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엄마처럼 늙을까? 똑 닮은 삶을 가져갈까? 그런 우려를 할까?
엄마, 무슨 생각해? 친구가 그러는데 나 연초 피우는 폼이 엄마랑 같대. 겉이 닮으면 속도 닮은 거라는데 어쩌면 이 불건강한 연소 행위의 본질도 닮았을까? 그럴 리 없길 바라지만 속이 잔뜩 썩어 쑤실 때마다 담배를 찾아 피우는 걸까? 그렇게 몹시도 자주 아픈 걸까? 나도 엄마처럼 늙을까? 똑 닮은 삶을 가져갈까? 그런 우려를 할까?
나도 웃겨. 경애하는 나의 모친께서 그토록 역겨운 담배를 종일 물고 다니든지 말든지 그걸 동경하거나 탐내거나 한 적 없고 하다못해 뵈기 싫다며 인상이나 팍 구길 줄만 알던 내가 말이야. 사회에 나오자마자 배운 게 하필 담배라니. 정말 같잖고 가소로워. 고결해야할 나의 일관성을 스스로의 의지로 배반한 첫 사례야. 차라리 웃어 넘기는 법을 익혔다면 좋았을까. 음. 하긴 워낙에 귀하게 키웠고 곱게만 자랐으니까. 새삼 돌아보니 흡연은 집안에서 그렇게 엄중하게 다루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도 같은데. 사실 예민하게 구는 건 오히려 나 하나였지. 엄마 아빠 둘이 자꾸만 날 앞에 두고 담배를 피우는 통에 어린 내가 당하는 간접흡연은 어떻게 책임질 것이며 이러다 내가 꽁초라도 주워 피우면 어쩌려고 그런 모습을 자꾸 보이느냐고 진지하게 화를 낸 적도 있었잖아. 아, 정말. 그러지 말 걸.
내가 결국엔 엄마를 쏙 빼닮은 흡연자가 되어버렸다며 굳이 여기다 고해하는 것도 창피해서 그런 거야. 내 입으로 직접 고백할 용기가 아직은 영 안 나더라. 그러니까 언젠가의 엄마가 이 글을 읽고 있다면 괜히 서운해하지 말고 속상하다고 울지 말고 후회나 자책도 제발 넣어둬. 그리고 아무리 내가 담배 맛을 알게 됐대도 내 차에선 피우지 마.
엄마. 무슨 생각 하냐니까. 나 방금 말했다, 엄마 잘못 아니라고. 알겠지? 까먹으면 안 돼.
2023 / 05 / 21 / 14:26 찍음
2024 / 05 / 26 / 11:05 그림
2024 / 05 / 27 / 02: 59 씀
2024 / 09 / 02 / 12:12 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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