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

첫 일기를 시작하며,

20240422(월)

zium by Z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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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일기를 쓰고 싶어졌다. 괜히 그런 날이 있는데 오늘이 그런 날이다. 자판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잔잔해지지 않는가 고장 난 스페이스바가 거슬리지만 참으면서 첫 포스트를 쓴다.

고장 난 스페이스바를 몇 달째 밀어두기, 밀어둔 글쓰기를 갑자기 시작하기 이런 일들이 글을 쓰는 이유다. 정신병을 앓고 있나 보다. 꾀병은 아니고 병원에서 진단까지 받은 확정정신이상자인데 엄살 같아서 말하는 게 두렵다. 이딴 정신머리로 십삼 년간 살고 있는데 정신병자가 아닌 기간 보다 정신병자인기간이 길다 보니 ‘이제 와서?’라는 마음이 크다. 다들 번아웃 혹은 월경 전 증후군을 한번쯤 겪지 않는가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인생 절반을 될 대로 살아놓고 당당하다 말했다.

진짜 당당했나? 아니다. 지금도 일분일초 단위로 떠밀리고 있다. 망망대해에 혼자 어딘지도 모르고 뭐가 나타날지도 모르는데 밀려오는 파도가 좋다고 떠오르는 불안을 무시하며 그냥 누워있다.

바다에 대해 말해보자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 특히 계속 밀려오는 파도, 모든 게 부서지고 흩어지는 거품과 자갈 소리들이 태초부터 반복되었다니 이게 문자 그대로 낭만이다. 하지만 바다에 들어가면 위험하다. 해수욕을 즐기지만 매번 위험했던 기억이 있다. 빠질 번하거나 심지어 발목정도의 파도에 휩쓸려 넘어지고 귀에 자갈이 들어갔던 일은 아직도 웃음거리다.

지금 시대를 정보의 바다라 들은 적 있다. 정말 그렇다. 매일 새로운 정보가 밀려오고 들어본 적도 없이 사라진다. 손에 잡히는 건 정보를 접한 뒤 상처 입은 한 줌의 자갈 같은 마음뿐이다. 모두가 이 바다에 한몫하고 있다. 뿌리는 게 눈물이든 오줌이든 내 바로 옆사람의 한 점 한 점이 바다를 이룬다. 그게 무섭다, 또 바다에 빠질까 무서워서 또 멀리 서서 파도 소리나 듣고 있다. 상처입을 돌들로 성을 쌓고 있다. 누군가 보고 굉장하다고 말해주기 바라며 정작 보이는 성은 안쪽면으로 밖에서 보면 그냥 돌무더기다. 이만큼 바보 같은 일이 있을까.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까 나도 당장 저 바다에 돌을 던지고 싶다. 그러고 알리고 싶다 내가 있다고… 한들 뭐가 달라질까. 나를 가려주던 돌이 하나 없어지고 바다에 빠진 돌은 말없이 누구의 시선도 받지 못하고 가라앉은 게 뻔하다.

하루는 모든 돌은 쓰러트렸다. 그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루는 바람에 휩쓸려 쓰러졌다.

상처받은 돌은 여전하다. 적어도 내가 살아있을 때까지는 둥글거나 각질 거다. 아직 모래가 되긴 멀었다.

상처받은 나를 전시하고 싶지 않다. 아직 무섭다. 이 아픔이 나만의 특별함이어야 서있을 수 있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아픔이고 남들이 이걸 핑계라 말한다면 그땐 거품이 되어버릴 거 같다. 누군가 이 아픔에 공감한다면 그건 슬픈 일이다. 서로 먼 거리에서 자신의 말은 반복할 뿐이다. 서로 성을 쌓아버린 우리는 만날 수 없다. 그건 조금 외로운 거 같다.

모든 걸 내 던지고 바다에 들어가면 그때야 말로 끝이다. 형체를 유지 못한 채로 바다의 거품 마냥녹아사라진다자의식따윈버리고 존재하지 않았던 거마냥 정말 그럴 수 있다면 행복하겠지만 그건 정말 오랜 세월이 필요하다. 돌이 물이 될 때까지 맞고 쪼개지고 원자가 되어서도 가끔 떠올릴 것이다 나는 돌이었는데 하고 그거야말로 후회다.

나는 후회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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