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

언어

#로데즈_아트치료_전력60분

주절주절 by Ζ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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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아르토!

철퍽 탁 스윽스윽

진정해요!

쾅 끼이익 탕탕 우당탕

가만히, 좀, 앉아봐요, 아르토!

아하하하!

아르토 제발!

...

그래요, 침착하게…….

스흡 하 하하!

아르토!

점심즈음에 하는 상담은 언제나 정신이 없다. 아르토의 광기가 하루 중 가장 치솟아 있을 때이며 육체가 가장 활성화되어 있을 시간이기도 하기에 그렇다. 다른 이유가 또 있나? 있다 한들 그건 광인의 이유일 뿐이다.

지금은 상담 시간입니다. 대화를 해야죠. 이런 비이성적인 행동을 계속하면 당신은 치료될 수 없을 거예요.

박사님은 언제나 그런 소리를 하는군요. 나는 대화를 하고 있어요. 이 모든 게 언어가 될 수 있다는 걸 아직 이해하지 못했나요? 이 언어를 듣지 못한다면 박사님은 저를 치료하지 못할 거예요.

아르토, 저는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언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거예요. 당신만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는 언어의 효력이 없어요.

박사님이 알아듣지 못한다고 해서 사람들 모두가 알아듣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하하, 아르토. 그 언어를 알아듣는 사람이 대체 누가 있죠? 심지어 당신 자신은요? 당신은 그 언어로 대화할 수 있나요?

쿵!

아르토가 발을 구른다. 맨발로부터 퍼져나간 바닥의 진동이 공기를 울린다. 쿵! 벽이 아르토의 분노에 화답하듯 메아리를 만들어 낸다. 쿵! 공기가 그에 공감해 파장을 일으킨다. 쿵! 박사의 귀가 사물의 응답을 잡아챈다. 쿵!

그러나 박사는 아르토의 외침과 공간의 대답을 그저 소음과 메아리로만 듣는다.

대답이 들린다. 아르토의 얼굴이 밝아진다. 물감이 가득 담긴 통 안으로 아르토가 손을 쑥 집어넣는다. 벽과 바닥에 물감을 잔뜩 펴 바른다. 무채색 병실이 유채색 자연으로 변해간다. 아르토의 눈에 물감의 언어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아르토!

박사, 손수건으로 아르토의 손을 닦아낸다. 색의 언어를 빼앗긴다. 아르토, 깨끗한 손을 본다. 실망한다.

물감을 자꾸 벽과 바닥에 바른다면 압수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노란색은 그걸 원해요. 검은색은 까마귀가 되길 원하고요. 붉은색은 밀밭이 되어야 해요.

아르토, 광기가 점점 깊어지고 있어요. 물감은 말할 수 없습니다.

물감이 말한 게 아니에요, 박사님. 고흐가 저에게 말해줬어요. 그 색들은 그것이 되길 원한다고.

고흐요.

네, 고흐.

빈센트 반 고흐.

그러니 물감을 돌려주세요.

고흐에게도 나 같은 의사가 있었죠. 알고 있나요?

고흐는 미치지 않았어요.

아르토. 고흐는 한 손을 촛불에 그을리고, 한쪽 귀를 자르고, 총으로 배를 쏘았어요. 우린 그걸 광기라고 합니다.

고흐의 용기를 광기 취급하는 당신들이야말로 미친 것이겠지. 당신 같은 인간들은 우릴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거야. 끼이익. 쾅! 드드드득. 아하하하! 쿵! 쿵! 쿵! 쿵!

아르토!

하얀 방이 아르토의 언어로 물들어 간다. 정신분석학의 언어가 극장의 문밖으로 빠져나간다. 박사는 아르토의 언어에 오염되고 싶지 않지만, 병실은 이미 극장으로 바뀌었고 모든 사물이 아르토의 언어에 화답한다. 의자가 바닥을 긁어 언어를 만든다. 침대의 녹슨 철근이 비명을 말한다. 물감이 떨어져 철퍽대며 소리를 지른다. 전등이 치직거리며 전기를 읊조린다. 아르토는 이 모든 것을 뭉쳐 자신만의 쇠망치를 만든다.

박사의 가면을 내리친다!

깨졌을까?

한 번 더 내리친다!

박사, 피했다.

아쉽다.

박사는 극장 밖으로 피한다. 세상의 액자 속으로 들어가 보호받는다.

음, 음, 음. 다음 연극 때 보죠, 박사님.

문이 닫힌다. 혹은 쇠망치로 뇌를 내리친다.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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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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