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리가 없잖아요.

나는 알고 있어요. 당신의 상냥함을.

“여차하면, 본가에 초대해서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낼 수도 있다고요. 그래요. 좀비들에게 저희 저택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전제하겠지만요. 이미 말했죠? 그쪽에 인형 전용 룸이 있다고. 거기서 당신과 함께 재잘재잘 떠들면서 제 사랑하는 인형들을 소개해주고 싶단 말이에요. 그리고, 나도 각색 동화를 집필하겠다고 다짐한 이 마음은 여전히 있으니까. 뭐, 그건 나중에 천천히 생각할 예정이니 일단 미뤄두고요. 그리고 하나 더 추가된 소망이 있어요. 모든 최악의 상황들이 끝나서 이 좀비 사태가 마무리되면, 일기 형식을 빌려서, 일어났던 모든 일들을 쓸 계획이에요. 그것에 대한 내 시야에서의 생각들을 담아서 말이죠. 이것은 앞선 전자보다 더 최우시로 보고 있거든요. 지금도 하고 있다고요. 아, 저한테 종이와 펜은 없어도 말이죠. 저, 스마트폰이 있으니까. 앱 메모장에 항상 적고 있었어요. 처음 시작은 이런 난장판이 일어날 줄 모르고, 그저 여름 캠프가 신나서 그 감상문을 적은 거였지만⋯⋯⋯ 이제는, 네. 그렇게 됐네요. 모든 사태가 마무리된 미래의 내가 그것을 본다면, 이런 일도 있었지~ 라면서 가볍게 픽,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소망을 보내봅니다. (당신의 새끼손가락을 보면서, 다짐하는 기색으로 강하게 마주걸어준다.) ​“제가 이것을 안 할 리가 없잖아요. 그렇죠, 이상 씨? 우리는 외톨이가 아니라고요! 괜찮아요. 괜찮아. 모두가 있잖아요. 지금, 좀비들에게 물려서 상태가 매우 걱정되는 선배님들이 계시긴 하지만. (그 당시의 현장에 내가 있었기에, 매우 잘 알지. 모를 수가 없어.) 점점 무언가, 정보들이 적힌 종이들이 발견되고 있으니까. 이후에 백신을 찾지 않을까요? 아, 너무 희망찬 말인가. 그렇지 못할 확률이 매우 높은데. 자꾸 앞서가서 생각하네요. 현실을 봐야⋯⋯⋯ 하는데.​“ 절망적인 현실로 인해 기존 온실 속의 꽃밭에서 강제로 벗어난 임수향은 생각보다 많이 다른 태도를 당신에게 보여줬다. 원래야 종알종알 말이 많았긴 했다만, 생각이 기존보다 훨씬 깊어진 것이다. 머릿속에서 고찰과 고뇌가 이 소녀 아가씨와 함께하고 있다. “솔직히 제 힘이 약하니, 좀비들을 때려잡기는 힘들겠지만. 대신에 이 작은 머리라도 써서 당신들을 도와줄 거예요. 나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그동안은 보호받고 보호받으며 그걸 당연시 여기며 살아왔지만 말이에요.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잖아요?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 각자 자기 살아남기 바쁘니까. 그걸 깨달은 순간, 나는 환상 속에서 빠져나오게 됐어요. 사실은 좀 슬프기도 해요. 그 온실은 정말이지 편안했는데. 제 발로 스스로 걸어나왔으니, 이제는 돌아갈 수 없을 테니까. 인생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했어요. 그리고 그 사막의 폭퐁에 나는 걸어가고 있어요. 앞도 한치 보이지 않으나, 나는 멈출 수가 없어. 그게 맞아요. 에, 에헤헤⋯⋯⋯. 말이 길었네요. 결론은! 간단히 말하자면! 강해지지는 못해도, 포기하지는 말자. 포기하지 맙시다. 알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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