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시쇼쿠]그러니까 그게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Free-Mind by 동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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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 시점

*유달리 상냥한 미츠타다 개체

*유달리 츳코미가 많은 만바 개체

*미츠타다를 선조로 잘 따르는 쵸우기 개체

*하세베는 하세베

*백중콤비가 비즈니스 불화

*포타에다 썼던 거 펜슬에 백업 한 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헤시키리 하세베에게는 꿈이 있다. 

아니, 이걸 꿈이라고 해야 할지 혹은 욕망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꿈이라고 해두는 편이 편의성이 좋은데다가 본인이 꿈이라고 불리길 혹독하게 희망하니 꿈이라고 해두기로 한다.

헤시키리 하세베에게는 꿈이 있다.

그것은,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에게 한 대 걷어차이는 것이다.

그러한 모든 것을, 나, 사본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글러먹었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지만 수행을 다녀오고 나니 사실 그 모든게 별 것도 아닌 것 같아진 야만바기리 쿠니히로가 보내드립니다.

헤시키리 하세베라는 도검남사에 대한 인상은 혼마루마다 상당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그의 개체차가 크다는 것일테니, 연련이나 만옥 혹은 인터넷에서 수집하는 다른 혼마루의 정보로 그렇게까지 개체차가 크지 않음을 깨닫게 된 내가 보기에는 그저 신기할 뿐이다.

그렇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공통적으로 보이는 면모란 과할 정도로 주인을 좋아하거나, 그렇기 때문에 과로사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일을 하는 부분일 것이다. 일을 하지 않는 개체는 아종으로 보아도 무방하다고 하니 그건 어떤 의미로 정상이 맞는것일까 싶기도 하다.

내가 있는 혼마루의 헤시키리 하세베도 그런 인상이 강했다. 초기도인 나를 제외하고 이 혼마루에 온 첫번째 타도인 그는, 우리의 주인을 과하게 좋아했고 과하게 떠받들었으며 그의 일이라면 발벗고 나서는 흔한 헤시키리 하세베였다. 일을 많이 함으로써 주인에게 도움이 된다면 몇 날 며칠 밤을 새도 된다고 생각하는.

여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렇게 더할 나위 없이 평범한 헤시키리 하세베는 이 혼마루의 고참 멤버였고, 그랬기에 나와 같은 부대에 꾸려지는 일이 많았으며, 어쩌다 보니 이래저래 별 것 아닌 것도 상담하게 될 정도로 사이가 좋아졌다는 것일 터다. 

여기까지 했으면 대충 내가 어떻게 그의 욕ㅁ...꿈을 알게 되었는지 알 것이다. 내가 알고 싶어서 안 게 아니다. 이 망할 헤시키리 하세베가 먼저 털어놓았다.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 비젠 오사후네의 선조, 미츠타다의 한 자루. 다테 마사무네의 애도로써 사이좋은 칼은 오오쿠리카라와 츠루마루 쿠니나가, 타이코가네 사다무네. 

어느 혼마루에 가더라도 대체로 부엌일을 담당하고 있고, 그 외에도 이것저것 가사를 담당하고 있는 매우 재주 있는 칼이지만-전장에 나가더라도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 아주 좋은 칼이다. 

전 주인이 투영된 듯 외눈의 그릇을 얻었으나, 화려한 작풍을 반영이라도 하듯 그 외형은 화려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큰 키와 긴 팔다리, 그리고 균형잡힌 비율은 확실히 훌륭하다.

이 혼마루에도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는 있었다. 애초에 얻기 어려운 칼도 아니었고, 주인은 단도에 소질이 없는 편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는 꽤 일찌감치 이 혼마루에 현현했다. 그리고 그 날의 근시가, 하필이면 헤시키리 하세베였다. 

