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일기짱 (insta@5rata2loca7)

매 순간 찬란했던 풍경과 이름 모를 수많은 향도 여전히. 사진에 묻어있어.

있지. 나는 훌쩍 떠나고 싶어진 바람에 일상이 시시해졌어. 달고 짜고 심지어 떫은가 싶을 순간조차 잘 와닿지 않아. 네 맛도 내 맛도 아니고 하루하루를 심심하게 보내. 그래, 맞아. 괴롭지. 쓰잘데없이 외로운 일이고. 어쩐지 전부 다 까마득해. 나는 영원히, 들떠있는 기분으로, 표류하는 심정으로, 유영하는 태도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자 하는데… 이게 참 생각만 쉽지 막상 실천하기는 까다롭더라. 너도 알다시피 나는 날 아주 여기저기 내어주고 또 매어놓고 시간 죽이길 좋아하는 바람에 모든 걸 훌훌 털고 일어날 기회가 잘 없더라.

그래도 너와의 행궁동은 말이야. 매 순간 찬란했던 풍경과 이름 모를 수많은 향도 여전히. 사진에 묻어있어. 아직 지나가지 않았다는 양 질감이 만져지는 귀한 사흘이야. 특별한 날 중에서도 특별한 날. 정말 좋다 못해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행이었어. 그도 그럴 게 우리 일정은 적당히 무모했고 운도 충분히 따라준데다 모든 것이 아니 뭐든 간에 상당히 충만했으니까. 발을 내딛는 곳마다 예쁘지 않은 곳이 없었지. 알코올과 카페인도 정말 오직 즐기기 위해 마셨지. 이게 얼마 만이야. 햇살이 따스했고, 바람이 시원했고, 네가 내 옆에 있었어.

고마워. 그냥 이 말이 하고 싶네, 괜히, 갑자기. 전시장 붙박이가 되어 작품 하나하나 뜯어보는 날 용인해 줄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 여행의 목적이나 다름없던 음식점에서 강렬한 실패의 맛을 봐버렸을 때 가본 데에 의의를 두자고 말해줄 사람은 몇이나 될까. 내가 하자는 일이라면 큰 고민 없이 함께 해주는 사람은, 내가 가자는 곳이라면 별생각 없이 따라 나와주는 사람은, 내가 먹고 마시고 사고 기념하는 모든 것에 말 얹지 않고 며칠씩이나 쭉 곁을 지켜주는 사람은. 너뿐이지. 애초에 네가 아니라면 떠날 엄두나 낼 수 있었을까?

J, 내가 이걸 사랑이라고 불러도 괜찮겠니?


2024 / 02 / 13 / 16:37 찍음
2024 / 05 / 16 / 11:13 그림
2024 / 05 / 20 / 12:29 씀
2024 / 05 / 26 / 02:23 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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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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