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 카츠라기는 좋은 사람이다.
그야, 나같이 모든 걸 잃어버린 술주정뱅이 형사와 저공의 에이스를 맞춰줬으니까.
킴 카츠라기라는 형사는 좋은 사람이다. 나는 여전히 세올인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도, 그 카뫼오뇌어라는 화물차 운전자 중 한 명이 킴 카츠라기에게 뱉은 말이 얼마나 무례한 지도 감이 안 잡힌다. 정확한 건 구토를 두 번이나 하고 호모새끼를 욕으로 써재끼는 꼬마 2인조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내 귀에서 웅웅 거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편을 들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에선 더욱 민감해야 하는데 동료 형사의 존재는 이를 그나마 ‘덜어낼 수 있게’ 돕는다. 이번 일이 며칠이나 가게 되어버릴 지. 내가 누구인지 언제 깨달을 지. 그런 감 하나 존재하지 않지만 어떠한 확신이 등골을 타고 올라와 척수 사이의 연골로 스민다. 애초에, 이런 경찰 직군 중에서 자신의 물건이나 도구에 예민한 사람이 서넛 있기 마련인데 그는 그러지 않고 냉큼 쇠 지렛대- 아니, 빠루를 들게 해서 쓰레기통 문을 열어재끼려고 하던 날 방관하고 있었다는 점이 압도적인 가산점이었다. 안경을 쓴 탓에 총을 못 쐈다고, 그리고 이를 내게 금방 건네주며 기회를 준 것 또한 그렇고.
친절한 정원사의 도움으로 나는 구역을 네 단어로 명명할 수 있게 됐다. 거울 안에 보이던 그 미치광이 술주정뱅이 배뿔뚝이 코붉은놈보단 더 좋은 이야기를 들은 덕이다. 그래. 동서남북 해서 동쪽엔 시끄러운 놈들이 노조를 외쳐대고 서쪽에선 살라미 한 점 얻어먹고, 남쪽엔 상점가 있다고 하던데 가보진 못했고. 북쪽엔 부두와 아파트, 그리고 약간의 공동주택… 마르티네즈에선 나와 킴 키츠라기 같은 경찰이 무의미하다고 한다. 이 구역은 그런 식인가. 공권력보다 앞서는 존재가 있다면 그것은 곧 그곳의 법. 법적으로는 의미가 있지 않아도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법이 무용하다는 의미와도 같다. 아주 갈 때 까지 간 추락… 이런 지역이 과연 마르티네즈 말고 다른 곳도 있을까. 그건 내 알 바 아니다. 킴 카츠라기는 ‘사적인 것’ 말고 우리의 일에 집중하자고 했으니 난 그럴 것이다. 애초에, 지금 내게 유일한 방향성과 그의 ‘힌트’ 정도는 제공해줄 사람이 그 세올인 혼혈, 아니, 이제는 아… 빌어먹을, 이 국가의 이름도 모르겠다. 아무렴. 날 비웃은 새끼 목소린 기억해도, 내 코가 얼마나 시뻘건지 술 섞어 마신게 무슨 향이었는지 떠오를 정도로 징그러운 뇌여도, 진짜베기 정보같은 건 떠올리지 못하기 마련이니까. 안 그래 나?
005.1944.298. 미안하다고 사과도 똑바로 했다. 그 다음엔? 그래, 모든 일이 끝나고도 여전히 내 대가리가 암것도 기억 못 한다면 형사 나으리께서 친히 이야길 쑤셔넣어주시겠다 하셨지. 시간은 아직 오후 12시. 한낮이다. 매드 헤터인지 헤터 매드인지 하는 놈이 논하는 ‘고등 종자’ 에 대한 이야긴 지긋지긋하단 생각이 들었다. 내 구둣발 끝에 장식된 것이 값비싼 것임에도 그랬다. 어쩌면 내 피가 그 순간 들끓어 발레 선수처럼 우아하게 몸을 돌려차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지. 있는게 몸뿐인 인생은 으레 그러하니까. 그러다 권총을 격발하고 저공의 에이스 자세까지 취한 채, 입 처음 맞춘 애새끼처럼 설레고 또 걱정하며 초조하게 기다리는 것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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