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긋다
: 잠시 비를 피하여 그치기를 기다리다, 히젠사니
W. 하루
사니와, 코토네는 드물게 고민에 빠져 있었다. 고향의 친구에게 받은 티켓 두 장. 저보다 사니와로서는 선배라고는 하지만, 서로 재회하게 된 경위가 그랬다고는 하지만 그렇다 해도 친했던, 친한 친구 사이가 아닌 것은 아니었다. 그랬던 아이가 자신에게 준 티켓 두 장. 코토네는 테이블 위에 티켓을 올려두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기 남사들이랑 가지…”
자신은 아무래도 기간 내에 갈 시간이 안 될 것 같다며 주고 간 티켓. 아무래도 최근에 생긴 정화 쪽의 후배가 있다고 듣기는 했는데, 그 사니와를 알려주고 하느라 바쁜 모양이었다. 혼마루도 두 개나 있으니 더 그러겠지. 그녀의 친구는 분명 겉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어리고, 그녀보다도 어리게 보일 때도 많았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경력자였다. 오죽하면 시간 정부 측에서 자신을 감시하라는 명령을 내렸을까. 지금에서 생각하면 오히려 감사한 일이기는 했다. 그 덕에 오랜 고향 친구를 만나기도 했으니까. …애초에 감시도 제대로 안 하고?
그런 생각을 하며 티켓만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누구랑 가지. 단체로 가기엔 일반인에게 받은 모양인지 단체 티켓이 아니었고, 그렇다고 몇 명만 골라서 가기엔 2인용 티켓이었다. 정말 누구랑 가지. 끙끙 앓며 고민을 해보아도 그다지 생각나는 남사가……
“……”
있었다. 없을리가 없었다. 솔직히 처음부터 그를 떠올리기는 했으나 그가 이런 곳을 좋아할지도 미지수였고, 애초에 그가 현세로 나가는 것을 좋아할지도 의문이었다. 사니와인 자신의 상태가 상태였으니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도, 한 번 말이라도 꺼내볼까? 티켓을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근데 그가 좋아할지 아닐지는 모르는 거잖아. 그런 고민만이 잔뜩 생긴 것 같았다. 똑똑, 가볍게 들려오는 노크소리와 문 너머로 보이는 실루엣에 다급히 티켓을 서랍 안에 넣었다. 아직 기간은 조금 더 남았으니, 고민 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고 4일 정도가 지났을 무렵, 사니와 코토네는 결심한 듯 서랍에서 티켓을 꺼내들었다. 구겨지지 않게 조심히 쥐고, 집무실 바깥으로 나섰다. 오늘 히젠이 뭐하는 날이더라. 애초에 근시라 한들 원정은 제외라 하더라도 출진과 내번을 빼먹을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그녀는 혼마루를 돌아다니며 두리번거렸다. 분명 일을 배치한 것은 본인인데, 왜 기억이 안 날까. 종종걸음으로 혼마루 바깥을 돌아다니다 결국 그의 방 앞까지 도착하고 말았다.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모습에 손에 들고 있던 티켓을 소중히 꼭 쥐고, 문을 두드렸다. 어야, 쫌만 기다려보라게! 익숙한, 그러나 이 방에서 들려올리가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고, 무츠노카미 요시유키가 모습을 드러냈다.
“주인아녀? 여까진 뭔 일로 왔어?”
“히젠한테 할 말이 있어서 그랬는데, 같이 있었어?”
“뭐어, 이래보여도 친분도 있으니까 말여!”
와하하! 웃으며 자신의 가슴을 콩 치며 말하는 무츠노카미의 모습에 같이 마주 웃었다. 히젠은? 안 쪽에 있으야. 문에서 살짝 옆으로 비켜, 안쪽을 턱으로 가리키며 웃어보였다. 그는 잠시 둘을 번갈아 보더니 그녀가 안으로 들어가자 방 안의 그를 향해 크게 외쳤다. 내는 이만 가본다! 그의 말에 히젠은 가라고 할 땐 안 가더니 이제 가냐며 투덜거렸으나 사니와가, 주인이 들어오는 모습에 잠깐 멈칫하더니 곧장 문을 쾅 닫아버렸다. 바깥에서 무츠노카미가 키득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렸으나 곧이어 멀리 사라져갔다.
“저 자식…… …그래서 무슨 일인데?”
“아, 그게. 히젠도 알지? 내 친구. 전에 만났던 그 왜, 내 고향 친구라던 그 애.”
