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시에게 수행 편지를 쓸 수 있다면
탐라 드림 구몬
@주인들은 근시에게 첫번째 수행편지에 뭐 적어서 보낼 거예요?
: 안-녕! 지금은 사라져버린 저의 첫 혼마루에 돌아왔습니다.
돌아왔다는 표현을 써도 될 진 모르겠지만 몹시 그리웠던 모습들이 눈 앞에 있어서..응, 보고싶었네.
적지 않은 수의 도검남사들의 수행을 지켜보며 늘 어떤 기분이려나, 라는 생각만 가득했는데
그간 걸어왔던 과거를 자신의 두 눈으로 다시 본다는 건 꽤나 기묘한 일이구나.
여기엔 내가 사랑했고 동시에 지키지 못했던 도검남사들이 있어.
있지, 미래가 비틀리는 걸 막기 위해 과거에 손을 대면 안된다는 걸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너희들은..어떻게 견뎌냈어?
이 편지가 널 걱정시킬 걸 알면서도 그저 솔직하게 적어 보내고 싶었어.
이만 줄여야할 것 같아, 다음에 또 보낼께.
두번째 편지 : 안녕, 잘 지내고 있었나요?
아루지는 혼마루의 대청마루에서 햇볕을 받으며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극수행을 위해 이케다야 출진을 가는 남사들을 지켜봤어.
아무래도 저 때의 나는 지금보다 더 미숙한 아루지였으니까,
계속 부상을 입고 복귀하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게 괴롭더라.
그래도 알다시피 결국엔 보스까지 무사히 쓰러뜨리고
다시 돌아오는 아이들이 자랑스럽고 대견스러워서..기뻤어.
그리고 저 날은 혼마루에서 처음으로 수행을 간 남사가 있었지,
내 전 초기도 카슈 키요미츠였어.
혼마루에서의 내가 그를 기다렸던 시간은 고작 3일이였지만
그 시간이 너무 길고 외로워서 말이야.
수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 게이트 앞에서
그를 맞이하기위해 몇 시간 동안 서 있었는지 몰라.
게이트를 열고 돌아온 카슈를 끌어안은 나,
그를 축하하는 혼마루의 남사들..
‘초기도는 모든 사니와에게 가장 특별한 검이예요.’ 라고
견습 시절의 내게 말해줬던 사니와님의 말씀대로
그는 정말 나에게 한층 더 특별한 존재가 되었지.
이 편지를 읽고 있을 초기도 카슈군,
그는 나의 과거가 되었고
지금의 내겐 너라는 축복이 있으니 나는 더이상 슬프지 않아.
이 쪽의 카슈가 극수행을 마치고 돌아왔으니 얼마 안 있으면 미카즈키씨가 현현될 거야.
두번째 편지는 이만 줄이고 다음에 또 편지를 쓸께.
세번째 편지 : 네가 이 편지를 기다렸을까?
그간 모두가 잘 지내고 있었기를 바라며 다시 편지를 적습니다.
이쪽의 미카즈키씨와 다시 만났어.
달이 뜬 밤, 마루에 앉아있는 내게 말을 걸어줬어.
“여전히 길을 잘 잃어버리고 달빛을 좋아하는구나.
달은 언제든 저 곳에 있으니 이리 가까이 와 나를 봐주지 않으련?”
미카즈키씨와 처음 만났던 날,
내가 아라시가 아니였던 그 날 밤.
그 밤으로 다시 돌아온 것 같았어.
새벽녁이 터오자,
“모두 주인을 기다리고 있을 테지.
길잃은 주인아가를 다시 만나 몹시도 기뻤다.
자, 아라시. 사랑하는 이여,
해가 뜨면 돌아가야할 곳으로 다시 나아가게.”
카슈, 나는 미카즈키씨 앞에 서면 어린 계집아이가 되어버려.
그의 소매깃을 잡고 제발 지금의 혼마루로 가자고 이야기하려했어,
그런데 입을 채 열기도 전에.
“어찌되었든 지금도, 이후로도
주인아가가 사랑하는 이는 이 미카즈키 무네치카이니,
지나간 것에 너무 매여있지 말자꾸나.
해가 뜬다 하여 달이 지는 것은 아니지,
달은 언제나 저 곳에서 주인을 바라보고 귀 기울일테니 말이다.”
미카즈키씨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된다면 말이야,
조금이라도 어른스러워진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정작 울음을 참으며 겨우 전했던 말은,
“내가 사니와가 된 건.. 오로지 당신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였지만
이제 나는 아주 멋진 혼마루의 주인이예요, 미카즈키씨.
그 날, 그 거리에서 당신을 만나고 이렇게 잠시나마 다시 만나서 기뻐.
당신을 사랑한 건 내 인생에서 제일 잘한 일이였어요..
미카즈키 무네치카, 나는 나의 시간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이 혼마루의 마지막과 저를 잘 부탁드립니다.”
나, 홀가분하게 정리를 마친 기분이야.
내 역사를 바꾸고 싶었다는 건 부인하지 않아,
카슈, 네가 실망했다고 해도 감추고 싶지 않았어.
네게 비밀을 만들고 싶지 않아.
이제 과거라는 긴 꿈에서 깨어났으니
나는 너에게, 지금의 혼마루로 돌아갈 거야.
기다려줘, 앞으로 더 나은 주인이 될 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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