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일기짱 (insta@5rata2loca7)

한창 사랑 중인 사람은 사랑을 그리고 연애를 재정의하려 들지 않아요.

나 우연히 당신이랑 끝을 본 거길 다녀온 적 있어요. 삽시간에 쏟아지는 것은 의외로 감정보다는 생각이더군요. 아무리 시간이 약이라지만 전혀 아프지가 않던데요. 나는 깨진 사랑도 사랑일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가 봐요. 언제 또 그렇게 예쁘고 아기자기한 사랑을 하게 될까요. 얼마나 더 큰 사랑을 해야 보다 더 산산이 부서질 수 있을까요. 그래서 흩어져 없어진 내 마음을 추억하고자 할 때를 대비해 아래에 정제된 글을 붙여둡니다.

닿지 않을 당신에게: 그거 알아요? 한창 사랑 중인 사람은 사랑을 그리고 연애를 재정의하려 들지 않아요.

2023 / 05 / 27 / 15:24 찍음
2024 / 06 / 06 / 04:35 그림
2024 / 06 / 06 / 06:07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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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얼마 전 나의 첫 연애가 시작되었어요. '세기의 로맨스'나 '운명같은 만남'이라고 칭할만한 가슴 뜨거운 이야기는 없지만 나름의 특별함은 있는 인연이지요. 나는 이 사람이 참 마음에 들어요. 고르고 골라온 나의 상대가 되어주어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중략)

내 안의 연인이란 구태여 끝을 선언해버리기 전엔 언제까지고 가장 친애하는 나의 당신이기로 약속한 사이지요. 앞으로 당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에 나의 존재를 고려하고 상의하길 바라는 사이입니다. 내가 당신의 제일가는 이해자가 될 수 있게 허락해주길 바라고, 당신 역시 나의 그것이 되어주길 원해서 나를 속절없이 털어놓게 하기도 해요. 고충이 있다면 선뜻 나눠주길 희망하고 시간이 나면 내게 우선권을 내어주길 요구할 수 있어요. 최고의 것은 늘 당신과의 것이어야함에 있는 당위성은 우리의 관계가 연인이기에 부여되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모든 사항은 나의 애인으로서의 권리이고 자격요건이에요. 어떤 때엔 달가울 수 없는 의무가 되기도 할겁니다. 어쩌면 서로에게 짙은 후회를 남길만한 선택을 만들기도 하겠지요.

그렇기에 나는 이별을 겪어버릴 언젠가의 당신이 나의 애인이었던 사실을 그리 불편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많은 것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나의 사랑을 받았던 시간과 기록이 영광스럽진 못할지언정 작은 고마움과 옅은 아쉬움만 남겨줄 수 있기를, 나와의 것들을 좋은 말로 추억이 아니라 정말로 추억이라 말할 수 있기를, 당신 뿐만 아니라 나도 함께 우리가 그럴 수 있기를 원해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골치아픈 이상주의자가 되어버린 기분입니다. 내가 연애를 제외한 다른 관계에 이만큼 능숙한 것은 딱 이만큼의 사람을 떠나보내서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그래서 내가 서툴 수밖에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지금의 내가 이토록 좋아하는 당신이기에 끝마저도 나의 최선을 주고싶어서 머릴 싸매고 있어요. 이게 요즘의 고민입니다.


2:

얄팍한 사랑을 애써 움켜쥐고 달지 않은 애정을 굳이 삼키고 엉겨 붙은 부정을 부정하지 않으며 칙칙한 단어로 속단하는 고백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어

애매한 정도의 마음 종지부를 찍지 못한 열정 끓지 않은 물 내보일 수 없는 성과 자꾸만 떨어지는 주가 상해버려 못 쓰게 된 기대 어쩌면 실망 쓰레기통에 처박히기 딱 좋은 무엇도 대변하지 못할 변명 동음이의어 중 가장 그럴듯한 것을 골라 내뱉어버리는 이기심 다 어디의 무엇으로 가장하고 나는 노력하고 있어 지금 내 곁에 너 없음 좀 곤란할 것 같애 나 한때 널 탐냈으니 지금 네 속 모르지 않아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어


3:

나는 당신이 몇등이든 나의 최고로 만들어주는 사랑을 하고 있어서요. 당신이 당신이어서 만족하는 사랑을 하고 있어서요. 당신의 우주를 제일 가까이에서 나의 것과 맞댄 채 겹친 채 엿보는 것으로 좋은 사랑을 하고 있어서요.

무의식이 판단하도록 두어야할 것들을 의식 세계로 끌어오지 맙시다. 직관이란 아름다운 단어로 포장할 수 있는 것을 굳이 파악해 통제하려하지 좀 말자고요. 우리가 사랑하고 추구하는 따스한 인간성은 거기서 비롯되는 것임을 왜 외면하나요. 우리 감상적이고 감정적으로 추상을 매만지며 살아요. 나 너를 위해 별을 따다 주겠노라 약속하는 바보가 되어요. 겨울엔 낭만을 맞고 여름엔 청춘을 들어요.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리고 흥미로운 활자에 이입해보아요. 가끔 이해받지 못할 결단을 내려보고 종종 답지를 외면한 채 해답을 찾아보기로 해요. 합리가 꼭 윤리는 아니에요. 우리 반드시 헤어져야만 하는 때 오면 우리 사랑이 저물었으니 헤어지는 것으로 해요. 그게 제일 큰 걸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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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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