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지나가던
파이브는 대체 무엇을 했는가? 문득, 무덤을 만들던 손길이 우뚝 멈추고 허공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제 손에 쥐여진 것들은 모두 떠난 이를 기리기 위한 것. 하면, 파이브는 그들을 제대로 기렸는지. 파이브가 한 것이라곤 분노다. 결국 그 분노를 원료로 무언가를 해냈냐 하면 그것은 또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제 분노에 함께하다 죽은 친구들만이 있겠지
우란 봄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봄을 향해 가는 것이라. 너른 봄을 향하여. 꼼꼼히 감싼 이불의 사이에도 틈이 있다. 그걸 모르지 않아서 조금 여러 겹 겹쳐놓은 이불이건만 자꾸만 찔러 들어오는 한기가 조금 강해서. 이불 밖으로 빼꼼 내민 손이 방황하다 손 끝에 걸리는 감각으로 휙 채 온 것은 휴대폰이라. 머리 끝까지 덮어 쓴 이불 안에서 확인한 시간은 정
철썩, 쏴아아. 파도가 드세게도 방파제에 부딪치던 소리. 새파란 것이 새하얀 물거품과 함께 와 철썩, 부딪치고는 윤슬이 빛나던 광경.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던 두 꼬맹이. 귀에 익은 소리가 돌아올 수 없는 과거를 불렀다. 소라고둥이 담은 옛 바다의 소리처럼, 여전한 소리가 담은 과거는 짠 내음과 함께 훅 밀려들어왔다. 그날 썰물과 함께 실려간 것은
열통. 눈을 뜬 파이브가 감각하는 것은 그렇게나 뜨거운 열통이었다. 하늘로 향해있는 시선과 땅에 등을 대고 볼품없이 추락한 흔적은 그렇게 통증을 남기고 생명을 남겼다. 터져나간 것은 등만이 아니었는지 배에도 새겨진 그 여러군데의 출혈과 피부가 전신에서의 열통을 동반해서. 생을 꺼트리는 통증이 되려 사실 하나를 상기시킨다. "...살았다." 그는 그럼에도
불이다. 먼 거리에서도 느껴지는 그 짙은 탄내와 색상이 자기주장을 격렬히 해대고 있다. 건물을 잡아먹는 건지 건물에 붙은 기름을 잡아먹는 건지, 하나 결과가 있다면 무엇이 되었던 간에 저 건물은 그 불길에 먹혀 사그라질 것이란 것이라. 뜨겁고 짙은 불이 작은 세상을 덮어서, 갉아먹다못해 전부 다 연소시켜버릴 것이란 이야기다. 그를 보는 코마의 코에는 그 탄
"파이브, 왜 죽으려고 들어. 살아야지, 그치?" 흐으, 하아. 간신히 들이마셨다 내뱉을 수 있는 숨이 파이브의 폐부를 채웠다가 빠져나간다. 추락 실패, 우습게도 파이브는 친구들이 가는 곳으로마저 가지 못했다. 무덤 5개를 만들고, 자신의 것 치는 꽃 하나를 심고 장렬하게 날아올랐다가 추락사. —같은, 뭐 그런게 아니었다 이거다. 우융의 새카만 눈이 파
"...한 번만. 딱 한 번만 살려주라." 파이브의 말이었다. 숨 하나도 제대로 못 쉬어서 끅 끅 대며 호흡하는 몸이, 채 죽이지 못하고 되려 패배한 상태로 3명을 제 앞에다 놓고서, 정상이 아닌 몸 상태로 고개를 푹 박으며. 자신을 살려달라고. 구명구걸救命求乞 바라건대 내가 이 일을 끝마치기 전에는 죽지 않도록. 만신창이가 되어서 깨져버린
파이브는 제게 익숙한 색감을 응시한다. 하늘이라기엔 찰랑였고 바다라기엔 조금은 새카만, 탁하고 진한 잿물을 보는 것 같았다. 아마도 원류는 바다였을 테다, 그렇지 않고서야 드문드문 보이는 파랬던 흔적이 남을리가 없으니까. 검은 물, 그 속에서 드문드문 파란빛으로 반짝이는 파도. 파이브는 이 광경을 잘 안다. 언젠가 본 이후로 잊을 수가 없다. 그래, 왜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