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

관습

#로데즈_아트치료_전력60분

주절주절 by Ζ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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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아르토가 크게 뛰어올랐다 추락한다.

쿵!

아르토가 다시 크게 뛰어올랐다 추락한다.

쿵!

바닥에 금이 간다.

쿵!

쩌적 갈라지기 시작한다.

쿵!

세상을 이루는 표면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내린다.

추락한다!

모든 세계가 뒤틀린다.

박사는 일어난다. 바닥에 혹은 천장에 놓인 침대에서. 아니, 원래 벽면에 붙어있어야 했던가? 아침의 일과를 성실히 수행한 후, 박사는 거울 앞에 선다. 신중히, 조심스럽게 가면을 고르고 힘껏 내리친다! 부순다! 깨뜨린다! 불태운다!

박사는 가면의 잿가루를 얼굴에 빈틈없이 펴 바르고 출근한다.

외부의 공기가 잿가루를 단단히 굳힌다. 새로운 가면이 만들어진다. 박사는 얼굴 위를 더듬어 본다. 딱딱하고 거친 표면이 손끝에 만져진다. 원래 이렇게 쓰는 것이 맞던가? 정 시간에 출근한 박사는 언제나 그랬듯 아르토의 일지를 받아 읽는다. 붉은 물감을 꺼내 일지의 기록을 새빨갛게 덮는다. 황금 밀밭을 그린다. 정면으로 들어 올린다. 일지 너머로 누군가가 보인다. 너는 누구지?

박사가 계단을 올라간다.

아르토의 병실 앞에서 문을 두드린다. 쿵쿵쿵. 쿵. 쿵쿵쿵. 문을 연다. 가면을 쓴 아르토가 박사를 맞이한다. 오, 박사님. 안녕하세요. 그래요. 오늘 기분은 어떻죠. 밤엔 잘 지냈나요, 아르토? 네에. 중력을 뒤집느라 조금 고생했지만요. 중력이요? 네, 중력이요. 그 이야기를 좀 자세히 해 볼까요? 말 그대로인걸요. 어떻게 더 자세히 말하죠? 중력을 어떻게 뒤집었는지 방법을 말해보세요. 싫어요. 아르토. 싫어요, 박사님. 치료에 필요합니다. 저는 치료가 필요 없어요. 박사님도 이해하실 거예요. 박사는 불태워진 가면을 만진다. 그렇지 않나요? 박사는 일지를 들어 올린다. 아르토와 박사, 일지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본다. 아르토의 눈에 정신분석학의 언어가 들어온다. 박사의 눈에 황금 들판이 들어온다. 아르토, 정신분석학의 언어를 삼키고 다시 토한다. 일지의 언어가 연극언어로 다시 쓰인다. 박사, 황금 들판 안의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공포가 몰려온다. 일지를 바닥에 던진다. 아르토, 일지를 집어 들고 다시 자신과 박사 사이에 들어 올린다. 나는 너를 알 수 있어. 내가 널 꺼내줄 수 있어.

아르토가 붉은 물감으로 칠해진 황금 들판에 손을 관통시킨다.

고흐는 아르토의 손을 본다. 붉은 물감으로 적셔진 손을. 아니, 황금 볏짚과 이삭이 엉겨 붙은 손을. 붕대를 아르토와 고흐의 손에 감는다. 아르토, 붕대를 잡고 힘껏 당긴다. 고흐, 붕대를 따라 아르토에게로 끌려 나온다! 박사, 고흐를 본다. 놀란다. 아니, 놀라지 않는다. 놀라야 하나? 박사는 혼란스럽다. 고흐가 모든 색의 물감으로 병실을 칠한다. 아르토가 모든 색의 조명으로 병실을 밝힌다. 박사, 약으로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것을 치료하기 시작한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맞던가? 밤에 잠을 자는 것이 맞던가? 태양은 붉은색인가? 밀밭은 황금색인가? 하늘은 푸른색인가?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가? 약이 하나 둘 셋 떨어진다.

박사, 자신의 병을 인지하고 드디어 치료되었다!

카테고리
#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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