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기려

[하성기려] 그대는 녹색 베일을 쓴 기이奇異

2024.04.26 L'étrangeté du voile vert


눈을 뜨면 정하성은 바다에 있다

위로는 물결의 비늘마다 햇살이 부서지는데 아래로는 끝없이,

끝없이

끝없이

·

·

·

아득하게 검은 물

어느 순간, 언젠가 보았던 연인이 곁에 와 있다

그는 자신이 한때 초록색 몸에 붉은 눈을 가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헌터님, 당신은……

바다의 조각이 떠나는 듯 거대한 몸체가 느리게 유영하는 모습을

그것이 멀어지는 줄도 모를 만큼 집중한다

투명한 몸체는 바다의 색을 고스란히 보이면서 언뜻 초록으로 빛나고

개중 속이 비치지 않는 거의 유일한 것인 눈동자 여럿이 그를 바라보는 때에

정하성은 자신의 존재를 발견한다

입을 벙긋거려 봐도 말소리는 나오지 않는다──이곳은 바다이므로

아가미가 없다 한들 질식하지 않는다──이곳은 꿈 속이므로

정하성,

뭐 하고 있어?

연인의 말씀은 매질 없이 하성에게 닿으며 허구 속 용의 말龍言과도 같이 그를 잡아당긴다

하성은 한 번도 머무른 적 없는 심해에서, 그의 품에서 완벽하게 안온해진다……


정하성에게 있어 김기려는 평생을 가도 애정의 대상이기만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많은 연인들이 서로를 존경한다고 합니다.

내용과 관련은 없지만(제목 뭐하지 하다가 발견하게 되었음), 심심하면 네이버에 베일을 든 성모La Vierge au voile를 검색해서 그림을 한 번 봐주세요. 루치아니 세바스티아노의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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