나는 그 자리에 없어서 몰랐지만, 아마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가 벚꽃 속에서 나타난 그 순간, 하세베는 그에게 반해버린 모양이었다. 쇼쿠다이키리라는 호가 없는, 그저 미츠타다의 한 자루였던 시절 오다가에 같이 있었던 모양인데, 쇼쿠다이키리는 놀랍게도 그 시절을 기억하고 있는 듯 했다. 하세베의 얼굴을 알아보고 반갑게 웃으며 '하세베 군!'하고 외쳤다고 하니 말이다. 그리고 그 꽃이 피는 웃음과 방울이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가, 하세베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고 했다.

내가 이 모든 상황을 기억하는 이유는, 주명에 따라 쇼쿠다이키리의 안내를 끝마친 하세베가, 쇼쿠다이키리를 먼저 와있던 다테가의 칼들에게 인수하고는 냅다 내 방에 뛰쳐들어와 내 멱살을 잡아 쥔 탓이다. 아직도 나는 내가 왜 멱살을 잡혔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이해하기 싫다. 억울하다.

그래서 나는 하세베가 쇼쿠다이키리에게 반했음을 알게 되었고, 그로부터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에는 그가 쇼쿠다이키리의 그 길다란 다리에 은밀한 꿈을 품고 있다는 것까지 알게 되었다. 수행을 다녀온 후에 들었더라면 조금 경멸하고 말았을 터이지만, 하필 수행을 가기 전에 알게 된 탓에 나는 방에 틀어박혀 이것도 내가 사본인 탓이냐며 땅을 쳤다. 나를 걱정해준 형제들에겐 정말 못 할 짓을 했단 생각이 든다.

내게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하세베는 제가 갖고 있는 그 꿈이 남들에게 쉽게 말하지 못할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어째서인지 그는 자신이 품고 있는 연모조차 고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의 앞에서는 마음을 숨기려 했던 탓인지 꽤 쌀쌀맞게 대한 탓에, 쇼쿠다이키리는 한때 그가 자신을 싫어하는 건 아닌가 하고 고민도 했다. 당연하지만 하세베가 그 뒤 내 방에 와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땅을 쳤다는 건 추호도 몰랐다. 

마음 같아서는 정말 대자보로 써서 혼마루 게시판에다 붙여버리고 싶었다. 그가 너무 갑갑하게 구는 탓이었다. 그러나 하세베의 마음을 아는 칼은 나밖에 없었고, 익명의 대자보를 붙여봤자 범인이 특정될 건 뻔한 탓에 그만 두었다. 나는 눌러베이고 싶은 마음 따윈 없다.

그래도 솔직히 갑갑하긴 갑갑했다. 그래서 살짝 물어본 적은 있었다. 고백할 생각은 없냐, 고.

하세베는 내 말을 듣고, 조금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입을 다물고 일자로 만들었다가, 작게 한숨을 쉬고 다시 고개를 돌리며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이가 멀어질 짓은 하지 않고 싶으니까.'

...어째서 거절당할 것을 전제로 하는 걸까. 주인에 대해서라면 넘쳐 흐르는 자신감의 일부분을 사모하는 마음에 넘겨줄 수는 없는 것일까. 그러나 그것을 사본인 내가 말하는 것도 우스워서, 나는 그런가 하고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저걸 내가 수행을 다녀오고 난 후에 물어봤어야 했다. 젠장.

"쿠니히로 군, 쵸우기 군, 하세베 군. 간식 가져왔으니까 먹고 하자?"

닫혀 있던 문이 살짝 열림과 동시에 들려온 익숙한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분명 오전 중에 집무실에 틀어박혔는데 벌써 간식시간이라니.

나도 모르게 멍하니 점심은...? 하고 중얼거리자, 간식을 들고 들어온 쇼쿠다이키리가 난감한 웃음을 지으며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 간단한 동작에 모든 걸 깨달았다. 점심을 날리고 말았다. 참고로 오늘의 점심은 카센이 담당한 튀김냉소바였다고 하니 그 억울함이 비할 데 없다.

얼마나 억울해했는지, 간식 접시를 내려놔주던 쇼쿠다이키리가 내 얼굴을 보고는 '착하지, 착하지'하며 작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내가 딱히 어리광을 부리는 성격도 아니고, 외형이 어린 단도나 협차도 아니지만-쇼쿠다이키리가 이렇게 해줄때는 뒤에 따라오는 게 있기 때문에 일단 가만히 있어보기로 했다.

