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일기짱 (insta@5rata2loca7)

과해. 과분해. 감동이 심하잖아요.

아, 예쁘다. 내가 웃는 모양을 감탄하며 뜯어본 건 정말이지 처음이었습니다. 긴장과 부담에 푹 절여졌는데도 저렇게까지 함빡 웃을 줄 아는 사람이었나 봐요, 나. 너무나도 즐겁고 행복해 보여요. 과해. 과분해. 감동이 심하잖아요. 내가 나를 질투하게 된다니까요. 이 순간이 이렇게 황홀하게 내 안에 남아버리면 나는 또 내가 사랑하는 여러분을 한데 모아 놓고 주인공으로 군림하고야 말 겁니다. 그래요, 맞아요. 여러분, 약속한 여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저 안의 내가 아주 좋아 죽겠다는데, 그리고 바깥의 나는 그 기분이 그립고 샘이 나 죽겠는데 어떻게 미루겠나요. 이거 진지한 예고에요. 당부고요. 바람이에요.

내가 이렇게나 예쁘게 웃을 줄 아는 사람이었나요? 티 없이 맑기만 한 저런 미소를 냉큼 보여줬다고요? 거울 속에선 입꼬리에 쥐가 나도록 죽죽 늘리길 연습해도 환해지긴커녕 갈수록 찌글찌글 우그러지기만 했는데요. 설마하니 나의 저런 얼굴은 알고 보니 흔하디흔해서 게다가 헤프기까지 해서 이 찬사가 도리어 우습게 읽히는 건 아니겠죠? 그렇다 해도 좀 참고 읽어주세요. 그래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답니다.

이 글은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여러분을 그날 그 자리에 오도록 만들 수 있었음에 감격하는 글입니다. 동시에 그날 그 자리에 초대하겠다는 일념 아래 그것을 명분으로 수없이 많은 지인께 안부 연락을 돌릴 수 있었음에 감사하는 글입니다. 또한 내가 감히 여러분의 산타클로스를 자처해 건방 떨 수 있었음에 몹시 기꺼워하는 글입니다. 막무가내에 억지로 꾸며 실수투성이가 된 파티를 모두가 나서 수습해 주었음에도 가장 큰 공이 나에게 돌아와 반갑고도 겸연쩍다는 소감을 밝히는 글이며, 지나가는 말로 흘려보낸 7월의 럭키 비키 파티를 이러나저러나 실행에 옮기겠노라 당당히 선언해 두는 글입니다.

(…)

고작 몇 개월 지났다고 눅진한 미사여구가 덕지덕지 들러붙은 길고도 화려한 몇 문단은 과감히 생략했어요. 줄임표 속에 넣어둘게요. 밤새도록 포근했던 1월의 크리스마스를 딱딱하게 굳은 말로 전하는 나의 태도가 아쉽다면 꾹 눌러 펼쳐보세요. 이왕이면 대화로 전화로 글자로 아니면 이모티콘이나 좋아요로 봉인된 감상을 살살 뜯어보세요.


2024 / 01 / 26 / 언젠가 찍힘
2024 / 05 / 26 / 00:45 그림
2024 / 05 / 26 / 22:58 손봄
2024 / 05 / 26 / 11:53 씀
2024 / 06 / 05 / 20:06 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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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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