겔펠 여행 복기 인터뷰

겔펠

밥헤 by sold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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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엔딩(워터딥 정착+결혼) 이후의 게일과 펠(가내타브)이 게임 본편 여행을 복기하는 인터뷰 형식의 글입니다.


1. 서로의 첫인상은 어떠셨나요?

펠 : 말이 많다…….

게일 : 손이 맵다?

‘손이 맵다’요?

펠 : 아, 제가 포탈에서 구해달라며 삐쭉 내민 게일 손에 하이파이브를 했거든요.

게일 : 얼마나 얼얼하던지! 나와서 악수할 때까지 손바닥이 찌릿하지 뭡니까.

펠 : 구해줬으니 됐지. 별로 아프게 때리지도 않았어! 저는 처음 만나고 나서 며칠 동안은 괜히 같이 다니자고 했나 했어요. 말이 너무 많아서……. 그래도 뭐, 이제는 게일이 말이 없으면 걱정되고 심심하고 그래요.

게일 : 사랑의 힘은 대단하지. 네가 내 수다를 좋아하게 되어서 다행이야. 나는 쉴 새 없이 입을 놀리는 게 좋거든. 그게 말이 되었든, 아니면.

펠 : 조용! 다음 질문 부탁드립니다.

2. 호감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다면?

게일 : 글쎄요, 처음 만난 그 순간이 아닐까요?

펠 : 왜 이래…….

게일 : 왜 그래, 내 사랑. 이미 알고 있었잖아. 절망적인 상황만 계속되던 생활에서 네가 나를 끌어올린 단 하나의 동아줄이었어. 호감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지.

펠 : 저는 에메랄드 숲에서 있었던 축제의 밤이었어요. 그 전까지는 그냥 말 많고 좀 재수없는 위저드였는데 (정말!? 이거 조금 마음아픈걸.) 그 때 게일이 ‘나를 보살펴 준 타라에 대한 보답으로 티플링들을 도운 거야’ 뭐 이런 식으로 말했는데, 그때 알고 보니 괜찮은 사람이구나 싶어졌어요. 저랑 동질감을 좀 느끼게 되기도 했구요. 저도 어렸을 때 수도원에서 자라게 된 후에 베품으로써 그 은혜에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살았거든요.

게일 : 아, 그 밤을 잊을 수 없지. 네가 내 배를 가지고 한 짖굳은 농담도 말이야.

펠 : 그래, 인정할게. 그 때 그건 꽤 진심이었어.

3. 그렇다면 호감에서 발전해서, 이 사람이다. 싶었던 때가 있었나요?

펠 : 그 전부터 게일을 좋아하긴 했는데, 제 마음이 제 생각보다 더 컸다는 걸 자각하게 된 건 게일이 미스트라 님을 만나고 온 그 날이에요.

게일 : 아.

펠 : 왜?

게일 : 더 전이 아니었단 말이야?

펠 : 일단 들어 봐. 쫌. 그 날은 여러모로 충격적인 날이었어요. 게일이 죽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은 날이었거든요. 물론 그 전에도 게일을 꼭 살게 할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요. 그래도 신께서 확언해 주신다는건 또 다르잖아요. 그리고 그 뿐만 아니라 게일이 다른 희망을 가지게 된 날이기도 했구요. 네. 신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요.

게일 : 흐음.

펠 : 게일은, 음, 아시다시피. 미스트라 님께……. 물론 그의 잘못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는 거 알아요. 게일이 잘못했지. (으으음.) 그래도 저는 아직도 그분이 왜 그렇게까지 게일을 몰아넣었는지는.

게일 : 펠, 진정.

펠 : 아, 미안. 아무튼요. 게일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졌어요. 카서스의 왕관을 미스트라 님께 바치고 오브의 위협에서 벗어나거나, 왕관을 이용해서 신이 되거나. 둘 다 게일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이룰 수 있는 일이었죠. 부끄럽긴 하지만… 저는 그때 겁을 먹었어요. 게일이 저를 버리고 신이 될 것 같아서요.

게일 : …… 내 사랑. 내가 만약에 그 때 다른 선택을 했다고 해도, 너를 버리는 일은 절대로 없었을 거야.

펠 : 그래. 나도 지금은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그 때의 나는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었어. 네가 어떻게 됐는지 직접 봤는걸. 그래서 깨닫게 된 거에요. 내가 게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걸요. 솔직히 그저 그런 애정이었으면 그렇게까지 무섭지 않았을 거에요. 버림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아쉽지만 여기까지구나.하고 생각했겠죠. 그래서 그 날 게일에게 제 마음을 다 내보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소시민인데다, 게일처럼 그렇게 대단한 능력도 없어서… 게일에게 약속할 수 있는 건 제 마음밖에 없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절박했네! 대체 사랑이 뭔지!

