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

귀성

네 별이 와

-다음 뉴스입니다. 몇십년 주기로 관측되는 밀 혜성이 이번주 토요일, 그러니까 3일 뒤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미 명당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는 가운데 ...

뚝. 실없이 흐르던 뉴스를 갑자기 끊었던 것은 제가 들은 그것이 뒤에 들을 별 이상한 정보들과 섞여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뭐 듣는다고 혼란이 오진 않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이 일에 있어서는 일체의 흐트러짐도 용납되지 않았다. 몇십년 주기로 관측되는 밀 혜성, 저번 관측 이후 다시 돌아온 혜성, 그리고 가장 빨리 온. 그것이 의미하는 바란.

"일어나 우융! 지금 네-"

별이 왔을지도 몰라.

뒷말을 잇지 못하고 그는 침을 삼켰다. 방 안에서 드러난 우융의 모습이 슬슬 인간을 벗어나기 시작해서 그랬던 걸까. 어쩌면 그럴지도 몰랐다. 사람의 것이 아닌 꾸물거리는 촉수같은 것이 돋아난 점이나, 밤하늘을 닮은, 완연한 검정의 향연으로 뒤덮인 몸이라거나. 크툴루라고 하던가? 아무튼 그런 종류의 것과 다를 바 없는 인간의 반응이라고.

"왜 말을 하다 말아?"

"별보러 가자 우융, 3일 뒤에."

"뭐?"

그래도 파이브는 말했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서.

"네 고향별이 와."

귀성

여름이다. 밤이 짧고 낮은 더럽게 길었다. 아직 채 가시지를 않은 낮이 밤과 느릿느릿 섞이는 것이 파이브에게는 썩 불쾌하기만 했다. 밤공기 하면 생각나는 시원한 바람 대신에 나 여름이요 하는 습하기만 잔뜩 스한 바람이 열을 고스란히 전하며 파이브를 스쳐대니까. 그런데 파이브는 대체 왜 이 야밤, 아니지, 저녁에 나와있냐 하면 다 저놈 때문이다. 

우융. 어느날 제 집에 냅다 추락한 놈. 우융이 처음 떨어졌을 때는 생긴것도 사람같이 생겨서—그렇다고 우융이 지금 사람같이 생기지 않았다는 것은 또 아니었지만—사람이 떨어졌다고 얼마나 놀랐는지 경찰까지 불렀다. 뭐... 저 외계인 놈의 능력으로 경찰들은 기억삭제 후 안전하게 귀가조치되었고 그날부로 그가 제 집에 얹혀살게 되었지만.

-나 집좀 찾을 때까지 여기서 산다.

-아니 갑자기 이게 무슨...

분명 그렇게 시작했더란다. 허락하지도 않았는데 멋대로 제 집에 들어가고, 자신은 그때까지만 해도 저 외계인놈의 능력에 크게 쫄아 있었으며, 마침 17세 소년이 딱 혼자서 외롭게 자취를 하고 있었을 시절이기 때문에. 무서운 탓도 있었지만 파이브에게는 대화라는 것을 나눌 존재가 그리도 고팠다는 말이다. 사정이 있어 혼자만 남게 된 집이란 것은 무료하기 짝이 없는데 또 고독하기까지 하다, 아무리 혼자서 놀 거리가 풍족한 시대라지만 인간의 온기가 채 머물지 않는 곳에서는 혼자 놀기고 뭐고 외로워서 죽을 지경이다. 적어도 파이브에게는 그랬고, 때마침 추락한 저 외계인 놈이 그의 말상대가 되어주리라고 여겼기에.

"뭐하냐?"