"배가 고프면, 이거 일단 먹고 조금만 기다려 줄래? 튀김냉소바는 무리더라도, 간단하게 무언가 만들어 올게."

아싸. 나도 모르게 그렇게 외치자 쇼쿠다이키리가 작게 웃었다. 다른 개체들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우리 혼마루의 쇼쿠다이키리는 상당히 상냥하고 자애로워 다른 칼들이 곤란해하거나 힘들어하는 걸 유달리 두고보지 못하는 편이다. 그런 탓에 이렇게 자주 무언가를 베풀어주고, 챙겨주려 한다. 어울리는 걸 싫어하는 오오쿠리카라마저 쇼쿠다이키리가 착하지, 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그 뒤에 무언가 보상이 따라오는 걸 알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나는 배고픔에 엄청난 것을 잊고 있었다. 지금 이 집무실에서 바쁜 연말 서류를 처리하고 있는 것은 나 뿐만이 아니었다. 쇼쿠다이키리는 3인분의 간식을 가져왔고, 3개의 이름을 불렀다. 이 혼마루의 초기도인 나, 그리고 정부에서 일했던 실력을 살려 업무처리반에서 활약하고 있는 본가, 그리고-혼마루의 사축. 조용히 '바보'라고 중얼거리는 본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만바기리 쿠니히로. 그 서류 언제까지 보고 있을 셈이지."

잔뜩 낮아진 하세베의 목소리가 땅바닥을 기어간다. 물론 내가 이 서류를 들여다본지 10분이 넘었다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겁을 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이유는 알지만서도.

험악해진 하세베를 파악했는지, 쇼쿠다이키리가 곤란한 표정으로 나와 하세베를 번갈아 본다. 그러더니 조금 머뭇거리던 손을 돌려...하세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세베 구운...착하지...? 하세베 군한테도 맛있는 거 줄게...?"

"...나는, 읏, 배가 고파서 그런 게...!"

"어...그럼 필요 없을까?"

"...-감사히 받도록 하지."

"오케이! 쵸우기 군도 필요할까?"

"...아아. 부탁드립니다, 선조."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쵸우기까지 확인한 쇼쿠다이키리가, 잔뜩 밝아진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조금만 기다리라며 빠르게 방 밖으로 나갔다. 드르륵, 탁. 문이 닫히는 소리가 방에 울려퍼지기 무섭게, 분홍색의 꽃잎이 하늘거리며 방안에 흩날렸다. 

"...잘도 참았군. 하세베."

"시끄러워."

"머리를 쓰다듬어진 걸로 그토록 기뻐할거면, 그냥 고백하면?"

"야만바기리 쵸우기. 너도 시끄럽다!"

아, 본가도 하세베의 마음 따윈 전부 알고 있었군. 눈치가 빠르기 그지 없다. 역시 본가.

들여다 보던 서류 위로 쏟아진 꽃잎을 성의없이 쓸어내리고는 서류를 마무리한 후 그 자리에 간식접시를 끌어왔다. 본가 또한 간식을 먹을 준비를 하는 듯 분주히 책상을 정리한다. 하세베는 볼 필요도 없다. 아닌 척 하지만, 쇼쿠다이키리가 가져다 준 간식을 미루는 짓 따위, 저 녀석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오늘의 간식은 살구잼이 들어간 비스킷으로, 양과자인 걸 보아하니 쇼쿠다이키리가 주도하여 만든 것일테다. 화과자인 경우는 카센이, 팥이 들어갔을 경우에는 아즈키인 경우가 많다. 챠탄나기리는 디저트는 딱히 자신이 없다고 했다. 

입안에 퍼지는 달콤함과 새콤함에, 오랜만에 움직이는 턱이 살짝 저린다. 그 감각을 즐기며 다음 조각을 먹을 준비를 하는데, 무언가 생각났는지 본가가 하세베에게 고개를 돌려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너는 어째서 선조에게 고백하려 하지 않지?"

