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GOLDEN HOUR

송준섭

백업용 b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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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섭은 오늘 죽는다.

아니, 정확히는.

죽을 것이다.

***

준섭은 오늘 죽는다.

그 반쯤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었다. 왜인지는 몰랐다. 그냥 막연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태섭이와 아라를 깨우고, 그 둘이 씻는 걸을 도와주며 준섭은 생각했다.

자신은 오늘 죽는다.

그럼 그 사실을 알고도 얌전히 죽을 것인가?

대답은 아니오, 였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준섭은 아직 12살밖에 되지 않았고, 하지 못한 것도 안 한 것도 많았다. 무엇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 시점에서 자기까지 죽었다간... 으. 작게 고개를 흔들어 상념을 떨쳐낸다. 준섭은 아직 죽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살기로 했다.

준섭은 오늘 낚시를 하러 갔다가 죽는다. 이유는 알 수 없다. 뭐, 폭풍이라도 만나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준섭은 전화기를 들어 올린다. 수신음이 몇 번 울리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 여보세요? 준섭이인데요, 혹시...

욕을 먹었다. 당일 약속을 취소해버렸으니 당연했다. 귓가에서는 아직도 미쳤냐며 욕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과와 함께 나중에 아이스크림 3개를 사준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겨우 용서받았다. 목숨 한 번 부지하기 힘드네. 볼을 긁적인다. 형아! 쿵, 뒤에서 부딪혀오는 무게감이 익숙하다. 태섭아. 몸을 돌려 태섭을 꽉 끌어안는다. 숨이 막힌다며 웃는 목소리가 옥구슬 굴러가듯 맑다. 복실거리는 머리를 잔뜩 쓰다듬으면 하지 말라는 웃음기 섞인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왜 불렀어? 원온원!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은 태섭과 원온원을 하기로 했었지. 기억 한 구석에 있던 약속을 꺼낸 준섭이 웃었다. 그래, 원온원 하러 가자!

***

준섭은 오늘 죽는다.

이불 위에 가만히 누워 생각한다. 고개를 슬쩍 돌려 바라본 일력의 날짜는 바뀌지 않았다. 그냥 꿈인가? 하지만 꿈이라기엔 지나치게 생생한데. 멍하니 눈을 깜박이다, 형아!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벌떡 일어난다. 일어났어? 살짝 열린 문 틈새로 태섭과 아라가 고개를 빼꼼 내민다. 그 광경이 에법 귀여워 준섭은 웃음을 터트렸다. 응, 일어났어. 엄마가 빨리 일어나서 씻고 밥 먹으래. 그 말을 남기고 둘의 얼굴이 사라졌다. 엄마! 형아 일어났어요! 작게 들려오는 말이 꼭 먼 곳에서만 들려오는 거 같다. 태섭과 아라가 사라진 문을 가만히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일단, 전화부터 해야지.

아침부터 씻지도 않고 무슨 전화를 그리 오래 하냐며 혼났다. 준섭은 억울했다. 오래 하고 싶어서 오래 한 게 아닌데. 약속을 취소하고 화를 내는 친구를 달래느라 애를 먹었다. 꿈에서와 같이 아이스크림 3개로 쇼부를 봤지만, 거기까지 가는 데 10분 넘게 걸렸다. 화내실 만 했네... 준섭은 작게 반성했다. 다음부턴 안 그럴게요. 작게 손을 모아 기도한 준섭이 뒤늦은 아침을 먹는다. 아침은 조금 식어있었지만 맛있었다.

형아. 어느새 제 옆자리에 태섭이 앉는다. 왜? 밥 언제 다 먹어? 눈을 깜박이며 돌아본 태섭은, 농구공을 품에 안고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아, 원온원. 작은 탄식이 절로 나온다. ...까먹었어? 응? 아니, 그럴 리가. 형이 태섭이랑 한 약속을 잊어버릴 리가 없잖아. 그러면서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어주자 금방 불만 어린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머리 엉킨단 말이야, 하지 마! 그러면서 제 손을 내치고는 머리카락을 정리한다. 잔뜩 헝클어진 머리카락은 평소보다 부풀어 올라 꼭...

푸들같네.