딱 집중력이 흐려져 이상한 생각으로 빠지려고 할 때쯤에 그의 후회를 끊어내는 것은 퍽 사나운 것 같으면서도 정은 다분한 말 한마디가. 우융은 제법 훌륭한 말상대였다, 사람을 제법 유심히 볼 줄 알아서 그런 관찰을 기반으로 한 행동이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아차리고 있을지도 모르, 아, 또 삼천포로. 여름이라 그런지 자꾸만 멍해지는 것이 많은 계절이구나, 싶어서 파이브는 천천히 머리를 털었다. 흐트러진 집중력을 날려버리는 데에는 머리를 물리적으로 터는 것은 나름 도움이 됐다. 

이내 발걸음을 옮긴다, 혜성이 잘 보인다는 명당이라는 곳을 찾기 위해서. 이런 짓도 이제 이틀만 더 견디면 된다. 내일은 금요일이고 이틀째 되는 날은 토요일이니까 일요일 하루는 푹 쉴 수 있는 날이 되는 셈이다. 이틀이면 이런 생활도 끝이 온다. 그리고 금요일은 방학이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니까 더 좋겠지.

이런저런 생각들 사이에서 파이브는 휴대폰을 두드려 제가 알아본 명당이라는 곳의 위치와 지도라던가, 혜성의 궤도 따위를 몇번씩 대조하면서 걷고 하늘을 봤다. 고운 놈은 아니지만 그렇게 미운 놈은 아니니까, 적어도 가는 장소에도 공을 들여야 하지 않나. 물론 우융이 육안으로 별을 확인해야 돌아갈 수 있다는 조건 하나 때문이기도 했지만 어떠하랴, 그런 것쯤은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인 이야기인데.

"여기서 잘 보일 것 같아?"

"별...로. 하늘이 나름 트여있긴 한데 높은 것들이 많아서 가리는것도 제법 있는데."

"아, 키도 고려했어야 했는데."

"뒤진다."

발끈하는 그 모습에 파이브는 무심코 웃음을 터트리고 만다. 외계인주제에 키고 작고 그거에 콤플렉스까지 있다. 이게 대체 어디가 외계인인지. 마치 외형의 차이만 없다면 그냥 지구의 인간이라고 해도 믿겠다. 아, 초능력도. 우융은 파이브의 집에서도 나름 잘 살았을 테니 지구인이었더라도 평범하게 잘 지냈을 테다. 어쩌면 학교에서 만날수도 있고, 나름 죽이 맞기도 하니 필시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되었으리라. 짧은 동거 도안에 잘 지냈던 것보다도 더 우린 친하게 지냈을 수도 있겠지. 일단은 먼저 태어났다고 했으니 너는 적어도 나보다는 형일 테고, 한 학년이나 두학년 정도 위정도면 적당하겠구나 싶어서. 파이브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다가. 문득. 묘한 기분이 들었다.

"있잖아 우융."

"어."

"토요일이면 집에 갈 수 있는데, 기분은 어때?"

"갑자기 그런걸 묻는다고? 음, 뭐... 좋지. 집으로 가는 건데."

하며 우융이 웃었다. 아, 갑자기 지구로 추락해서 대체 뭔 고생이냐. 빨리 돌아가고 싶다~ 

쭈욱 기지개를 켜며 피로한듯이 제 몸을 이리저리 늘이는 우융을 파이브는 가만 바라보는 것밖에 하지 못했다. 우융이 활짝 웃고 있어서 그랬을 수도 있고, 차마 그 앞에서 어떤 말을 뱉기가 그래서였을수도 있고. 어쩌면 우융도 돌아가기를 희망하고 있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래, 그랬지. 돌아가기 위해서 잠시 파이브의 집에 머물렀을 뿐이고, 결국 우융은 제 고향별이라는 밀 혜성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그러니까.

"야 우융."

"또 왜."

네가 여기에서 조금 더 머물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는 게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일 것이겠지. 나는 식충이 하나를 잡아내고 너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안녕, 하며 인삿말을 주고받으며 보통의 이별처럼 떠나는. 그런 결말이 좋을 테다.

"넌 왜 텔레포트 같은 초능력이 없냐, 다시 또 돌아가야 하잖아."