“그 되게 어려보이던 그 사니와 말하는 건가?”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며 중얼거리는 그의 말에 코토네는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응, 그 애. 그 사니와가 왜? 뭔 일 있대냐? 히젠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고. 어쩐지 막상 오고 나서야 말하기 부끄러워져, 머뭇거렸다. 뒤로 숨겨버린 티켓만을 손에 꼬옥 쥐었다. 이걸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서두를 꺼내기는 했는데, 했는데…… 여전히 영문 모르겠다는 표정만을 지은 채 히젠은 그녀의 앞에 똑바로 서 있었다. 다른 이였다면 보챌 법도 하건만 그는 인내하며 그녀의 말을 끝까지 기다려주었다. 그 사이 머릿속 정리가 전부 끝난 것인지 그녀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그를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이거, 하루가 준 거거든. 그러니까, 같이 가지 않겠냐고 물어보러 왔어. …아, 물론 싫으면 거절해도 괜찮……”
“고작 이거 말하려고 그렇게 뜸들였던 거냐고.”
티켓을 내민 그녀의 손에서 한 장을 쏙 빼간 그녀가 지그시 보더니 피식, 하고 작게 웃었다. 잠깐, 히젠…! 코토네의 다급한 목소리에도 그는 티켓을 쥔 손을 위로 올려, 그녀의 손에 닿지 않게 하고는 그대로 그녀와 시선을 마주했다. 팟, 하고 마주한 두 시선에 그녀는 순간적으로 멈췄다. 그러니까, 나랑 여길 가고 싶다는 거지? 좋아. 같이 가지, 뭐. 태연히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 그녀는 멀뚱히 눈을 깜빡였다. 그래서, 언제가 좋은데? 뒤이어 들려온 그의 말에 눈을 몇 번인가 깜빡이고 나서야 어, 어?! 하고 정신을 차린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언제 갈 건데?”
“어, 이번주 토요…일…?”
“그럼 방으로 데리러 갈 테니까 토요일 잊지 마.”
……어라?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순식간에 일어나고 정리된 상황에 그녀는 어째서인지 현실감이 제대로 들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난 뒤에는 이미 약속을 다 잡고 난 뒤, 집무실로 돌아와 일을 처리하고 있는 중이었다. 꿈이었나? 그런 생각에 집무실 책상의 서랍을 열어보았으나 한 장 뿐인 티켓이 현실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한 장이 남은 티켓을 꺼내 바라보다 그대로 고개를 책상 위에 떨궜다.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데이트. 데이트구나. 정말로. 그런 생각에 후후, 하고 웃음이 새어나왔다. 이대로 토요일까지 어떻게 기다리지. 그런 생각이 들기는 했으나 그 전에 끝내지 않는다면 약속을 취소하거나 미루거나 해야할 것이 분명했기에 다시 허리를 곧게 펴 앉고, 펜을 들었다. 의욕이 샘솟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말 드물게도.
토요일 당일 오전. 미리 소식을 들었던 미다레와 카슈가 다급히 들어오며 주인 데이트 간다며! 하고 외치는 것으로 준비가 시작되었다. 이제 막 머리를 다 감고 나왔던 찰나였기에 놀란 얼굴을 한 채로 그대로 굳어있던 것을 미다레가 먼저 빠르게 다가와 그녀를 앞에 앉혔다. 주인, 옷장 열어봐도 괜찮아? 머리를 말려주며 묻는 미다레의 말에 여전히 멍한 정신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카슈가 옷장을 열고, 잠시 뒤적거리더니 무언가를 발견한 듯 환하게 웃었다.
“미다레, 미다레! 이것 봐봐!”
“나 지금 주인 해주느라 바쁜데……!!”
그러면서도 고개를 돌려 그가 있는 곳을 바라보던 미다레는 그대로 잠시 굳었나 싶더니 곧장 카슈 씨, 그거야! 그걸로 하자!! 하고 다급히 외쳤다. 단도의 기동은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듯 미다레는 빠르게 그녀의 머릿결을 부드럽게 말려주고, 가벼운 메이크업도 끝내고 난 뒤 옷을 품에 안겨주며 입고 나오라며 그대로 방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그녀는 잠시 옷을 바라보다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갈아입었다.
방 바깥으로 나왔을 때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어째서인지 내번복이 아닌 곱게 차려입은 히젠이었다. 애쉬브라운 색의 촘촘한 체크가 그려진 셔츠에 새까만 색의 긴바지, 검은색의 단정한 운동화. 어쩐지 처음 보는 것 같은 모습에 그대로 감상하고 있으니, 그가 무언가 눈치챈 듯 미약하게 붉어진 얼굴을 하고는 카슈 이 자식… 하고 중얼거렸다.