뭐라고 했어 형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생각한 것을 곧이곧대로 말하면 불같이 화를 낼 것이 뻔했으므로, 준섭은 웃음과 함께 생각을 꾹 삼켰다. 금방 먹을게. 응! 조금은 빨라진 젓가락질에 태섭이 옆에서 다리를 동당거린다. 여전히 평화로운 일상이다.

***

준섭은 왜? 오늘 죽는다. 왜 자꾸 반복되지?

이불에 가만히 누워있는다. 세번째다. 꿈인가? 꼬집은 볼은 기가 막힌 통증을 동반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왜 내일이 오지 않지? 시간이 반복된다. 왜일까. 왜 시간은 자꾸 반복되는 것일까. 누워있어도 해결되는 것은 없기에 준섭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빠, 어라. 일어났어? 문을 열면 아라가 서 있다. 팔을 들고 있는 것을 보아 문을 막 열려고 했던 것 같다. 엄마, 오빠야 일어났어! 부엌을 향해 아라가 소리치고, 그럼 빨리 세수와 양치하라는 엄마의 타박이 들려온다. 네에, 네. 아라를 번쩍 들어 올린다. 조금 놀라는가 싶다가도 익숙한 듯 목에 팔을 감아온다.

아, 송아라 치사해! 나도 안아줘 형아!

물을 뚝뚝 흘린 채로 나오던 태섭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준섭의 다리에 매달린다. 그런 태섭을 보며 혀를 쭉 내미는 아라에 태섭의 얼굴이 금세 붉게 달아오른다. 야, 송아라! 제 분을 못 이겨 발을 동동 구르는 꼴이 제법 웃기다. 아라를 욕실에 들여보내고 태섭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잔뜩 부풀어 오른 볼이여 삐죽이는 입술이며. 삐진 것이 저명했다. 여기서 웃는다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웃음을 꾹 참은 준섭이 태섭의 볼을 꾹 누른다. 금세 바람이 빠져 홀쭉해진다. ...형아 미워. 송아라만 안아주고. 그 말에 준섭이 기어코 웃음을 터트린다. 뭐가 웃기냐며 길길이 날뛰는 태섭에 준섭이 겨우 웃음을 그친다. 하지만 태섭아. 태섭이는 형이랑 오늘 원온원하기로 했잖아. 그 말에 금세 눈을 반짝이다가도 화들짝 놀라며 다시 삐진 척을 한다. 하지만 안절부절못하며 자신을 힐끗 바라보는 태섭은 이미 삐진 게 다 풀린 것이 분명했다. 키득거린 준섭이 작게 속삭인다. 그러니까 한 번만 봐주자, 응? 그 소리에 태섭이 발로 바닥을 툭툭 찬다.

뭐, 그렇게까지 말하면... 못 해줄 것도 없고...

아하하. 씩 웃은 준섭은 태섭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는다. 그럼 한 번만 봐주는 거다, 응? 재차 되물은 말에 태섭이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태섭이는 착한 아이네. 아침 먹자마자 나갈까? ...아, 그 전에 전화 한 통만 하고. 전화 한 통이라는 말에 태섭은 의아한 듯했으나 이내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응, 형아!

***

준섭은 오늘 죽는다.

에반데. 슬슬 머리가 아파져 온다. 왜 자꾸 이래? 불만스러운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그 말투는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제법 날카로워서, 준섭은 황급히 입을 막고 귀를 기울인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태섭과 아라가 졸린 목소리로 아침 인사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동생들이 듣지 못했음에 생겨난 안도감은 오래 가지 않았다. 왜 자꾸 오늘이 반복될까. 혹시 몰라 꼬집어 본 볼은 지나치게 생생한 고통이었다. ...모르겠다. 자리에서 일어난 준섭이 이부자리를 대충 정리한다. 전화로 약속을 취소하고, 태섭과 원온원을 하러 간다. 슬슬 질리는 하루였다.

***

준섭은 오늘 죽는다.

