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로데즈_아트치료_전력60분
‘치료될 수 있을까?’
박사가 스물세 번째로 전류를 흘려보내며 한 생각이다. 처음에는 눈에 보일 만큼 상태가 호전된 것이 보였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아르토의 증세는 악화되어만 갔고 전류를 흘려보내도 더는 완화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러니까……, 지금처럼.
아르토는 발작을 하고 있다. 전류가 아르토의 팔과 다리를 공중으로 솟구치게 만든다. 환상을 보는 듯 무언가 주절거리기도 하고 부들부들 떨고 토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아르토는 달리고 있다!
전류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관통하며 지나간다. 고통이 몸뚱이를 뚫고 지나가면 두 팔과 두 다리가 온전히 살아날 수 있다. 이 고통이 아르토의 정신을 일깨운다. 아르토는 이 고통을 통해 마음속 세계에 들어간다. 그곳을 계속해서 달리고 달리다 보면 마침내 길 끝에 도달한다.
별, 까마귀, 꽃, 나무, 밀밭, 하늘, 그리고 다시 별.
아르토는 고흐의 세계를 본다. 붉은, 아니, 황금 밀밭에 난 와인색의 길을 걸어가 고흐와 마주 선다. 서로의 손등이 맞닿는다. 서로의 팔을 붙잡는다. 우리의 중력이 각자를 끌어당겨 우릴 떨어뜨리지 못하게. 붕대의 양 끝을 각자의 손에 감아버린다. 멀어져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중력에서 충분히 멀어진 아르토와 고흐는 새로운 행성에서 다시 만난다. 서로의 손에 감겨있던 답답한 붕대를 벗겨낸다.
아르토와 고흐, 서로에게 인사한다.
“아르토?”
“……. 고흐.”
“그만 정신 차려요, 아르토. 오늘 치료는 여기서 마치죠.”
“박사님.”
“오늘은 어땠나요?”
“최악이에요. 자꾸 이런다면 박사님은 저를 절대 치료할 수 없을 거예요.”
‘치료될 수 있을까.’
이건 치료‘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환자의 의지에 대한 문제지. 그러니까……, 치료‘될’ 수 있느냐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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