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당신에게 심판을!
자유의 상징 - 2부
약혼이라니, 약혼이라니, 약혼이라니!
죽어도 싫어! 내가 무슨 도구야? 이런 고리타분한 집안이 있는 줄은 알았지, 근데 그게 우리집일거라고는 생각도 안했지! 왜 나야? 차라리 내가 가업을 물려받는게 낫겠다! 아무튼 싫어!
“얘, 메르!!! 메르!!!!!”
약혼? 다 망해버려라, 이런 날에는 탈주다!
메인 스토리
시즌 : 영원찬미자
자유의 상징 :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당신에게 심판을!
a Heart moving towards Love
[ 진짜 사랑한다고 말해줄 거에요? ]
정말 미친듯이 달렸다. 진짜 열심히 달렸다. 잡히지 않으려고 신발도 손에 들고 양말 바람으로 선수 마냥!
그런데도 저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거 같아, 아 어떡해! 진짜 싫어!
“어, 메르!”
“어? 린다?”
태초의 도시는 기본적으로 바깥쪽과 안쪽, 그리고 윗구역과 아랫구역이 있다. 윗구역 안쪽은 만다라들의 거처. 그러니까, 신전들로 밀집된 지역. 1만개 안팎의 으리으리한 신전들이 다 그 윗부분에 모여있다는 거다. 윗구역 바깥쪽은 만다라들의 공장으로 둘러쌓여있다. 다들 출근할 때 멀다고 불편해하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만다라들도 자기들 편하게 살라고 안쪽에다가 신전 지은거일텐데 누가 함부로 위치 바꿔달라고 말하겠어. 모양새가 꼭 대드는 것 같잖아.
아무튼. 이야기가 좀 삼천포로 빠졌는데, 아랫구역은 도시의 주민들이 사는 지역이다. 크게 동부 구역과 서부 구역으로 나뉘는데 대표의 신전을 등지고 바라보는 기준으로 서부가 고위층 및 상류층 전용 가게들로 차있고 동부가 서민들이 살아가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동부 바깥쪽은 흔히 말하는 뒷세계 쪽의 뒷골목인데, 뒷골목 주민들은 이런 대로변까지 잘 나오지 않는다.
“어쩐 일이야, 여기까지 나오고?”
린다는 뒷골목 주민이었다. 진짜 어쩐 일이람?
“으응, 볼 일이 좀 있어서. 메르는? 신발도 손에 꽉 주고 있고.”
“으악, 이건 어, 좀 잘, 뛰려고! 하하!”
아, 나 부르는 소리가 점점 커지는 거 같은데, 어떡하지.
“메르, 시간 혹시 있어? 나랑 어디가지 않을래? 보여주고 싶은게 있는데,”
“있어! 완전 많이 있어! 꼭 가고싶네!!!!”
어딘진 몰라도 일단 데리고 나가주면 땡큐다 진짜, 린다 넌 내 구세주야. 가자가자.
린다의 등을 떠밀며 대로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신발도 좀 신고, 아! 굽이 너무 높아! 불편해! 나중에 갈아 신어야겠다.
린다는 동부 구역 깊숙히로 향했다. 갈 수록 점점 지저분해지고 비좁은 길들은 딱봐도 골목이었다. 뒷골목으로 데려가고 있다는걸 알아채니 어쩐지 좀 으슥해보이는게 무서운 것 같기도 하고…?
린다? 우리 어디로 가는 거야…?
린다는 자기 집으로 가는 중이라고 했다. 네가 도와줬던 일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안 그래도 며칠동안 린다를 도와주었다. 그게 뭔지 궁금하네.
린다를 알게 된건 꽤 최근이었다. 린다를 처음 만났던 그 날에도 우리는 대로변에서 만났다. 그때는 되게 급해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고 나는 어쩐지 재밌는 일이 될 것 같아보여서 린다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금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말에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내가 그날 하고 나왔던 모든 장신구들을 빼서 건네주었다. 린다는 엄청 감동받은 표정을 지었고 나는 앞으로도 도와줄 수 있으니 언제든 만나자고 말했다. 그게 첫 만남이었다.