하... 개 같네. 짜증이 나다 못해 화가 나 돌아가실 지경이었다. 몇 번 째지? 다섯 번째던가. 삭히지 못한 분은 행동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거칠게 머리를 헤집은 준섭은 문을 거세게 열었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보는 태섭과 아라를 마주쳤다. 아. 험하게 일그러져있던 표정이 금세 풀린다. 그, 형아... 우물쭈물 말을 꺼낸 태섭은 잔뜩 겁을 먹은 모양새였다. 두말할 것도 없이, 아라 또한. 당황한 준섭은 황급히 한쪽 무릎을 꿇고 태섭과 아라를 달랜다. 아냐, 그냥 조금 기분 나쁜 꿈을 꿔서 그래. 오빠야 화 안 났어...? 응, 당연하지. 오빠가 왜 화를 내. 그러면서 둘을 꽉 끌어안는다. 겁먹게 해서 미안해. 으응, 아냐... 머뭇거리다가 품에 기대며 목에 팔을 감싸오는 온기가 사랑스럽다. 둘을 끌어안은 팔에 더욱 힘을 준다.

내가 너흴 두고 어떻게 죽어.

준섭에게는 책임져야 할 것이 있다.

그걸 두고서는 절대 죽을 수 없었다.

절대로.

***

준섭은.

지랄 똥싸고 앉았네.

***

오늘.

화병 나서 돌아가시겠다. 왜 자꾸 반복되는 거야?

***

죽는다.

하. 미치겠네.

***

하... 한숨을 내쉰다. 뜨끈한 손바닥의 열기가 기분 나쁘다. 일력은 열흘째 같은 날짜다.

전화해서 약속을 취소하고, 욕을 먹다가, 아이스크림 3개로 용서받고, 태섭이와 원온원을 하고.

일력은 열흘째 같은 날이었고.

준섭은 똑같은 하루를 열 번이나 반복했다.

준섭은,

슬슬 지쳤다.

***

준섭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내세운 가설이 하나 있다.

바로, 준섭이 죽어야지만 내일이 온다는 것.

준섭은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일어나기 때문이었다. 그 사실을 괜히 알게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준섭은 그것을 부정해왔다. 비현실적이고, 죽고 싶은 마음은 일절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천으로 덮어두고 외면해왔다. 하지만 그것 또한 한계였다.

인정한다. 준섭이 죽지 않으면 내일은 오지 않는다. 오늘이 영원히 반복될 뿐이었다.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모든 것이 고정되어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 또한 괜찮을지도 모른다. 준섭은 그런 생각을 했다. 오늘이 반복되는 사마저 받아들일 정도로 살고 싶었다. 왜냐하면 준섭은 아직 어렸고,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하는 것도 많았고, 그리고. 태섭과 아라가 자라는 것도...

아.

준섭은 문득 깨달았다.

자신이 살아있으면 내일은 오지 않는다.

그 말인즉슨, 태섭과 아라의 내일 또한 없다는 것이다.

내일이 없으면 미래 또한 없다.

준섭은 태섭과 아라의 미래를 바라면서 그 미래를 막는 가장 큰 벽이 되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준섭은 물속에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준섭은 오늘 죽는다.

몇번째지? 사실 열 번째 이후로는 새지 않았다. 느끼는 바로는 대략 스무번째 같았다. 뭐, 그보다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고.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이불을 정리하고, 태섭과 아라를 깨워 욕실로 들어간다. 셋이서 나란히 세수와 양치를 한다. 가끔 태섭의 세수를, 아라의 양치를 도와주고 뽀송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낸다.

식탁에 네 명이 둘러앉아 손바닥을 맞부딪혀 손뼉을 친다. 잘 먹겠습니다. 짤막한 인사와 함께 아침 식사가 시작된다. 반찬을 먹고, 국을 마시고, 편식하는 동생을 혼내기도 하면서 아침 식사를 마무리한다. 잘 먹었습니다. 다시 들리는 박수 소리가 유독 크다.

형아! 그릇을 정리하는 도중 뒤에서 부딪혀오는 무게감이 익숙하다. 고개를 돌리면 태섭이 등을 끌어안은 채로 눈을 반짝인다. 원온원! 그런 태섭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준다. 형아 그릇 치우고 있잖아. 그릇 다 치우고 가자. 알겠어, 형아. 떨어져 가는 온기가 아쉽다. 옷을 갈아입으려는 건지, 방으로 쏙 들어가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그릇을 마저 치운다.

준섭은 오늘 죽는다.

죽을 것이다.

그래야만 했다.

