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 1.
감정은 선택을 하는데 방해만 될 뿐. 자신의 선택 하나하나에 여럿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되는 자리에 있다면 더더욱 감정에 흔들려선 안된다...
드디어. 드디어. 디셉티콘의 총사령관이 잡혔다. 이걸로 이제 모든게 끝인가. 스스로에게 자문해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아니다다. 그가 이끄는건 맞지만, 그가 사라진다고 디셉티콘이 한꺼면에 박멸하는건 아닐테니.
구속된채 군중들 앞에 전시되듯 서있는 그의 곁에 갔다. 나또한 그를 가까이서 보기위하여. 그토록 오랫동안 골머리를 썩게 해온 자였다. 적어도 이 자만큼은...
"...여전하군, 오토봇. 퍼셉터라고 했었나."
"..."
그가 먼저 아는체를 해온다.
"여전히 그 가면을 쓰고서 난 아무렇지도 않다고 되새기나."
"...."
"차라리 날 보며 원한을 품고 방방 뛰는 녀석들이 더 낫지. 넌 그저 나약해빠진 자신을 숨기기위해 감정이 없는척하는 겁쟁이일 뿐이야. 나는 널 기억해."
그와 내가 마주보던 옛날의 그순간이 쓸데없이 눈앞에 선명하게 펼쳐진다.
급작스러운 총공격. 일방적인 전쟁.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던 그때에 그는 디셉티콘들 사이에 서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이 든 검을 우리에게 가리키며 [학살하라.] 명을 내렸다.
그 어떤것도 느껴지지 않는 무미건조한 그 목소리에 모두들 아비규환이 되어 비명과 절규를 내질렸다. 잔인하기 짝이 없는 결과를 야기한 그에겐 우리에게 미움도 증오도 없었다. 그저 걸리적거리니 치우는것일뿐.
아무런 감정 없는 목소리가 뇌리속에서 잊혀지지가 않는다. 이끄는 자라면 응당 그래야한다. 그에게서 그거 하나만큼은 배울만했다.
"내가 죽였다."
"...!"
"네 옆에 서있던 소중한 존재들 모두다...!"
"메가트론!!!!"
공격능력은 미비하지 짝이 없겠지만 이렇게 약해져있는 상태라면...!!
"여보쇼, 높으신 양반. 진정하쇼."
"라쳇, 이거 놓게!!"
"나하나 뿌리치지도 못하면서 무슨."
"큿!"
"조롱거리가 될 구차한 삶보다 적인 오토봇에게 명예로운 죽음을 당할려고 저러는거잖소. 쯧, 평소 냉철하다못해 무감정하신분이 오늘따라 왜이러실까."
많은 이들이 그의 손에 죽었다. 시간대만 다른, 오늘과 같은 날에도...나는 살아남았다. 아니, 옛날의 나는 죽었지만 지금의 난 여기 존재한다.
"좋은 날 아니오. 요 꼬맹이들이야 말로만 들었지, 나또한 거기 전쟁 한복판에 있었잖소. 갑시다. 기쁨의 축배를 들어야지."
"..."
라쳇의 손에 이끌리며 몇번이고 뒤를, 그를 돌아본다. 그가 죽든 죽지않든 이미 죽어버린 자들은 돌아오지않는다. 나를 꿰뚫었던, 내 마음을 가로지르는 상처도 사라지지 않는다.
감정은 불필요한것.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선택을 하도록 이끄는것. 다시한번더 되새기지만...
"나는 완벽하지않아."
라쳇은 목구멍으로 음료를 넘기다말고 자신의 부러진 머리장식을 손가락으로 톡톡 쳤다.
"완벽한 존재가 어딨겠소. 간 자를 잊지않고 기억하는거. 그게 남겨진 자들에게 부여된 사명같은거지뭐."
"...."
잠깐 방심하면 빈틈을 노려 바이러스처럼 파고드는 감정 데이터가 들어올 자리조차 없게, 감정을 지운 자리에 전쟁속에 쓰러져간 한명한명의 얼굴을 업데이트한다. 혹시라도 감정에 치우쳐 또다시 실수를 하지않기위해.
…
"메가트론, 의회는 그대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다."
"네놈들 손이 더렵혀지는건 싫은가! 죽여라! 죽이란 말이다!!!"
"그건 안될말이지. 죽으면 그대는 디셉티콘의 전설적인 영웅이 된다. 그대가 존재하는이상 디셉티콘의 총사령관 자리는 계속 공백이겠지. 리더가 없으니 다시 결집하긴 힘들꺼야. 이대로 영원히."
"네놈들...!!!!"
악을 쓰며 끌려가는 그를 마지막으로 눈에 새긴다. 이걸로 하나가 정리된거 뿐이야. 자신의 리더를 돌려받기위해 앞으로 디셉티콘은 공격을 계속해올테고, 이 길다면 길고 짧았다면 짧았던 평화는 깨어지겠지.
...기나긴 업데이트가 끝났다. 빡빡히 들어찬 공간의 마지막 자리를 차지한, 아무것도 모르던 화사하게 웃는 옛날의 자신의 데이터를 잠시 바라보다, "...난 완벽하지않아." 자신을 지움으로서 공백을 두어 여지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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