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어쨌거나 결론은

#반려_데카리오스의_답서 참여 / 가내 게일타브 (겔펠)

밥헤 by sold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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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rofWeave 님의 이벤트 참여한 글입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펠은 이른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마법으로 연주되는 피아노 소리를 배경 삼아 테라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림으로 그린 듯한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펠은 이 위에서 바라보는 파도가 더 아름다울지, 나가서 직접 바라보는 게 더 아름다울지를 신중하게 고민했다. 게일은 이미 목욕하고 있으니 지금 같이 나가자고 해도 거절할 것 같은데… 역시 여기서 같이 보는 게 더 낫겠다. 펠이 생각을 마치고 파도를 바라보고 있자, 어느새 목욕을 마치고 나온 게일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어?”

펠은 난간에 기댄 채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대답했다.

“아. 오늘따라 파도가 아름다워서. 정말 예쁘네. 날이 맑아서 그런가.”

게일이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펠의 손을 벤치 쪽으로 끌어당겼다.

“내 사랑, 아름다운 파도를 바라보며 저녁 시간을 보내는 것도 물론 좋지만, 오늘은 나한테 집중해 주지 않겠어? 자, 여기 앉아 봐.”

펠은 게일이 잡은 손을 깍지 껴 마주 잡고는 게일의 볼에 살짝 입을 맞춘 후에 벤치에 앉았다. 게일은 볼에 내려앉는 입맞춤에도 아무런 반응 없이 펠의 손을 꼭 잡고만 있었다.

“뭐야. 다시 키스 안 해줘?”

펠이 얼굴을 슬쩍 찡그리고는 양손으로 게일의 볼을 잡아 늘였다. 게일이 펠의 손을 잡아 내리며 펠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미안, 펠. 지금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그래.”

게일이 펠의 양손을 모아 잡아 손등에 다시 입 맞추고는 내려놓았다. 그제야 펠은 얼굴을 살짝 찡그린 채 게일을 훑어보았다. 항상 입는 보라색 실내복보다 조금 더 멋 부린 태가 나는 옷, 저녁인데도 평소보다 더 멀끔하게 정리된 수염, 그리고 발갛게 상기된 얼굴과 반짝이는 눈까지. 펠의 코에 게일이 항상 쓰는 비누 냄새가 아닌 다른 향까지 느껴졌다. 게일이 가진 향수 중에서 펠이 특히 좋아하는 향수였다. 서재, 벽난로, 그리고 위스키를 연상시키는 향.

“뭐야, 게일. 무슨 일 있어? 향수까지 뿌린 거야? 이 시간에?”

게일은 펠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더니 품속에서 가지런히 접힌 종이 한 장을 꺼내고는 공중에서 살짝 흔들어 보였다.

“펠, 너에게 쓴 편지야. 오늘 읽어 주고 싶어서.”

“편지? 갑자기?”

“자, 들어 봐. 너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니까.”

펠은 무릎을 세워 끌어안고는 게일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게일은 종이를 펼치더니 긴장한 듯이 몇 번 목을 가다듬었다. 그리고는 편지지 너머로 펠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더니 곧 시선을 내려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게일의 눈이 저녁노을을 받아 평소보다 더 깊게 반짝였다. 깊게 파인 눈두덩이로 지는 그림자가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펠은 당장 입을 맞추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는 게일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나의 가장 사랑하는 이에게…….”

펠은 편지를 낭독하는 게일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내가 어떻게 이런 사람을 만났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인 올챙이에게 감사의 기도라도 올리고 싶었다. 모든 것이 기적 같았으니까. 만날 일 없었던 사람을 만나고, 그의 이야기를 듣고, 사랑에 빠지고, 함께 미래를 약속하고……. 사랑이 그의 목소리가 되어 펠의 온몸을 휘감는다. 그 황금빛 찬란한 사랑 안에서, 펠은 잔잔한 파도와 같은 평온함과, 불꽃이 튀는 듯한 열정을 동시에 느낀다. 어쩐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아서 눈을 깜빡이자, 게일이 바로 손가락으로 펠의 눈가를 쓸어 주었다. 게일이 다정하게 펠의 눈을 바라보고는 다시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는 어느샌가 긴장감이 사라진 듯 편안하게 울렸다.