"...오히려 왜 내가 할 거라 생각했지?"

"너니까."

"대답이 안되는군."

"헤시키리 하세베니까 다른 이들에게 뺏기기 전에 나서서 먼저 얻어냈을거란 소리인가?"

"헤에, 가짜군 주제에 꽤 하잖아."

"사본은 가짜가 아니다. -...그건, 나도 그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지만."

"있지만?"

"...저 녀석이 너무 겁쟁이라서."

갑자기 쏟아진 나의 악평에 놀란 듯, 본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가 누군가를 나쁘게 말하는 것을 본 적 없는 탓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딱히 하세베를 나쁘게 말한 건 아니다. 이건 있는 그대로 말한 것으로, 나보다도 하세베 본인이 제일 잘 아는 일이다. 그 증거로 하세베는 나의 말에 아무 토도 달지 않은 채 그저 주어진 비스킷을 입 안에서 분쇄하는 일에만 집중했다.

이 상황이 꽤 재밌어졌는지 본가는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지만, 하세베는 그 후로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제대로 대답해주지 않았다. 하세베가 스스로 입을 열지 않는다면 나도 대답해줄 수가 없기 때문에, 자연스레 본가의 질문은 허공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자신의 질문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것에 불쾌함을 나타내는 미간이 잔뜩 찌푸려진다.

본가가 무어라 한 마디 하려던 순간, 타이밍이 좋게 쇼쿠다이키리가 3인분의 식사를 챙겨왔다. 그릇에서부터 풍겨오는 맛있는 냄새에 비스켓으로 조금 채웠을 배가 꼬르륵 울렸다. 그것은 나 뿐만 아니라 본가도 마찬가지여서, 그는 벌렸던 입을 꾹 다물고 쇼쿠다이키리가 건네준 그릇을 받았을 뿐이었다. 참고로 쇼쿠다이키리가 마련해준 밥은 연어 후레이크를 넣은 냉 오차즈케와 며칠 전 담궜다던 무장아찌였다. 맛있었다.

오랜만에 쇼쿠다이키리와 출진을 같이 하게 되었다. 수행에서 돌아온지 꽤 되었지만 어째서인지 연도가 잘 쌓이지 않아 조금 뒷전으로 밀려있던 그였기에, 오랜만에 출진을 하게 된 게 즐거웠는지 안색이 좋다. 잔뜩 신이 나서는 여기저기 말을 걸고 다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같은 부대의 오오쿠리카라에게 말을 걸었다가 차이고선, 이번엔 내 쪽으로 온다. 아, 할 말 없는데. 그러나 그렇게 쳐내는 것도 조금 그래서 모르는 척 있었더니, 어째서인지 살짝 눈치를 본 쇼쿠다이키리가 나를 불렀다.

"쿠니히로 군."

"...아아, 쇼쿠다이키리."

"오랜만에 같이 출진이네."

"그렇군."

"하세베 군은 원정이었나?"

"하세베라면 원정이야. ...하세베를 물어보려고 온 건가?"

"그렇지만 쿠니히로 군이 하세베 군이랑 친하니까."

우물쭈물 들려온 말은, 혼마루의 모두라면 알고 있을 사실이었지만-어째 그의 입에서 들려오는 건 좀 다른 느낌이 든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쇼쿠다이키리의 안색을 살피면, 어쩐지 삐진 듯한 표정을 한 쇼쿠다이키리가 나를 가만히 내려다 보고 있었다.

"하세베 군, 오늘도 쿠니히로 군에게만 인사하고 갔잖아..."

"그건...그러니까..."

"쿠니히로 군, 오늘 근시도 아니었는데...싶어서."

"...아니, 그러니까...그게 맞긴 한데..."

"-나도 조금 더 하세베 군이랑 친해지고 싶어서 말이야."

