 그의 농담은 분명 지웠는데.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약속을 지켰다. 정한은 자신의 앞에 뛰어 들어온 석민을 끌어 안았다. 그가 가쁘게 속삭였다.
나도 좋아해, 형.
마법은 유한하다. 모든 것을 이룰 것처럼 굴면서 그 어느 것도 이루어주지 못했다. 그가 가르쳐준 대로 행복은 늘 절망을 이겼다. 그리고 그는 늘 자신을 이겼다. 영원한 것이란 없는데, 그는 늘 영원을 믿게 했다.
정한은 석민의 품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그의 기억을 지운 이래 두 번째 울음이었다.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