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
하드코어 파이브
파이브는 대체 무엇을 했는가? 문득, 무덤을 만들던 손길이 우뚝 멈추고 허공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제 손에 쥐여진 것들은 모두 떠난 이를 기리기 위한 것. 하면, 파이브는 그들을 제대로 기렸는지.
파이브가 한 것이라곤 분노다. 결국 그 분노를 원료로 무언가를 해냈냐 하면 그것은 또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제 분노에 함께하다 죽은 친구들만이 있겠지. 그럼 파이브가 만드는 무덤은 크게 따지자면 제가 죽인 이들의 추모비를 만드는 셈이다. 너희는 어떻게 생각해? 라며 물어도 답해줄 사람 하나 없이, 저와 그렇게 싸우던 인간들의 반응도 없이.
정적이었다. 고요, 침묵,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이제 그 또한 죽을 심산으로. 여전히 파이브는 분노하고 있지만 이제 그 분노를 같이해줄 친구들은 다 떠났다. 허무의 밀물이 들어오면 파이브는 그냥 쓸려가버릴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그런 감정에 이끌린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먼저 간 이들에게 예의가 아니니까.
파이브는 죽는다. 이는 변하지 않을 참인 명제다. 파이브가 인간이라는 부분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 파이브가 그렇게 정했기 때문에. 이는 우울에 휘청여서도, 허무에 몸부림쳐서도 아니며, 또한 자기혐오로 점철된 그런 죽음도 아니라.
그냥.
파이브는 선하의 죽음으로 시작된 이 빌어먹을 싸움이 끝나면 죽으려고 했다. 한 사람을 기리기 위한 싸움이서 피가 너무 많이 흘렀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과다출혈로 죽어버린다. 우리는 삶의 끝자락에서야 비로소 투쟁을 멈춰서. 마지막. 무덤가를 다듬은 이후 파이브는 볼품없는 수레국화 하나를 심었으니, 그곳이 곧 묫자리라. 폭죽과 함께 파이브가 날았다. 높고 높이. 그 하늘에 드높게. 너희들이 있을 그곳을 탐하듯 높게.
그래도 역시, 조금은 허무하네.
한 줌의 점만 남아서.
아, 인생의 완결을 그렇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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