"지가 나까지 끌고 나와놓고 왜 지랄이야."

"그러면 좀 기억소거같은 특수한 상황에 대한 거 말고 좀 편한거 갖고 있던가."

"왜 오늘따라 개소리야 진짜."

우융이 돌아가기까지, 이틀.

파이브는 오늘과 같은 일상이 깨지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을 품었다.

.

"방학이라고 놀지만 말고 다음학기 대비해서 다들 공부도 좀 하고, 밤늦게까지 게임만 하지 말고. 그리고 ... "

파이브는 방학에 앞서 이러쿨 저러쿵 들려오는 이야기들을 한 귀로 흘렸다. 턱을 괴고 시선을 창문 밖으로 돌려서 퍽 파아란 하늘을 보고 있었더란다. 제 눈색보다는 연한 푸른빛인 그것에 하얀 것이 가득 끼어서, 어쩌면 파이브는 그것이 저를 닮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랐다.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은 먹을 품지는 않아도 무언가를 떠올리게 한다, 이것저것 섞여있는 모양새는 혼잡한 제 마음을.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낮에 뜬 달. 그 달이 파이브의 눈에 훤하게도 잡혔다.

"달.."

달. 파이브는 그를 보며 마냥 중얼거렸다. 달은 밤을 연상케 했고 밤은 즉 우융을 연상케 해서. 그것이 마치 우융의 눈동자를 쏙 빼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아란 하늘에 뜬 것은 아니지만 밤에 뜨면 꼭 모양새가 그러하겠다 싶었다는 말이다. 내일이면 우융은 제 고향으로 간다. 저를 놔두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다들 이제 돌아가자."

방학식의 끝을 알리는 선생님의 말이 끝나자 파이브는 순간 벌떡 하고 일어났다. 네에, 하는 길게 늘어지는 소리와 함께 왁자지껄 떠들던 친구들의 소리 말고 순간 파이브에게는 돌아가자는 말만 걸러 들려서. 모두가 조용해진 순간에야 그는 제가 이상한 짓을 했음을 자각하고 사과의 말을 건네고선 돌아가기 시작했다. 묘하게 빠른 발걸음은 집에서 박혀 있을 우융이 늦게 오면 아이스크림 남은 것을 다 먹어버리겠다고 했던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절대로 우융이 떠나는 상상을 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아이스크림을 다 먹어치우게 둘 수 없으니까. 그래서다.

"우융!"

"..."

"..."

문을 벌컥 열고 집으로 들어선 순간에 마주한 두 존재는 굳는다. 둘 다 당황의 굳음이었다. 우융은 벌써 온 파이브를 보고. 파이브는 몇개를 먹은 건지 굴러다니는 아이스크림 비닐과 빵빵하다못해 과할 정도로 틀어져 있는 에어컨 때문에. 파이브는 우융의 손에 들린 메론 아이스크림 하나를 본다. 그걸 또 처먹으려고.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그를 빼앗는 손이 우융을 지났다.

"너네 방학식 점심은 되고 끝내준다지 않았냐."

"무슨 학교가 방학식을 그렇게 오래 해."

도륵, 굴러가는 우융의 눈동자가 파이브의 눈에 선히. 위기를 당장 모면하려고 할 때 우융은 딱 저런 반응을 보였다. 그것도 대놓고 적발되면 유독 그런 경향이 짙었다. 아무말 않고 아이스크림을 한입 하자 우융은 입을 떼려다가.

"우융."

막혔다. 파이브가 먼저 그의 이름을 불러버렸으므로. 그러면 가만 파이브의 눈치를 슬 보는 우융이 이렇게 우스웠나. 그런 파이브의 기색에 나름 안도하던 우융은 이내 떨어지는 선고에 얼굴을 굳혔다.

"오늘 확인해봐야 할 곳 니가 좀 둘러보고 와."

