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보스주인] 체리

아쿠네코 보스키x주인♀️

Scarlet by 스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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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 밖에서 사 온 건데 좀 먹어봐."

마을에서 돌아온 보스키가 탁자 위에 내려둔 건 체리가 가득 담긴 유리그릇이었다. 체리가 이쪽 세계에도 있구나. 체리를 하나 집어 입 안에 넣은 주인은 꼭꼭 씹어먹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보스키에게 재빨리 손짓했다.

잘 봐 보스키. 주인이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키자, 팔짱을 낀 채 벽에 기대어있던 보스키는 유심히 주인을 관찰했다. 주인은 대체 체리로 뭘 하는 건지, 한참이나 심각한 표정으로 오물오물 체리를 씹었다. 혹시나 체리가 이 사이에 껴서 못 빼고 있는 거냐고 물어보니,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자신을 경멸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게 아닌가. 결국 보스키는 조바심을 제쳐두고 주인이 무엇을 하나 얌전히 지켜보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주인이 꼴깍, 침 넘기는 소리와 함께 조그마한 혀를 내밀었다. 뭐야, 저 조그마한 것도 혀라고 내미는 건가. 그런 주인이 하찮고 귀여워서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짓던 보스키는, 그녀의 혀끝에 무언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미간을 찌푸려 시야를 집중했다. 그건 매듭지어진 체리 꼭지였다.

분명 입에 넣을 때는 안 묶여있었는데. 설마 입 안에서 이걸 한 거야? 보스키가 묻자, 주인은 뿌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주인이 입 안에서 요술을 부리고 있었단 사실을 깨달은 보스키는 놀랍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한 거야, 주인?"

"후후... 궁금해? 알려줘?"

"이걸 다른 녀석들에게 보여주면 눈이 튀어나오겠지."

확실히, 아몬이나 라므리는 좋아할 것 같기도. 후배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혀 위에 올려진 체리 꼭지를 내밀고 있을 보스키를 떠올리니 어쩐지 우스워서, 주인은 그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주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보스키는 접시에 들어있던 체리 하나를 자기 입에 넣었다. 하우레스 녀석이 옆에 있었더라면 감히 주인님의 접시에 손을 댔으니 뭐니 했겠지만, 다행히도 그의 주인은 그런 좀생이 같은 예절에 연연치 않는 사람이라 그를 가르치기에 바빴다.

"일단 입 안에서 꼭지의 양 끝을 교차시켜봐."

그건 쉬웠다. 보스키가 혀로 체리 꼭지 끝을 살살 들어 얼추 중간 지점을을 꾹 누르자 꼭지의 양 끝이 혀 아래서 겹치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양 끝 중 하나를 고리 안쪽으로 넣어봐."

살살살. 보스키는 혀끝으로 꼭지 끝을 쓸어내려 보지만, 생각보다 꼭지가 단단해서 더 이상 잘 구부려지지 않았다. 이렇겐 안 되겠는걸. 보스키는 혀를 조금 거칠게 움직여보았다. 뚝, 조금 힘을 주었을 뿐인데 반으로 끊어진 체리 꼭지가 입 안에서 탄력 없이 굴러다니는 걸 느낀 보스키는 부러진 체리 꼭지를 의수 손바닥 위에 미련 없이 뱉었다.

"이거 어렵네. 주인님은 잘도 이런 걸 하는군."

"열심히 연습했으니까."

"별걸 다 연습하는구먼."

"별 거라니... 체리 꼭지를 혀로 잘 묶으면 뭐가 좋은지 모르는구나."

"뭐.. 멋있기야 하겠지.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도 있고."

그것 말고 또 뭐가 있어? 보스키가 키득이며 주인에게 적당히 장단을 맞춰주자, 주인은 농염이 웃으며 살포시 보스키에게 다가갔다. 주인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그의 가슴에 닿고, 살며시 기대어 오는 그녀의 목소리가 보스키의 귀를 간질인다.

"이거, 키스 연습하는 데 좋거든."

예상치 못한 말에 보스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갔다. 살며시 보스키에게서 다시 한 발짝 물러선 주인님은 그런 보스키의 반응이 재밌다는 듯, 입가를 가리고 미소 지었다.

"... 이거 당돌한 주인님이구먼. 나한테 그런 얘길 해줘도 되는 거야?"

"상관 없어. 난 나보다 키스 못 하는 남자한테 관심 없으니까."

주인이 보스키의 손바닥 위에 두 동강 나 있는 체리 꼭지를 가리켰다. 아마 주인은 자길 놀리고 싶은 것 같았다. 참으로 앙증맞은 도발 아닌가. 평소라면 귀찮음이 앞서 응해주지 않았을 텐데, 차마 자신이 키스를 못 할 거라 단정 짓는 그녀의 말투가 묘하게 거슬렸다. 자신이 못하는 게 아니라 체리 꼭지가 제 혀놀림을 감당하지 못할 만큼 나약해 빠졌을 뿐인데.

"그건 인정 못 하겠는데."

"하하, 그럼 하나 더 해볼래?"

주인이 체리를 하나 더 내밀자, 보스키는 재빠르게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당겨진 그녀의 손을 자기 허리에 두르자, 주인은 꼼짝없이 자신의 품 안에 갇힌 꼴이 되고 말았다.

조금 전까지 여유만만한 주인은 어디 갔는지, 그녀는 놀란 토끼 눈 같은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뭣 하러 고기도 아닌 걸 또 입에 넣고 한참이나 우물거려야 하나. 그것보다 빠르고 확실히 확인시켜 줄 방법이 있는데.

"눈 감아, 주인님."

진짜 주인님이 더 잘하는지, 지금 확인해보자고. 

* 밑의 결제선은 채널이 터지거나 사라졌을 때도 작품을 영구 소장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만들어진 결제란입니다. 아래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소장본의 금액은 글자수에 맞춰 책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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