꼴사납네. 그렇게 중얼거리며 어색하게 웃고는 제 볼을 긁적거리는 쇼쿠다이키리에게, 더할 나위 없는 충격을 받았다. 미츠타다, 하고 부르는 오오쿠리카라의 부름에 금세 자리를 뜨는 쇼쿠다이키리의 코트 자락과 그 사이로 들여다 보이는 부츠를 신은 긴 다리를 바라보며, 나는 '그런 문제야...?'하고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의문을 삭히지는 못했던 듯, 저녁을 먹은 후 본가는 내게 몰래 찾아와 물었다.

"헤시키리 하세베가 겁쟁이라는 건 도대체 무슨 의미야?"

평소라면, 하세베가 이야기하지 않은 부분을 내가 먼저 이야기할 이유는 없기 때문에 본가의 부탁이라도 입을 다물겠지만-안타깝게도 나는 오전 중의 출진에서 생각지도 못한 충격을 받았기에 본가의 질문을 부드럽게 넘기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이야기함으로써 이 모든 상황에 대해 전부 정리하고 싶었다.

그래서 털어놨다. 헤시키리 하세베의 은밀한 꿈을. -정확히는, 그 꿈 안에 숨겨진 진실한 생각을.

"하세베는, 쇼쿠다이키리에게 걷어차이고 싶어한다."

"하아?"

"그렇게 함으로써, 쇼쿠다이키리가 자신을 걷어차며 거부하게 함으로써, 칼인 주제에 사랑을 하고 있는 자신을 벌하고 싶어하는 거겠지."

"...아, 그런건가."

"정작 누구도 하세베의 마음을 욕하지 않는데."

"사람의 그릇을 얻었으니까."

"게다가 하세베도 그걸 알고 있어. 그럼에도 저 생각을 포기하지 않고 있지. 그러니까 하세베는 겁쟁이인 거다."

"정말 겁쟁이로군."

"그렇지?"

"선조도 하세베를 좋아하는데 말이야."

"그렇...뭐?"

나도 모르게 되묻자, 본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찰랑이는 은발을 예쁘게 귀 뒤로 넘기고는 다시 한 번 똑같은 말을 했다.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도, 헤시키리 하세베를 좋아한다고 말이다. 그제야 머릿속에서 여러모로 찰칵찰칵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다. 아니, 그러니까, 잠깐만.

"본가는 그걸 어떻게 알았는데?"

"어떻게 알았냐기보단...선조가 숨길 생각을 않으시니까."

"...뭐?"

"선조와 교류가 있는 칼이라면 대부분 다 알텐데. 가짜군은 이 혼마루의 초기도인 주제에 그런 것 하나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건가?"

"사본은 가짜가 아니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진짜인가?"

"진짜라니까! 내가 너한테 거짓말을 해서 뭐하는데!"

짜증을 내는 본가를 보니, 그의 말은 진짜인 듯 하다. 그래, 진짜겠지. 진짜일 거다. -그게 진짜라서, 다른 의미로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이것도 내가 사본이라 그런건가. 

"역시 대자보라도 붙여야 하나..."

"하? 가짜군 뭔가 규탄할 것이라도 생겼어?"

"...-아아. 수행 전 틀어잡힌 멱살의 억울함의 연장선이다."

이해하지 못한 듯 눈을 깜빡거리는 본가를 뒤로 하고, 떨리는 손으로 단말기를 켜 혼마루의 전체 상황을 확인한다. 쇼쿠다이키리는 현재 혼마루 대기 중, 그리고 하세베의 원정부대는 20분 후면 귀환이다. 

쇼쿠다이키리더러 하세베를 한 번 걷어차달라고 해야겠다. 물론 쇼쿠다이키리는 당황할 것이고, 자상한 그의 성격으로는 할 수 없다며 있는 힘껏 거절할 테지만 나는 하세베의 은밀한 꿈을 이뤄주고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그에게 알려줘야 한다. 누구에게도 벌을 받을 만한 연모는 없다는 것을, 하세베는 그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만 한다. 

장엄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는 나에게, 본가는 눈을 깜빡이며 '멱살 잡힌 걸로 대자보 붙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라고 말했다. 그럴 생각은 없으니 안심해라, 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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