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 술.
노먼 오스본과 오토 옥타비우스의 담소
“오스코프가 날 버렸어.”
노먼 오스본이 말했다. 그는 잔에 담긴 위스키를 바라보다 이내 옆으로 시선을 돌려 옥타비우스를 바라보았다. 노먼의 술잔과 다르게 그의 것은 거의 비어있었다.
“해리는 죽었어.”
노먼이 계속 말했다. 오토는 침묵했다. 그는 자신의 대학 시절 동창보다 비어버린 잔 밑바닥에 남은 몇 방울의 술에 더 관심을 보이는 듯했다.
“어린것이 복수하겠답시고 독기를 품고 설쳐대더군.”
노먼이 위스키를 홀짝였다. 오토 옥타비우스는 남은 한 모금의 술마저 모조리 털어 넣으려다 이내 잔을 내려놓았다.
“부모 마음 알아주는 자식이 어디 있겠나.”
그가 툭 내뱉었다. 그의 말에 조용히 술잔을 바라보던 노먼이 크게 술 한 모금을 넘겼다.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애가 죽은 건 나 때문이야.”
내가 미리 언질이라도 했다면, 차라리 그 애가 나를 지독히도 싫어했다면, 아니, 애초에 내가 잠식당하지 않았다면 해리는 살아있었겠지. 부질없는 가정을 힘없이 뱉어내며 노먼이 시선을 떨궜다. 생전에 이루지 못했던 일들이 지독하게도 후회되는 모양이었다. 옥타비우스는 그런 노먼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로지가 죽었어. 나 때문이었지.”
그가 놀라우리만치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 노먼은 입을 다물었다. 오토가 말을 이어갔다.
“아직도 귓가에 로지의 비명이 들려. 통제를 벗어난 기계를 억지로 유지하려다 창문이 깨졌고, 로지가, 그녀가 죽었어, 노먼.
그런데 이상한 건 말이야, 정작 나는 살아남았다네. 흉측한 괴물이 되어버린 채로 말이야.”
노먼은 그가 비단 척수와 연결된 기계장치만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차렸다. 그는 죄악감에 목이 졸린 듯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나는 죄 없는 시민을 몰살시킬 뻔했네. 무고한 자들이 실패한 실험에 집착하는 나 때문에 한순간에 죽임당할 뻔 한 거라고.”
로지는 이런 날 혐오할 거야. 그가 이어질 뒷말을 삼켰다. 노먼 또한 자신의 친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렴풋이 눈치챌 수 있었다. 둘은 입을 열지 않았다. 오토는 자신이 스스로 저질렀던 일들을 다시 기억해내며 신음했다. 메이 파커의 발버둥, 시민의 비명, 눈이 멀 정도의 강한 빛, 로지. 그가 눈을 감았다. 지옥에 가더라도 오토는 자신을 증오하리라. 아마도 유황불 속에서도 그는 유리 파편에 스러지는 로지 옥타비우스의 잔상에 시달릴 것이다. 그 사실을 생각하자 옥타비우스는 속이 뒤집히는 듯 했다. 그러던 와중, 노먼 오스본이 입을 열었다.
“난 사람을 죽였네.”
난 이미 살인자일세, 오토. 그가 담담한 어조로 이어나갔다. 그 거슬리는 인간들부터 불쌍한 시민까지 나는 무수한 피해자를 만들어냈어. 그럼에도 나는 그것이 정당한 일이라 여겼지. 내 머릿속에 죄의식 따위는 애초에 없었을지도 몰라. 내 죄가 아니라며 회피했을 뿐이지. 나와 달리 자네는 누군가를 죽이지도 않았고, 그럼에도 죄책감에 죽으려 들지 않았나. 자네 아내는 타박은 할지언정 자네를 혐오하고 원망하지는 않을 거야.
노먼이 남은 술을 모두 털어 넣었다. 오토 또한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다 잔을 비웠다.
“우리 둘 다 죄 많은 인간들이구먼.”
오토 옥타비우스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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