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블랑 대표님의 도시락
별 것 없는 사원들의 대화
화제는 여느 때와 다름 없는 점심 시간에 툭 하고 던져졌다.
“대표님은 늘 도시락이지?”
카페테리아에 삼삼오오 모여 떠드는 모임이라면 언제 무슨 이야기가 흘러가든 이상하지 않다. 수많은 주제는 뇌의 깊은 저장고 대신, 샌드위치와 함께 위장에서 소화되기 마련인 법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회사 점심 시간만의 특별한 토핑이지. A양은 흘러내릴 뻔한 양상추를 가까스로 입가에 가져가며 생각했다.
“대표님은 늘 수제 도시락 가져오시더라.”
"대표님이니까 집에서 도우미분이 챙겨주시겠지.“
“나도 도시락인데.”
“너는 그냥 배달 받잖아.”
“맛있는 걸. 전자레인지에 땡 하도 돌리면 짠.”
“잠깐, 흘리겠어. 조심 좀 해.”
B가 결국 C의 치맛자락에 묻은 소스를 보고 한숨 쉬며 손수건을 건넸다. C는 나무람에도 넉살 좋게 웃어보였다. 둘은 숨긴답시고 적당히 자제하고 있겠지만 그들의 사내연애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들통났다는 사실을 알면 B가 수치심에 몸져 누울까 걱정되어 모두 쉬쉬해줄 뿐이었다.
“너희 대표님 도시락 본 적 없어?”
“있지. 대부분 샐러드던데. 대표님 관리 열심히 하시나봐.”
“역시 대표님이니까 전문가한테 식단 의뢰하겠지?”
“그 소리가 아니야. 대표님 도시락 샐러드 배율 완전 엉망이라고.”
균형잡힌 영양분 섭취에 큰 관심이 있는 B가 먹던 밸런스 스틱을 얌전히 삼키고 입가를 정돈한 후 말했다. 샐러드에 배율 안 좋을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슬슬 정답을 알려줘야겠다. A는 마지막 한 입 남은 샌드위치를 꿀꺽 삼키고 입 주변을 닦았다.
“대표님 도시락은 아내 분이 만드시는 거야.”
“매일? 대단하다. 학생 때 약혼 했다더니 아직도 신혼 같으신가봐.”
학원 출신 아닌 사람들은 그걸 모를 수도 있겠구나. A는 그리운 학원의 정경과 언제나 화제의 중심에 있던 두 여학생을 떠올렸다.
“아내 분이 재활의 일환으로 도시락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한 다음부터 계속 만드실 걸.”
“낭만있다~ 나는 아침마다 준비하기 힘들어서 못해.”
“나는 그런 거 필요 없….”
“그리고 아마 재료는 대표님이 직접 기른 채소일거야.”
“그러고보니 대표님 취미가 가드닝이었나?”
“대표님 관심 사업 중 하나가 종자연구였지.”
이야기의 주제는 다시 얼마 전 생긴 종자연구소로 넘어가고, 그 근방에 생긴 직원 복지시설과 상가로 바뀌었다.
그러니까 A도 간략하게 단상했다.
너희 아직 깨 볶는구나. 잘 됐네, 잘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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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있는 땃쥐
귀엽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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