게일 : 저는 펠의 그 마음에 감복해서 지금 이렇게 인간 게일 데카리오스로 펠의 옆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지요. 펠의 마음을 받아들인 그 선택을 절대 후회하지 않아요. 펠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그 당시에는 꽤 절박하게 왕관을 탐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의 저는 잃어버린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하며 그 때의 자신을 부정했습니다. 잃어버린 모든 것을 복구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펠이 지금 이대로의 저를 사랑한다고 간절하게 말하는 거에요. 아, 저는 그 때 확신이 섰어요. 이 사람을 선택하게 되면 왕관을 가져서 얻게 될 그 모든 것들은 가치를 잃게 되겠다는 것을요. 그래서 펠의 손을 잡았죠. 그 날부터 펠은 저의 신이 되었다고 해도 무방하겠군요.

펠 : 그 ‘신’이라고 칭하는것 좀, 그만 하면 안될까? 밖에서만이라도…….

게일 : 하하.

4. 함께 다니면서 힘들었던 적이 있었나요?

게일 : 둘만 있을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 아무래도 같이 다니던 인원이 꽤 있었으니.

펠 : 오…….

게일 : 왜 그래?

펠 : 아니, 네가 그러면 내가 말하려던 게 뭐가 돼…….

게일 : 뭐가 힘들었길래?

펠 : …그, 게일이 빠릿빠릿하게 못 따라 오는 점…? 아무래도 근력이 좀 약하다 보니……. 도약할 수 있는 거리도 좀 짧고…

게일 : …….

펠 : ……. 무, 물론! 우리 둘만 있을 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너무 힘들었지!

게일 : …….

펠 : 게일……?

5. 하하, 단 둘만 있는 시간이 귀한 편이셨나보군요. 그런 소중했던 시간은 주로 뭘 하면서 보냈는지 궁금합니다.

펠 : 그렇게 특별하게 뭘 했던 것 같지는 않아요.

게일 : 한 쪽이 다른 쪽의 무릎을 베고 누워서 이야기를 하거나, 펠이 좋아하는 차를 같이 마시거나…….

펠 : 게일의 마법 강의를 듣거나. 물론 저는 먼저 해 달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게일 : 무슨 소리야, 몇 번 있었잖아!

펠 : 그건……. 자장가가 필요해서 그랬던 거야.

게일 : …….

펠 : 네 목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해지니까 그랬어.

게일 : 아, 내 사랑. 그렇게 말하면 내가 서운할 틈이 없어지잖아.

6. 가장 힘들었던 전투를 꼽자면?

게일 : 안수르를 물리친 날이려나. 펠이 앞에서 쓰러진 걸 보고서도 바로 달려가지 못하고 급하게 공격 주문을 외워야 했던 날이어서. 지금도 네가 쓰러져 있던 모습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 안수르를 쓰러뜨리자마자 너에게 달려가는 그 짧은 시간이 몇 분은 되는 것 같았어.

펠 : 나는 여행 초반에 놀 무리와 싸웠을 때. 물론 그 이후에도 정말 힘든 전투가 많긴 했지만… 그 때 게일이 처음으로 전투 중에 쓰러진 때였거든요. 제가 전방에서 시선 분산을 잘 했어야 했는데, 그 때는 아직 싸움에 익숙하지 못했거든요. 그 바람에 후방에 있던 게일이 공격에 노출되어서 먼저 쓰러졌어요. 심장이 뚝 떨어지는 소리가 귀에서 울린다는 경험을 그 때 처음 했어요.

게일 : 친애하는 위더스가 우리와 함께 했던 게 얼마나 다행인지. 서로를 잘 알기도 전에 이별할 뻔했으니. 만약 그 때 죽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군.

7. 혹시 여행 중에 서로에게 화가 났거나, 싸웠던 적은 있나요?

게일, 펠 : 아니요.

펠 : 그러고 보니 사소하게 다툰 적도 거의 없네요.

게일 : 여행 당시에는 제가 언제 죽을 지 모르는 몸이었으니, 싸우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습니다.

펠 : 싸울 일도 딱히 없었던 것 같고. 흠, 야채 좀 먹으라고 잔소리하다 말다툼했던 게 가장 큰 싸움이었을까?

게일 : 그랬을지도.

펠 : 아, 생각났다. 네더브레인 바로 아래에서 네가 희생을 택하려고 했을 때는 정말 화가 나긴 했어.

게일 : …….

펠 : 하지만 이제 와서 얘기하지는 않을래. 네가 나를 선택해서 다행이야. 이야기 끝.

