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레타와 미오리네

미오리네의 마더콤에 대한 단상

1기 ed을 중심으로

미오리네 렘블랑은 엄마를 그리워한다. 분명 그러하지만, 미오리네는 사실 엄마에 대해 잘 모를 것이다. 너무 어렸을 때 겪은 엄마의 상실, 동시에 일어난 아버지에 대한 실망은 미오리네가 가질 그리움을 맹목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미오리네에게 어머니는 현실의 추악한 어른들과는 다른 포용력과 지혜를 깆춘 이상향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그런 미오리네가 어머니의 흔적을 찾아 지구로 가고자하는 것은 일견 당연해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조금 의문이 든다. 우리가 마주한 미오리네의 지구행은 목표나 뜻이 있는 여행이 아니라 도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미오리네 렘블랑이 단순히 모든 것에 염증을 내고 도망을 선택할 것 같지는 않다.

이유는 작중 몇 번 언급되는데, 미오리네는 이미 과거에 숱하게 도전하고 실패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샤디크와의 관계에 얽힌 이야기도 그렇고, 아버지와의 관계는 더더욱 그렇다.

미오리네가 이미 실패의 챔피언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슬레타의 “도망치면 하나, 전진하면 둘"이어미오리네에게 어떻게 들렸을 지 생각해보자. 그제까지의 실패가 의미 없지 않았다는 위로로 들리지 않는가. 실제로 1화에서 슬레타는 “지게되도 경험을 얻어요.” 라고 해설해주니까.

슬레타가 처음부터 완전히 특별한 존재로 다가오진 않았을 것이다. 첫인상은 호감 주는데 성공했다 정도겠지. 하지만 슬레타와 함께 있게 되며 미오리네는 자신의 도전정신을 다시금 회복한다. 7화에서 주식회사 건담 아이디어를 공개하기 직전 미오리네가 말한 “내가 너를 지킬 거야” 라는 말은 이제껏 쌓은 호감과 정신 상태가 회복될 때 까지 그녀를 지켜준 것에 대한 보답이 섞여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이지 뭐.

아무튼 미오리네는 슬레타를 위해 지구로 향하게 된다. 도피가 아니라 목표가 있는 기념비적인 지구행이었음에도 끝은 좋지 않았다. 프로스페라의 계략 탓에 어머니의 흔적이 있는 지구에서 전범 취급 받게 된 미오리네는 무너진다. 이건 이 사태를 무시하기에 미오리네의 윤리가 강했으며 슬레타와의 관계가 잠시 멀어졌던 탓에 멘탈이 흔들렸던 탓도 있겠지만, ‘어머니의 땅’을 안식처로 여기던 그녀에게 어지간히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이제까지는 무너졌을 때 지구에서 다시 시작하는 삶을 꿈꿨을 수 있었으나 그 도피처를 무너뜨렸으니까, 미오리네가 이제까지 기대거나 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던 방법이 자신 탓에 사라진 것이다. 그런 그녀가 선택한 방법이 슬레타와 손잡고 앞으로 전진하기 라니 이 사랑이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난다. 1기 엔딩곡은 미오리네가 슬레타에게 하는 헌사곡이라고 생각하면 과몰입해서 즐길 수 있다. 이름부터 그대여 고귀하여라 잖아…

이건 진짜 짧은 사담인데 미오리네가 델링 닮은 건 누구도 부족할 수 없음 소통력이라곤 눈씻고 찾아봐도 없는 부녀다. 부녀관계 뿐 아니라 미오리네와 슬레타가 서로 말 안해서 어떤 꼬라지 났는지 봐라. 아무튼 미오리네는 성장 이후 어머니의 흔적을 식물을 통해 찾을 수 밖에 없었다. 식물은 말을 못하고, 단순히 그녀가 남긴 연구결과를 통해 그녀를 접했을 것이다. 다만 내 생각에 연구결과만 봐도 미오리네의 어머니는 훌륭한 사람이었을 거다. 행적도 그렇고 델링 렘블랑 인간 구실 시킨 것만 봐도 그렇다. 미오리네도 그렇게 생각했으니 그녀를 그리워했겠지만, 동시에 영특한 그녀는 어머니가 ‘지금의’ 자신을 좋아해줄지 자조적인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태어난 직후의 아이에 대해서는 그야 호감을 가져주겠지. 하지만 아버지와 비틀리고 친구도 없고 지구마저 더럽힌 미오리네를 어머니가 사랑해줄까? 놀랍게도 마지막 화에 일어난 콰이어트 제로의 그 암호가 답이 되었다. 그녀와 그녀를 잇는 식물에 숨겨진 암호에서 마지막으로 어머니의 말을 전달 받은 미오리네가 얼마나 안심했을까. 숙원 사업이 딸의 탓에 완전히 멈추게 되더라도 미오리네를 사랑할 것이라는 결연한 모성은 미오리네가 망연히 갖고 있던 그리움에 대한 완결이자 보답이었다. 세탁방에서 썼더니 좀 말들이 추상적이고 이상한데 나중에 내가 고쳐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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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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