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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뼈

#로데즈_아트치료_전력60분

주절주절 by Ζ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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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토냉 아르토의 몸뚱이는 아주 앙상해 볼품이 없었다. 최소한의 근육과 살 위를 피부가 겨우 덮은 그 모습은 금방이라도 부러질듯해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했으니.

그럼에도 그는 세상의 모든 것과 끊임없이 투쟁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에 온몸을 부딪쳤다. 마치 그의 뼈가 부러져도 상관없다는 듯이, 몸이 부서질 염려는 전혀 하지 않는다는 듯이.

뛰어오른다. 추락한다. 다시 뛰어오른다. 다시 추락한다. 질주한다. 넘어진다. 일어난다. 달린다. 날아오른다. 떨어진다. 기어오른다. 뛴다. 헐떡인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미쳤다고 말하지. 세상이 만든 틀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안락할지도 모른다.

아르토는 세상의 틀 밖으로 빠져나왔다. 안락함에 가려졌던 눈을 뜨고 액자를 부쉈다. 세상이 마련해 둔 편안함 때문에 사람들은 삶의 잔혹성을 깨닫지 못한다. 그렇다면 액자 안으로 잔혹성을 흘려보내 주지.

아르토가 고흐의 물감을 들고 액자를 내리친다. 세상이 흔들리고 사람들은 처음으로 잔혹함과 불편함을 맞닥뜨린다. 그러나 사람들이 바라는 건 생의 진실이 아니다. 그저 편안함이다. 아르토는 쇠망치를 빼앗기고 액자 속에 갇힌다.

아르토는 지금 병실의 침대 위에 묶여 누워있다. 발작을 일으킨 대가로 진정제가 투여되고 독방에 격리되었다. 자, 눈을 감는다. 이제 들리는 것도 없고 보이는 것도 없다. 약물로 멀어지는 생각을 붙잡기 위해 끊임없이 상기하고 또 상기한다.

달린다. 뛴다. 질주한다. 넘어진다. 일어난다. 뛰어오른다. 추락한다. 헐떡인다. 다시 뛰어오른다. 추락한다. 부딪힌다.

뛰어간다. 어디로? 모른다. 왜? 답을 찾기 위해. 무엇이 답이지? 알 수 없다. 함께? 혼자. 어째서? 사람은 누구나 혼자 죽어갈 수밖에 없으니까.

완전히 지쳐버려 바닥에 널브러진 아르토의 위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아니, 아니지. 검은 곳에 흰 그림자. 그래, 그림자가 맞는 것 같다.

아르토는 거대하고 튼튼한 하얀 뼈를 마주 본다. 자신의 뱃속에 손을 넣어 뼈를 꺼내 든다. 두 뼈 모두 하얗게 빛나고 있다. 아주 튼튼해 부러질 수 없는 하얀 뼈를 들고 소리 내어 웃는다. 그가 몸 안으로 다시 뼈를 집어넣는다. 희게 빛나는 뼈가 몸 안에 흐르는 붉은 피와 섞여 광채로 흘러나온다.

아르토가 다시 세상에 자신의 온몸을 내던진다. 몸이 부서져라 모든 것을 내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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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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