게일의 낭독이 끝나자마자 펠이 기다렸다는 듯이 게일의 목을 끌어안고 깊은 숨을 내뱉었다.

“널 사랑해. 나도 너처럼 내 마음을 뭐로든 표현해서 너에게 알려 주고 싶어. 정말이야…….”

게일이 아무 말 없이 펠을 마주 안고는 등을 토닥여 주었다. 가끔 훌쩍이는 소리만이 조용한 파도 소리 사이로 흩어졌다. 훌쩍이는 소리가 잦아들자, 게일이 펠의 머리카락에 짧게 입 맞추고는 말했다.

“내 사랑, 좋아해 주기를 바라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좋아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마음에 들었어?”

“ 당연하지. 너만큼 표현할 자신이 없어서 미안할 정도야. 할 수만 있다면 내 마음을 꺼내서 너한테 보여 주고 싶어. 사랑해. 언제나. 게일, 내 마음이 보여?”

펠이 고개를 들어 게일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물기 어린 눈동자에서는 펠의 사랑이 한낮의 태양처럼 불타고 있었다. 게일은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 아, 오로지 자신을 향한 감정으로만 빛나는 눈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할 수만 있다면 영원히 저 눈만을 바라보며 살고 싶었다. 시간이 흘러 세월이 쌓인 눈가에 주름이 생기고, 눈빛이 혼탁하게 변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을 향한 사랑으로 빛나는 눈동자는 영원하게 만들 것이라고. 게일은 다시 한번 다짐했다.

“펠, 지금 네 표정을 볼 수 있었다면 그런 말은 하지 않을 텐데. 나를 바라보는 네 표정과, 몸짓과 말, 나는 너의 그 모든 것에서 나에 대한 사랑을 느껴.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 없어. 언제나 넘쳐서 감사할 지경인걸.”

펠이 게일을 와락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게일은 천천히 뒤로 쓰러지며 키스에 답했다. 어느새 사라진 노을을 대신해 길게 뻗은 달빛이 겹쳐진 두 연인을 내려다보았다. 영원과 같은 하룻밤의 시작이었다.


열기와 긴장감이 한풀 꺾이고, 평온한 침묵만이 가득 찬 침실. 게일에게서 조금 떨어져서 침대에 엎드려 있던 펠이 팔로 이불을 당기며 침묵을 깼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게일이 반쯤 몸을 일으켜 펠에게 이불을 덮어 주었다. 펠이 고맙다는 듯, 이불 안으로 숨겨진 꼬리 끝으로 게일의 다리를 톡톡 두드리고는 말했다.

“게일, 내 이름 있잖아. 수도원장님이 행운을 빌며 지어주신 이름이었다는 거, 기억나?”

펠의 잠긴 목소리를 듣고 게일이 미안하다는 듯이 살짝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그럼. 나의 행운. 나의 펠리시아.”

“ 지금까지 살면서 내 이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오늘 알 것 같았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은 너를 만난 일이야. 이 이름이 너를 만나기 위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 게일. 나 지금 너무 행복해. 이 순간이 앞으로도 영원했으면 좋겠어.”

펠이 품에 안겨 오자 게일이 힘주어 끌어안고는 펠의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너야말로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자 행복이야. 사랑해, 펠. 영원히 네 행운이 될게. 약속해.”

두 연인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서로의 품에서 눈을 감았다. 이제는 쉴 시간이었다. 둘은 서로의 심장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에 취하기 시작했다. 내일의 태양이 어서 떠오르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서로를 더 사랑하기 위해서.


다 쓰고 나니까 드는 의문 …

피아노 연주하는 주문… 집중 주문이 맞을까? …

뭔지 몰라서 집중주문이라고 생각하고 썼어요……ㅎㅎ

게일사랑해

여보사랑해

조교님 항상 감사하고 당신은 정말 짱이에요 꼭 건강챙기시고요 꼭. 우리 오래오래 함께해요 사랑,,,해도되나요?

몰라내맘대로사랑할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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