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지나가던
-다음 뉴스입니다. 몇십년 주기로 관측되는 밀 혜성이 이번주 토요일, 그러니까 3일 뒤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미 명당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는 가운데 ... 뚝. 실없이 흐르던 뉴스를 갑자기 끊었던 것은 제가 들은 그것이 뒤에 들을 별 이상한 정보들과 섞여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뭐 듣는다고 혼란이 오진 않겠지만, 혹시 모르니
행크. 마지막이 부르는 소리가 고막에 닿는다. 사실 나지막한 목소리가 맞는지는 모른다. 그저 조심스럽게 말한 듯 느린 자극이 그를 찔렀을 뿐이니까. 행크! 아, 이번에는 강하다. 제 신체 어딘가를 찰싹 때리는 것 같은 통증도 함께 오는 소음에 행크는 천천히 눈을 떴다. 앞에 보이는 것은 민트색 눈동자, 비니, 그리고 거기에 머리카락까지. …옝? 눈을 부비려
우토의 사진첩은 새파란 것이 한가득이다. 밀물, 썰물, 튀어오르는 파도와 부서지는 포말에, 갯벌. 새파란 것이 한가득한 사진첩은 대체 언제부터였더라? 우토의 취미 중 하나로 사진에 풍경을 담아내는 것을 가졌다고는 해도 비정상적으로 파도와 바다가 많다. 이게 다 파이브 때문이야, 라며. 작은 중얼거림을 내뱉는 것은 아마 실로 그가 옳기에. 새파란 바다를 닮은
사람 없는 시골이라는 것은 딱히 그렇게 볼 거리가 없는 편이었다. 사실 당연하지, 도시처럼 인프라가 잘 갖춰진 것도 아니고 사람이 모이지 않으니 재개발 같은 것도 없다. 특히 그런 와중 고령화까지 진행될 대로 진행된 진짜 깡촌은 유난히 더 그랬다. 다행인 점이 있다면 지금 이렇게 둘러보고 있는 파이브 자신은 도시에서 살다 잠깐만 내려 온, 여름방학 동안만
파이브는 대체 무엇을 했는가? 문득, 무덤을 만들던 손길이 우뚝 멈추고 허공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제 손에 쥐여진 것들은 모두 떠난 이를 기리기 위한 것. 하면, 파이브는 그들을 제대로 기렸는지. 파이브가 한 것이라곤 분노다. 결국 그 분노를 원료로 무언가를 해냈냐 하면 그것은 또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제 분노에 함께하다 죽은 친구들만이 있겠지
우란 봄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봄을 향해 가는 것이라. 너른 봄을 향하여. 꼼꼼히 감싼 이불의 사이에도 틈이 있다. 그걸 모르지 않아서 조금 여러 겹 겹쳐놓은 이불이건만 자꾸만 찔러 들어오는 한기가 조금 강해서. 이불 밖으로 빼꼼 내민 손이 방황하다 손 끝에 걸리는 감각으로 휙 채 온 것은 휴대폰이라. 머리 끝까지 덮어 쓴 이불 안에서 확인한 시간은 정
철썩, 쏴아아. 파도가 드세게도 방파제에 부딪치던 소리. 새파란 것이 새하얀 물거품과 함께 와 철썩, 부딪치고는 윤슬이 빛나던 광경.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던 두 꼬맹이. 귀에 익은 소리가 돌아올 수 없는 과거를 불렀다. 소라고둥이 담은 옛 바다의 소리처럼, 여전한 소리가 담은 과거는 짠 내음과 함께 훅 밀려들어왔다. 그날 썰물과 함께 실려간 것은
열통. 눈을 뜬 파이브가 감각하는 것은 그렇게나 뜨거운 열통이었다. 하늘로 향해있는 시선과 땅에 등을 대고 볼품없이 추락한 흔적은 그렇게 통증을 남기고 생명을 남겼다. 터져나간 것은 등만이 아니었는지 배에도 새겨진 그 여러군데의 출혈과 피부가 전신에서의 열통을 동반해서. 생을 꺼트리는 통증이 되려 사실 하나를 상기시킨다. "...살았다." 그는 그럼에도
불이다. 먼 거리에서도 느껴지는 그 짙은 탄내와 색상이 자기주장을 격렬히 해대고 있다. 건물을 잡아먹는 건지 건물에 붙은 기름을 잡아먹는 건지, 하나 결과가 있다면 무엇이 되었던 간에 저 건물은 그 불길에 먹혀 사그라질 것이란 것이라. 뜨겁고 짙은 불이 작은 세상을 덮어서, 갉아먹다못해 전부 다 연소시켜버릴 것이란 이야기다. 그를 보는 코마의 코에는 그 탄
"파이브, 왜 죽으려고 들어. 살아야지, 그치?" 흐으, 하아. 간신히 들이마셨다 내뱉을 수 있는 숨이 파이브의 폐부를 채웠다가 빠져나간다. 추락 실패, 우습게도 파이브는 친구들이 가는 곳으로마저 가지 못했다. 무덤 5개를 만들고, 자신의 것 치는 꽃 하나를 심고 장렬하게 날아올랐다가 추락사. —같은, 뭐 그런게 아니었다 이거다. 우융의 새카만 눈이 파
"...한 번만. 딱 한 번만 살려주라." 파이브의 말이었다. 숨 하나도 제대로 못 쉬어서 끅 끅 대며 호흡하는 몸이, 채 죽이지 못하고 되려 패배한 상태로 3명을 제 앞에다 놓고서, 정상이 아닌 몸 상태로 고개를 푹 박으며. 자신을 살려달라고. 구명구걸救命求乞 바라건대 내가 이 일을 끝마치기 전에는 죽지 않도록. 만신창이가 되어서 깨져버린
파이브는 제게 익숙한 색감을 응시한다. 하늘이라기엔 찰랑였고 바다라기엔 조금은 새카만, 탁하고 진한 잿물을 보는 것 같았다. 아마도 원류는 바다였을 테다, 그렇지 않고서야 드문드문 보이는 파랬던 흔적이 남을리가 없으니까. 검은 물, 그 속에서 드문드문 파란빛으로 반짝이는 파도. 파이브는 이 광경을 잘 안다. 언젠가 본 이후로 잊을 수가 없다. 그래, 왜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