"나 혼자? 이 땡볕에? 파이브 이거는 솔직히 외계인의 인권을 조금 짓밟는 행위라고 생각해."

"너 외계인이니까 지구의 인권 적용 안해. 외계인주제에 인권이 어디있다고."

"너.. 이 개자식..."

"꺼져."

말하는 꼬라지 좀 봐. ... 궁시렁대며 출발하는 우융을 뒤로 하고서 파이브는 제 몸을 푹 감싸는 소파의 촉감에 파묻혀 유튜브를 틀었다. 거기서 마크 영상이나 찾아 보고, 밀 혜성에 대해서 찾아보기도 하고. 좀 배가 고프다 싶으면 밥을 먹었고 운동은.. 애초에 좋아하지도 않는데 선택지를 왜 뒀지? 아무튼 자유분방한 하루를 보냈음을 틀림이 없을 테다. 우융이 없을 때로 돌아간 것 처럼, 우융이 돌아갔을 때의 자신을 한번 체험헤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큰일났네."

생각보다 재미가 더 없었다. 과거의 나는 대체 어떻게 혼자서 버틴 거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생각해보니 그때도 썩 잘 버티지는 못했다. 그나마 학교라는 루틴과 남은 시간을 컴퓨터나 폰으로 때운다는 선택지를 꾸역꾸역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지 정상적으로 버티지는 않았을 테다. 그런데 리제는 우융도 없고 학교도 없고, 진짜 쌩으로 24시간을 버텨야 한다고.

하, 파이브는 작게 숨을 뱉었다. 듣기에는 헛웃음 정도로 들릴 숨을. 실제로 기분 또한 헛웃음을 뱉어버릴 정도로 뭐가 많았다. 답답하고, 지루하고.. 또 혼잣말 병이 도지려나. 부모님이 돌아오시기까지는 아직 기간이 많이 남았고 우융이 제 곁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이제 단 하루밖에 남지 않아서. 고작 하루밖에 없어서.

"아-... 진짜 개같다."

파이브가 문을 열고 나왔다. 밤공기라도 쐬고 싶어서. 근데 에어컨 속에 있던 몸이 후덥지근한 여름의 향기를 처맞고는 도로 돌아갔다. 꼴값이다. 하는 우융의 말이 들린 것만 같았다. 어쩌라고, 하며 응수하면 찰칵 하는 소리가.

음? 고개를 돌리자 우융이 그를 찍고 있었다. 파이브 감성샷, 나는 가끔 눈물을 흘려.. 대체 뭘 하는거야?

"에휴. ...야 우융, 오늘 발로 듀오나 돌리면서 샐까?"

"갑자기 이런 제안을 다 하고, 앉아."

어쩌면 마지막으로 같이 할 게임이었다.

.

파이브가 눈을 떴을 때는 시계가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6시. 오후 6시. 오전은 아니니까 오후였을 것이다. 두 사람이 게임을 하다가 우융의 귀가.. 아니, 귀성 문제 때문에 잠에 든 것이 오전 6시임을 생각하면 약 12시간의 잠을 잔 셈이라. 비몽사몽하면서도 파이브는 일어나서 휴대폰을 켜 뉴스를 훑었다. 일단 별을 볼 자리는 찾아놨으니 대충 언제 가면 되는지만 알면... 지금이네.

"...지금?"

파이브의 정신이 확 깼다. 지금 별이 지나간다고. 다급히 몸을 일으킨 파이브는 우융을 불렀지만 답이 없었다. 아 우융, 지금 혜성이 지나간대!

"지금 혜성이 지나간, 어?"

우융이 쓰던 방은 텅 비어 있었다. 쪽지 하나만 남기고서 우융의 방에는 더 이상 뭐가 없었다. 벌써 별 보러 간 건가? 갈거면 나를 깨웠어야지 이 멍청이가.

