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
#로데즈_아트치료_전력60분
그의 용기는 어디에서 왔는가.
아르토를 치료하려면 고흐를 알아야 한다. 그는 고흐의 죽음을 용기라고 불렀다. 촛불에 손을 그을린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귀를 자른 것을 세상에서의 탈피로 읽었으며 총으로 복부를 관통한 것을 용기라고 칭송했다. 어째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고흐를 동경하는 건가? 그러나 고흐를 동경한다기에는…….
앙토냉 아르토는 종종 촛대를 가지고 논다. 붕대를 몸에 휘감기도 한다. 고위험군 환자에게 뾰족한 것이나 긴 끈과 같은 것을 주는 것은 적절하지 못해 압수했으나 불안증세가 극도로 악화되어 의사와 보호사의 감시하에 다시 제공하기로 하였다.
촛대에는 초를 꽂아두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특정한 손짓을 하면 촛대에 불이 붙는 것처럼 행동하곤 한다. 아마 밖에서 하던 연극의 연장선 같다. 하지만 그럴 때면 환각과 환청이 더 심해진다. 눈의 초점이 명확한 허공을 향하고 대화하는 듯 말이 끊기지 않는다. 그에게 치료의 일환으로 희곡을 적어 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거절했다.
고흐의 전시회를 보고 왔다. 그림 대부분을 임파스토 기법으로 칠해 붓의 터치가 매우 강렬하고 색채의 채도가 높다. 초기 작품에 쏟아진 악평이 화풍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늘과 뒤섞인 구름이나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들판과 같이 경계가 불분명한 그림들은 그의 불안정한 정신상태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이보세요, 박사님. 당신은 마음으로 느끼는 법을 모르나요? 밤하늘의 소용돌이 역시 병으로 인한 고통을 묘사했다 볼 수 있다. 어쩌면 아르토는 고흐에게서 동질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고흐가 병으로 인한 고통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처럼 자신 역시 자신의 고통을 연극으로 표현한다고.
이런. 완전히 잘못 짚었군.
아르토의 연극이 현실로 끌려 나오고 있다. 촛대에 불을 불러들이지 않았음에도 연기하는 것 같을 때가 있다. 특히 치료받을 때가 그런데, 그럴 땐 주로 ‘정상인’을 연기한다. 상태가 악화되었음에도 호전된 것으로 보일 때가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일 것.
그런데 박사님. 이거 뭐예요?
건드리지 마세요, 아르토.
그의 용기는 어디에서 왔는가.
아하?
아르토의 ‘정상인’ 연기가 점점 뒤틀리고 있다.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상태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에 도움이 된다. 박사님, 저는 제가 관찰하기 제일 쉬운 정상인을 연기하고 있어요. ‘정상인’도 요즘 아르토의 언어에 전염된 것으로 보인다. 그의 광기가 그가 연기하는 인물들 안에서 가끔 목격되곤 한다.
박사, 아르토에게 전염되어 간다. 본인은 전염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거 일기인가요? 안 어울리네요. 일기를 이런 곳에 쓰시고.
아르토가 마침내 ‘정상인’ 연기를 그만두었다.
박사, 아르토에게 완전히 전염되었다.
어때요? 아직도 그의 광기가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묻고 싶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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