“…어라? 히젠 그러고보니……”
미다레가 품에 안겨주었던 옷, 그러니까 지금 그녀가 입고 있는 옷과 그가 입고 있는 옷의 스타일이 굉장히 흡사했다. 분명 이 옷… 현세에 잠시 나갔던 카슈가 선물이랍시고 쥐어준 옷이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던 그녀는 스쳐지나가는 생각에 눈을 깜빡이다, 그대로 얼굴을 붉혔다. 애쉬브라운 색의, 촘촘한 체크의 원피스. 검은색 폴라티에 검은색 스타킹. 그리고 저 앞에 놓여있는 신발은 검은 구두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걸 준 것은 언젠가 그와 둘이서 입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준 것이 분명했겠으나 그간 일이 거하게 있었던 바람에 완전히 잊고 있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카슈는 아무래도, 오늘이 기회이니 입히겠다는 그런 묘한 의지에 가득 차 있었던 모양이었다. 미다레를 불렀던 것은 봐라, 내가 준 옷. 똑같지! 하고 자랑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하고 그녀는 조심스레 생각했다.
적당한 굽이 있는 구두를 신고, 그가 내민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려 포개었다. 게이트 앞으로 가자 몇몇 남사들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다녀오세요, 주군! 잘 다녀와요! 복작복작한 인사를 받으며 게이트 안으로 발을 들였다. 그러고보니 히젠, 본체는? 여기. 자신의 왼손 약지를 톡톡 두드리며 보여주었다. 둘이서 맞추었던 반지에 곱게 올려진 검붉은색의 작은 보석. 다른 이들은 모른다 하더라도 사니와인 그녀가 보았을 때 한 눈에 그의 색임을 충분히 알아볼 수 있는 작은 보석이었다. 현세로 나가는 것이니 본체를 그대로 들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 반지에 그렇게 새겨넣었다는 것에 어쩐지 부끄러워져, 손을 꼭 맞잡은 채로 고개만을 돌렸다. 화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시간정부에서 현세까지 이어주는 게이트를 타고 목적지 근처에 있는 정부 관련된 건물에서 나오고 나서야 그들은 아쿠아리움으로 향할 수 있었다. 익숙하게 단말기를 두드려 길을 찾아, 그녀는 그의 손을 여전히 잡은 채 단말기의 지도를 보며 걸음을 내딛었다. 그 사니와는 왜 본인이 안 가고 준 거래? 히젠의 질문에 그녀는 작게 웃으며 답했다. 바빠서 못 간대. 아마 너랑 같이 가라고 한 거 아니었을까? 태연히 툭툭 던져오는 말들에 히젠은 그녀의 손을 잡고 뒤에서 따라가며 보이지 않게 얼굴을 붉혔다.
자신의 주인은 매번 이랬다. 본인이 한 말에 부끄러워하는 것 같기도 하면서, 정작 이렇게 툭툭 던지는 말엔 아무런 서스럼 없이 애정이 가득 담긴 말을 해주었다. 어쩌다 그녀에게 빠지게 되었는지, 기억은 애매하지만 그럼에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저 애정어린 말을 자신은 상당히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차마 마주 해주기엔 부끄러워 해주지 못할 때가 많고, 부러 툴툴거릴 때도 많지만ㅡ무려, 자각을 하고도 그러고 있지만ㅡ그녀를 아끼는 마음은, 그녀에게 주고 싶은 애정, 넘처 흐르는 감정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하물며 상대가 초기도라 할지라도. 그러니 내가 그녀의 연인 검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그저 웃을 뿐이었다. 자신이 섬길 주인은 이제 그녀 하나 뿐이고, 자신이 곁에 설 이 역시 그녀 뿐이니 이러나 저러나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었기에.
“히젠, 여기인가봐.”
상당히 커 보이는 아쿠아리움의 입구를 가리키며 그녀가 그를 바라보며 웃었다. 들어가자, 하고 말하며 이끄는 그녀의 손길에 그대로 안으로 들어갔다. 옅은 푸른색과 하얀색이 어여쁘게 어우러진 건물은 바닷가를 연상시키는 것만 같았다. 각자의 티켓을 직원에게 건네고 안으로 들어섬과 동시에 점차 어두워지는 조명과 짙은 푸른색으로 이루어진 내부에 히젠은 눈을 빛내었다. 처음 보는 것들의 투성이에 차마 흥미로움을 감출 수 없었던 것인지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꽤 신난 듯 보였다. 앞으로는 종종 데리고 나올까.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는 가볍게 그의 팔을 꼭 붙들어 팔짱을 끼고는 가자, 하고 앞서 갔다.
어두운 주변에도 불구하고 주변은 어여쁘게 빛이 나고 있었다. 한 쪽 벽면이 전부 수조인 곳에서는 한참을 앞에 있다가 가오리를 보고는 서로 저것 좀 보라며 웃기도 하고 처음 보는 상어의 모습에 히젠이 놀라 당황한 표정을 짓는 것을 그녀는 즐거운 듯 웃었다. 느릿하게 헤엄치는 거북을 보고서는 신기한 듯 바라보는 그의 표정을 구경하다 눈이 마주치고 다시 웃고. 그가 좋아할까 펭귄이 있는 곳도 갔다가 저 펭귄 저거, 하는 눈으로 펭귄과 그녀를 번갈아 보는 모습을 보며 또다시 웃었다.