빠른 걸음이다 못해 뜀박질을 시작하며 흘낏 쪽지를 다 읽어내고서 파이브는 그제 제가 찾았던 장소로 향했다. 우융은 아마 그곳에 있을 것이다. 어제 스스로 둘러본 그 곳은 다 마음에 안 든다고 했으니 우융은 분명 그곳에 있을 것이라고. 그런 확신과 함께 제가 찾았던 그 장소로. 친구를 배웅하는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뛰어야만 했다. 배웅도 못하고 그를 보낼 수는 차마 없을 것 같아서. 그 발걸음에 조급함이 섞이기 시작한 것은 아마 저와 함께 간 그 장소에 우융이 없었을 때부터였을 거다. 거짓말. 우융은 거짓말을 하고서 다른 장소로 갔다. 이유는 아마 파이브를 따돌리기 위해서.

왜, 왜 그랬어, 우융.

그렇게 묻기에는 우융은 지금 파이브의 옆에 없었다.

.

"우 콜록! 콜록! 융! ..콜록, 하아, 하아, 하."

가쁘게 숨을 내쉬는 파이브는 기어코 우융이 있는 장소로 왔다. 막 우융이 떠나려는 그 순간에. 체력이 약하고 달리기도 좀 잘 뛰는 편은 아닌 파이브의 몸상태로 찾았다기에는 많이 이른 만남이라, 숨을 고르며 냅다 우융을 잡은 파이브는 제가 찍기를 잘 찍었다고 생각하면서 우융과 눈을 맞췄다.

"왜 나만 놔두고 갔냐."

"니가 못 놓을 것 같아서."

그건 제법 파이브의 가슴을 쿡 찌르는 말이었다. 못 놔? 못 놓긴 누구를? 너를? 당황에 흐트러진 말이 파이브의 입에서 흘렀다. 어떻게 속마음을 읽었지, 하는 생각과 들킨 진심이 혀를 꼬았다.

"밥이랑 전기세도 너때문에 더 많이 내야 하고, 어제는 쌓아둔 아이스크림 수량도 엄청 줄이고. 발로란트나 하자고 하고, 오타쿠에다 키도 작고 능력은 뭐 쓸모도없는 기억삭제같은거나 가지고있고 하는 니가 나가는 건데 뭐."

"씨발 아니 다 맞는 말이긴 한데 뭔가 좀 심하다?"

과장된 행동으로 슬픔을 표시하는 우융의 행동을 가만 바라보던 파이브는 여전한 놀람에 가만 있어야만 했다. 한번 말을 실컷 쏟아낸 탓인지 생각이란걸 할 여유가 생기고 말이란 것을 정리하는 동안에 우융은 한번 더 돌을 던져서.

"그럼 너는, 내가 그냥 이렇게 돌아가면 아무런 느낌도 없냐? 그렇게 친하게 지내놓고?"

"그럴 리가 없잖아."

"이제 좀 솔직해졌네."

우융이 웃었다. 파이브는 그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서 뭐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지 말라고 하면 안 갈것도 아니면서. 그런 주제에 저 미친 외계인 놈은 웃는다. 이제 너를 떠나보내고 나면 혼자서 외로워질 놈 하나를 앞에다 두고. 줬다 뺏는 것이 너무하다고 우융은 멋대로 추락해서 왔다가 멋대로 별을 향해 간다. 자신의 의사는 일절 반영된 것이 아니라 오롯한 우융의 의지대로.

"야 파이브, 별 보러 가자."

"뭐?"

"우리 행성으로 잠깐 와, 그리고 너도 잠깐만 살다가, 니네 별로 가자."

"가능해?"

"가능하지."

"우리 부모님은?"

"그것도 대충 잘 처리할 수 있어. ...이거 패드립 아니다?"

하며 우융이 웃었다. 어느새 새카만 몸이랑은 어울리지 않게 힌 빛을 내면서. 슬쩍 파이브를 향해서 손을 뻗으며.

"야 파이브."

별 보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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