8. 여행 중에 서로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은?

펠 : 민망하긴 하지만, 키스해 줘. 였던 것 같아요.

게일 : 그럴 수도… 펠은 입맞춤을 많이 조르는 편이죠. 불안할 때도, 감정적으로 격해질 때도.

펠 : 게일은, 음, ‘밥 먹어!’ 아닐까?

게일 : 오, 나는 ‘사랑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럴 수도 있긴 하겠어. 하지만 이 인터뷰 취지에 맞게 너에게만 한 말로 한정한다면, 역시 ‘사랑해’ 일 거라고 생각해.

평소에 애정을 말로 많이 표현하시는 타입이신가 봅니다.

게일 : 원래는 많이 말할수록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까 해서 좀 아끼는 편이었는데, 어느새인가부터 표현하지 않고는 제가 못 견디겠더군요. 펠이 좋아해 주기도 하고요.

9. 그럼 이제 여행에서 벗어나서, 요즘 이야기를 해 볼까요. 상대의 모습 중에 가장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요?

펠 : 아 안ㄷ

게일 : 어디서부터 하면 될까요? 외적인 부분? 내적인 부분?

펠 : 이 질문은 넘어가면 안될까요? 아니면 1분 제한 토크는 어떨까요? 그래요. 1분 제한 토크로 합시다. 게일한테만요.

게일 : 오, 내 사랑. 내가 위저드라는 사실을 잊은 건 아니겠지. 내가 주문 영창하는 속도 알잖아. 1분 안에 스무 가지는 말할 수 있어.

펠 : 일단 저부터 할게요. 저는 게일이 수인을 맺는 모습이 제일 멋있다고 생각하고요, 자기 직전에 같이 자자고 붙어 올 때를 가장 사랑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1분 잴게요. 준비, 시작!

게일 : 일단가장사랑스럽다는말의정의부터똑바로해야하지않을까요?솔직히펠이사랑스럽지않은순간이어디있겠느냐만은,시간제한이있으니어쩔수없이카테고리를나눠서말씀드리기로할게요.먼저겉모습부터시작할까요?펠에게주근깨가있는걸알아차리셨을까요?어렸을때사원에서햇빛을많이봐서생긴거라고하던데,정말귀엽습니다.그리고눈은또얼마나아름다운지.그눈에여러감정이잘드러나는게정말사랑스럽습니다.그리고목뒤에점이있는데요,펠보다제가먼저발견한점이라서더사랑스러워요.아,정말시간이모자르군!펠이달리는모습도정말사랑스러워요.흩날리는머리카락이얼마나아름다운지!뺨을스치는밤바람처럼흘러내린답니다.양껏달린후에숨을몰아쉬면서짓는개운한표정도정말사랑스러워요.

펠 : 20초 남았어.

게일 : 제가해준요리를먹고행복한표정을지을때도사랑스럽고,잠이덜깬눈으로저에게안겨오는모습도사랑스럽고,화를내는모습도사랑스럽고,무릎에타라를앉히고얼굴을쓰다듬어주는그평온한표정도정말사랑스럽죠.아,제가보고싶다며제사무실로무작정달려왔을때도있었는데그때정말얼마나사랑스럽던지,심장이터질것만같았습니다.술에취해서헤롱대는모습은또어떻고요.아,정말아직말하지못한게너무많은데.그리고침대에서

펠 : 끝! 그만!

게일 : 흐음, 1분이 너무 짧은 것 같군.

펠 : 나는 살면서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 1분은 처음이었어. 아, 덥다. 정말…….

10. 상대에게 배우고 싶은 점이 있다면?

펠 : 항상 알려고 노력하는 점이요. 존경스럽다고 생각해요.

게일 : 여럿 있는데, 요즘에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점? 아, 나도 자고 있는 펠의 모습을 더 많이 보고 싶은데, 쉽지가 않군.

펠 : 그걸 왜…….

게일 : 내 곁에서 무방비하게 자고 있는 네 모습이 항상 궁금하거든.

펠 : ……. 저렇게 솔직하게 애정을 말로 표현하는 점도 배우고 싶긴 하네요. 으음, 갑자기 반성도 되고…….

게일 : 무슨 말이야, 나는 지금도 네가 표현하는 사랑에 잠겨 살아.

펠 : 글쎄, 잘 모르겠는데…….

게일 : 정말로. 너는 말 대신 표정이나 행동에서 많이 드러나니까. 나는 알 수 있어.

11.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은?

게일 : 사랑해. 나를 끌어당겨 줘서 고마워.

펠 : 나도 널 사랑해. 날 선택해 줘서 고마워. 그리고 오늘 저녁은 비프 스튜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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