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레타와 미오리네

편지를 주고 받아보고 싶은 신랑

에리랑 본 만화에서는 종종 이러던데!

안녕하세요, 미오리네 씨!

편지로 뵙는 건 처음인가요? 메시지를 보내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에요. 사실 조금 낯부끄럽기는 해요. 하지만 꼭, 미오리네 씨에게 편지를 한 번 써보고 싶었어요! 미오리네 씨가 출장 갔을 때를 노려 편지를 짐에 끼워두는 건 에리의 아이디어였지만요.

오늘은 록시-기억하시나요? 우주선 연료실에서 숨바꼭질을 하다 깜빡 잠드는 바람에 동네를 발칵 뒤집어 놨던 그 아이에요-가 놀이 시간에 갑자기 울어버리지 뭐예요. 또 무릎이 까진 줄 알고 놀라 달려갔는데, 록시가 “너무 즐거워요.” 라고 하면서 눈물을 방울방울 떨구더라구요. 그 소리를 들은 엄마는 한참을 웃으셨고요. 록시는 간식을 하나 더 챙겨주니까 다시 웃으며 달려갔어요.

그때는 당황했는데 지금 찬찬히 돌이켜보면 록시의 기분을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을 내다봐도 뒤를 돌아봐도 즐겁고 뿌듯하면 괜히 벅차오를 때가 있죠. 넘쳐흐른 행복이 눈물샘까지 비집고 들어가서 눈물을 밀어내나봐요.

저번에 제가 혼자 울고 있던 장면을 미오리네 씨에게 들켰었잖아요. 고백하자면 사실 저도 록시랑 같은 기분이었던 것 같아요. 미오리네 씨가 달래주시는 게 좋아서 말하지는 않았지만요.

요즘은 상상도 못했던 기쁨과 즐거움이 넘쳐나는 하루하루에 적응해가고 있어요. 물론 미오리네 씨를 기다리는 것도요. 예전에는 하루에 몇번씩 왕복선 일정을 확인했었거든요. 최근에는 미오리네 씨 몰래 깜짝 선물을 준비하면서 기다림을 이겨내는 중이에요. 하지만 역시 빨리 다시 보고 싶네요.

아직 펜 쥐는 게 그리 익숙하지는 않아서 이번 편지는 여기까지만 써볼게요! 다음에는 더 길게 적어 볼게요. 릴리크가 편지 꾸미기를 도와준다고 했거든요. 참, 같이 보내는 사진은 이번에 아이들과 갔던 소풍 사진이에요. 다 같이 토마토를 나눠 먹었답니다.

그럼 여기서 총총.

언제나 미오리네를 사랑하는 슬레타가.

추신. 사실 마지막 보내는 사람 부분을 쓰고 싶어서 편지를 보내기로 결심했답니다!

추신2. 편지 내용은 에리와 엄마에게 보여주지 않았어요. 에리가 꼭 이 내용을 추가하라고 하네요.

“…왜 편지를 속옷칸에다 숨겨둔 거야?“

[내가 시킨 거 아나. 슬레타가 급하게 넣다가 그랬나보지.]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 짧은 편지 한 장 쓴다고 나흘을 고민하더라니까. 귀엽지?]

“…….”

[생각보다 반응이 떨떠름하네.]

“그런게 아니라….”

“아 대표님. 이번 출장 일정 말인데요.”

“마침 잘됐어. 일정 전부 사흘…아니 나흘 정도 앞당겨 줘.”

“네?”

“그리고 일주일 후에 우리 집으로 가는 편도선 예약도 다시 해줘. 집에 최대한 빨리 돌아갈 일이 생겼어.”

[하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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