***

야, 준섭아. 네 동생 진짜 괜찮냐? 엄청나게 울던데.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괜찮아, 괜찮아~. 하며 손을 휘적거린다. 괜찮을 것이다. 괜찮아야만 했다. 아무도 모르게 심호흡을 크게 한다. 아대가 없는 왼쪽 손목이 허전하다. 조심스레 쥐어낸 왼쪽 손목에서는 심장 소리가 시끄럽게 쿵쾅 인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죽음 따윈 무섭지 않아. 준섭아!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준섭은 여상스러운 표정을 꾸며낸다. 도착했대, 낚싯대 준비해! 알겠어!

무서워도, 가슴이 쿵쾅거려도 있는 힘껏 센 척한다.

그것이 송준섭이었기에.

***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살인가?

죽지 않는다면 다음날이 오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죽음을 피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타살인가?

알 수 없었다. 자살이든 타살이든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준섭이 죽지 않으면 내일은 오지 않는다. 미래 또한 오지 않는다.

현재만을 반복하게 된다.

그렇기에, 준섭은. 오늘 죽기로 했다.

***

털털거리는 엔진 소리가 시끄럽다. 흥얼거리는 콧노래는 언젠가 들었던 엄마의 자장가였다. 가사는 기억나지 않지만 멜로디만은 확실히 기억했다. 낚싯대를 내리고, 물고기가 찌를 물기를 기다린다. 언뜻 본 하늘은 먹구름이 가득했다. 심호흡한다. 잘게 떨리는 손을 숨긴다. 괜찮다. 무섭지 않아.

죽음 따위,

무섭지 않아.

쿠르릉, 천둥번개가 울린다. 배가 흔들려 중심을 잡을 수 없었다. 울렁거리는 속에 토할 것만 같았다. 입을 틀어막고, 난간을 붙잡는다. 어떻게든 버텨낸다. 머릿속이 어지럽다. 준섭아! 송준섭! 너 괜찮아?! 난 괜찮아! 가까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 멀리에서 들리는 듯 목소리가 흐릿하다. 아저씨, 어떻게든 못 해요? 지금 최대한 노력하고 있으니 진정해라! 파도에 휩쓸리지 않게,

목소리가 거기서 뚝 끊긴다. 하늘에 드리운 어둠에 고개를 들어보면 집채만 한 파도가 아귀를 벌리고 있다. 준섭은 깨닫는다. 자신은 여기서 죽는다. 이 파도 집어삼켜져, 배가 침몰해, 저 바다 깊은 속으로 가라앉아. 그렇게 죽을 것이다.

마지막임을 깨닫고 나니 이상할 만큼 마음이 편해졌다. 손이 하얘질 정도로 붙잡고 있던 난간을 놓는다. 몸이 붕 떠오르고, 귓가에 울리는 소음이 시끄럽다. 절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아,

사실은.

조금 더 살고 싶었는데.

철썩.

파도가 배를 집어삼킨다.

***

엄마는 아마 많이 슬퍼할 거다. 아빠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첫째 아들이 죽었으니 당연하겠지. 하지만 멋지게 이겨낼 것이다. 엄마는 멋진 사람이니까. 그 누구보다 강인한 사람이니까. 주장이 되겠다고 했으면서 이렇게 죽는 건 조금 죄송했다. 죄송해요 엄마.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모순적인 자기 위로를 건넨다.

태섭은 아마 많이 슬퍼할 거다. 태섭이 태어난 이후 한순간도 예뻐하지 않은 적이 없었으니. 어쩌면 잔뜩 울지도 모르겠다. 배에 타기 전 잔뜩 울며 원망하는 말을 내뱉던 태섭을 떠올리며, 작게 웃는다. 엉망이 된 얼굴이 제법 웃기더랬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들은 말이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는 말인 건 조금 마음에 걸렸다. 혹시라도 제 죽음을 자기 탓으로 돌릴까 봐 걱정됐다. 태섭의 말과 준섭의 죽음은 아무런 연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준섭은 그저 그러지 않기를 빌었다.

아라는 아마 아빠의 죽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제 죽음 또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자신의 나이가 되어서야 제대로 이해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오히려 그게 나았. 지금은 너무 어렸으니까. 그러니까 좀 더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이해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때가 되었을 때, 너무 많은 상처를 받지 않기를. 그전까지 그냥 아무것도 모른 채 살기를.

그리고 행복하기를.

제 죽음으로 인해 사랑해 마지않는 가족이 불행해지지 않기를.

그러기를,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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