“…아까 그 펭귄, 그 녀석 같은데. 그 사니와가 안고 다니는 그거…… 그만 좀 웃어라, 너는!”
“그치만, 그 펭귄이랑 아까 그 펭귄은 전혀 다른 종인 걸!”
한참을 깔깔거리며 웃던 그녀가 진정된 것은 점심용으로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도 한참이 지난 뒤였다. 그렇게 재밌다는 듯 웃는 그녀를 보며 그가 작게 한숨을 내쉬다 얼른 밥이나 먹으라며 손수 수저까지 쥐어주고 나서야 그녀는 키득거리며 식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또다시 한참을 떠들썩하게 보내다 노을이 질 무렵에 기념품 가게에 들어서고 나서야 겨우 진정했는지 이것저것 살펴보기 시작했다. 각종 해양생물들로 만든 인형이나 스트랩, 그 외의 기념품들을 한참을 구경하고 나온 두 사람의 손에는 각각 조그맣고 빨간 해마가 달린 열쇠고리와 자그마한 가오리가 그려진 그립톡을 사들고 나왔다.
“너 정말 그걸로 괜찮겠냐…?”
“왜, 히젠 닮았잖아. 그러는 히젠이야 말로 그런 걸로 괜찮아? 단말기도 잘 안 쓰면서.”
“너 닮았으니까 괜찮아.”
그렇게 말하며 웃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차마 무어라 말도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기념품까지 전부 사들고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가 정부 건물로 향했다. 오늘 어울려줘서 고마워. 손을 꼭 잡은 채로 작게 속삭이듯 말하는 그녀의 말에 그가 고개를 기울였다. 대체 무슨 소린가 하며 그녀를 바라보았으나 그녀는 여전히 앞을 바라본 채 길을 걸으며 입을 열었다. 갑작스러웠는데 같이 와줘서 고마워. 조용히, 아무런 답 없이 그녀의 손을 잡은 손에 힘을 더 꾹 주었다.
“오늘 정말 재밌었어. 덕분에 아쿠아리움도 가보고. 그것도 히젠이랑 같이.”
“오겠다고 한 건 나였고, 나도 뭐… 나쁘지 않았으니까.”
“즐긴 거 아니었어?”
“시끄러.”
키득거리며 놀리듯 말하는 그녀의 말에 그가 고개를 돌리며 투덜거렸다. 그 모습에 다시 웃은 그녀는 해마 열쇠고리를 들어 바라보았다. 새빨간, 검은색 점이 그려진 해마가 가로등 빛에 반사되어 희미하게 반짝였다. 정말 히젠 닮았다. 작게 소리내어 웃으며 열쇠고리를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다음에 또 나와서 놀면 되지. 툭, 하고 그렇게 말한 그의 말에 응? 하고 그녀가 돌아보았다.
“다음에 또 나오면 되잖아. 오늘이 마지막인 것도 아니고.”
“어……”
“그러니까, 다음에는 어디 갈지 정해둬. 또 나올 거니까.”
“……응.”
현세에 들어서 있는 정부 소속의 건물의 앞에서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약한, 그러나 절대 미약하다고 할 수 없는, 무시할 수 없는 두근거림이 전신에 울려퍼지는 것 같았다. 네게도 들릴까?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는 그를 바라보았으나 그는 여전히 평소와 같은 얼굴로 정면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무리 협차라고 해도 이 정도가 들리겠어. 하고 작게 미소를 지으며 앞을 바라보았다. 시간정부 본부로 돌아가는 게이트가 열리는 빛이 새어나오고, 두 사람은 동시에 빛 사이로 스며들어갔다.
그렇게 다시 혼마루로, 그들의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 그는 그녀를 방까지 데려다주고 나서야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본부로 들어가기 전에 들려왔던 그녀의 심장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남아있는 것 같았다. 아니, 이건 나의 것인가? 혼란스러웠다. 그의 눈에 보인 그녀의 모습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사랑스러웠다. 누군가에게 자랑을 하고 싶음과 동시에 자신만이 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모순이었으나 사랑이었다. 무츠노카미가 갑자기 들이닥쳐 어땠느냐 묻는 것 같았으나 아무래도 좋을 지경이었다.
또다시 누군가에게 같은 감정을 품을 수 있겠느냐 묻는다면 그는 이리 답했겠지.
이 감정은 오로지 그녀에게만 느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며 변함 없는 일일 것임을. 자신의 주인은, 사니와 코토네는 그 무엇보다 참으로 사랑스러운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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