이유도 묻지 않고 그냥 계속 도와줬다. 언젠간 알려주겠지, 라는 마음으로. 그게 나쁜 일에 쓰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쓰였다면 진작 알게되었을 것이다. 내가 준 장신구들에는 다 일정한 표시가 되어있으니까. 장물쪽을 뒤지는건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 말이다.
“다 왔어, 먼저 들어가.”
치맛단을 한아름 끌어안고 조심조심 들어온 비좁은 뒷골목 어딘가에서 멈춰선 린다가 문 같지도 않아보이는 문을 열며 말했다. 오 고마워, 그럼 실례 좀 할게.
린다의 집은 생각보다 컸다. 린다는 운이 좋아서 빈집 여러 개를 하나로 만들어서 크게 쓴다고 했다. 빈집이라, 뒷골목에서 빈집 날 일이 있었나? 잘 모르겠다. 속사정을 그렇게 자세하게 알고 싶진 않다. 왠지 무섭다.
“그래서, 뭔데?”
건네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야 물어봤다. 그 돈 다 어디로 간 건지 들어봅시다.
린다는 턱 끝으로 한 쪽을 가르켰다. 그쪽은 간이 가림막으로 가려둔 침대였다. 불빛의 실루엣으로 비쳐 보이는 걸 추측해보건데, 침대에는 누군가 누워있었다. 자고 있는 건가? 고개를 갸웃 해보이며 작게 물었다. 누구야?
나도 몰라. 골목에 쓰러져있던걸 데려온거 거든. 근데 심하게 다쳐있던거야. 치료는 해야겠는데, 돈은 없고. 그래서 난 그때 중앙 광장에서 적선이라도 받아야 했나 싶었다니까. 근데 네 덕분에 구걸은 면했어, 진짜.
돈은 다행히도 착한 일에 쓰였다. 일단 안심이다. 근데 누군지 봐도 되나?
“남자야?”
“여자야. 가서 한 번 얼굴이라도 봐. 어차피 저 사람이 살 수 있었던건 네 도움이 가장 컸으니까.”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그래, 이건 약간 그런거지, 후원해준 아이의 얼굴을 보러가는 부호의 느낌같은 거라고. 아마도…?
가림막을 옆으로 조금 치자 화려한 머리색부터가 눈에 들어왔다. 감긴 눈매는 어쩐지 날렵해보였고 전체적으로 시원시원시원해보이는 미인상의 여자가 미동없이 잠들어 있었다. 예쁘다.
정말 거짓말같게도, 그 순간 그 사람이 눈을 번쩍 떴다, 엄마야!
흠칫해서 뒤로 슬금 물러나자 그 사람이 나를 보았다. 조금 당황한 것 같아보였다. 별모양의 동공이 나를 향하는게 어쩐지 엄청 부담스럽다.
“누구……?”
목소리가 갈라져서 나오는 바람에 말이 끊긴 모양이었다. 잠깐만! 기다려요! 그렇게 말하고는 어느새 부엌에 간 린다에게 갔다.
저 사람 깼는데, 물을 가져다줘야 할 것 같아. 린다도 놀랐지만 반가운 기색을 표했다. 가자가자. 물 한 컵을 들고 다시 침대로 갔다.
그 사람은 물도 마시고 눈도 좀 껌벅이고 수프까지 먹은 후에야 얼굴 어딘가에 서려있던 경계심을 풀고 자기소개를 했다. 이름은 사정이 있어 밝힐 수가 없지만 도와줘서 감사하다고. 이름은 왜? 라고 린다가 묻자 원한다면 말해줄 수는 있으나 진짜 이름이 아닐거라고 했다. 깐깐하긴.
뭐라고 꺼낼 말이 없다. 정적만이 맴맴 방안을 떠돌아다닌다.
나도 꺼낼 말이 없어서 그만 쓰기로 함
암튼 미완이라 길도 잃고 갈곳도 잃은 어린양이 아니라 로그는 멘스 카테고리에 함께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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