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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토주인] 춤

아쿠네코 라토x주인♀️

Scarlet by 스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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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글은 '흑의 다과회' 이벤트 스토리와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지금부터 저와 같이 춤추죠!"

라토는 그리 말하며 주인의 손을 잡고 탁 트인 연습실의 중앙으로 그녀를 이끌었다. 난 춤 같은 거 안 배워도 되는데,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던 찰나, 라토가 우아하게 상체를 숙이며 눈앞의 레이디에게 예를 표했다. 평소 어리바리한 라토의 모습은 어디 간 건지, 그의 동작은 마치 수십 년만 그것만을 연습해온 장인처럼 눈이 부셨다. 주인은 마치 요물을 목격하기라도 한 듯, 넋을 잃고 그의 몸짓에 홀려 그의 손길에 자연스레 몸을 맡겼다. 그의 손에 잡혀 훅 끌어당겨진 주인은 어느새 코앞으로 성큼 다가온 라토의 얼굴을 마주 보고 있었다. 아니, 성큼 다가간 건 그녀일까. 아니면 그가 인력처럼 자신을 끌어당긴 걸지도. 아니, 아무래도 좋았다. 주인에게 그런 걸 신경 쓸 여유는 없었으니까. 당장이라도 그의 숨결이 느껴질 듯한 거리에, 주인은 숨 쉬는 법도 잊을 뻔했다.

"스텝은 신경 쓰지 말고, 저랑 같이 몸을 움직여요."

라토가 다정히 속삭이곤 주인의 손을 자연스레 자기 어깨 위로 올렸다. 편안하신가요, 주인님? 그가 잔망스럽게 묻는다. 라토는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주인에겐 그의 더할 나위 없는 매너에 찌르르, 전류가 흐르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주인은 대답 대신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는 사인이 떨어지자, 라토는 주인의 허리에 손을 얹고 다른 손으로 주인의 손을 움켜잡으며 본격적으로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맞잡은 손이 쭉 허공으로 뻗어나가며 두 사람은 빙그르르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주인이 입고 있던 파자마 원피스가 라토의 동작 하나하나를 따라 나비의 날갯짓처럼 하늘하늘 나부꼈다. 다리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과 얼핏 닿는 천의 감각이 묘하게 농염해진 분위기랑 어우러져서, 주인은 라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 채 그의 귀 너머에 있는 연습실의 벽을 바라보았다.

주인이 그렇게 비협조적인데도, 라토의 에스코트는 완벽했다. 마치 주인의 손목에 실을 묶고 조종하듯, 라토에게 기대고 있으면 몸이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말라보여도 역시 강력한 악마 집사란 사실을 반증하는지, 그는 놀라운 반사 신경으로 주인이 실수로 자기 발을 밟을 성싶다면 재빠르게 자기 발을 안쪽으로 가져오며 주인에게 밟을 곳을 내주었다.

"리드를 잘하네, 라토."

"전 미야지 선생님을 흉내 낼 뿐이랍니다."

단순히 보고 흉내 내서는 이렇게까지 못하겠지. 베리언이 일전에 언급한 대로, 그는 춤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었다.

얼마나 라토와 함께 춤을 추었을까, 플루레의 연주도 어느덧 무르익고 있었다. 점차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며 격조 되는 피아노 연주를 들으니, 어쩐지 흥분보다 아쉬움이 앞선다. 조금 더 라토와 추고 싶은데. 아쉽지만 이 왈츠 수업은 자신을 위한 게 아니었다. 검은 다과회로 잠입 임무를 수행해야 할 페네스와 하우레스를 가르치기 위한 것이지. 이제 슬슬 물러나지 싶었던 때에,

"앗..."

주인의 구두가 미끄러졌다. 제대로 된 연습 슈즈를 신고 있던 다른 집사들과 달리, 주인의 왈츠 참여는 즉흥적이었기 때문에 여전히 굽이 높은 고급 구두를 신고 있었으니까. 매끄러운 연습실 바닥에서 그녀가 미끄러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주인은 반사적으로 라토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라토 또한 이변을 눈치채고 그녀의 허리에 올려져 있던 손을 자신 쪽으로 밀착했다.

부산스럽게 뻗은 라토의 잔머리가 목을 간지럽힌다. 마치 소중한 것을 지키려 한 듯, 라토의 손은 조금 저릿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녀의 허리를 강하게 움켜쥐고 있었다. 플루레의 연주도 이미 끝을 맞이했는지, 아니면 넘어질 뻔한 자신을 보고 놀라서 연주를 멈추었는지, 더 이상 귓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마치 세상에 두 사람만 남겨진 것처럼 감도는 적막감에, 자신의 심장 눈치 없이 콩닥이는 소리가 들린다.

"이상하네요. 주인님. 미야지 선생님은 제가 주인님께 함부로 닿으면 안 된다고 하셨는데..."

라토는 하던 말을 멈추곤 잠시 뜸을 들인다. 손가락 사이사이로 맞물려있던 라토의 손가락이 꼼지락이는 게 얼핏 느껴졌다.

"왜 이렇게 따뜻하고 좋은 걸까요. 계속 이대로 있고 싶을 정도로. 미야지 선생님이 틀리기라도 한 걸까요."

라토의 말에 주인의 뺨이 복숭아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연습실의 어두운 조명 때문일까. 상대는 그토록 순진무구한 라토인데, 어째서 이렇게 떨리는 건지.

"... 그럴지도."

주인의 기어들어 가는 듯한 작은 목소리에, 라토는 평소처럼 음산한 웃음을 흘린다. 겁을 주기 위함이 아니었다. 자신도 모르게, 가슴속에서 무언가 몽글몽글한 것이 피어오르듯 간지러운 기분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을 뿐.

"라토, 주인님을 이만 놓아드리지 그래?"

불만스러운 남동생의 목소리가 피아노가 있는 방향에서 들려온다. 아무래도 두 사람의 밀회는 여기까지인 모양이다. 라토는 자신의 팔 안에 갇혀있던 사랑스러운 파랑새가 다른 집사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그녀의 허리에 두르고 있던 팔을 풀어주었다. 어쩐지 잔뜩 붉어진 얼굴로 라토를 슬쩍 바라본 주인은 어설프게 양 드레스 자락을 잡고 살짝 들어 올리며 파트너에게 예를 표했다.

"춤, 가르쳐줘서 고마워."

"후후, 다음에는 플루레가 없는 곳에서 추도록 해요."

"그, 그게 무슨 말이야?"

라토의 말에 주인의 양 뺨이 홍당무처럼 물들었다. 라토는 그런 주인의 반응이 재밌다는 듯, 대답 없이 잔망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라토의 속은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다. 주인은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가, 자신들의 연습 차례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는 하우레스와 페네스를 위해 도망치듯 연습실을 떠났다.

"무슨 뜻이냐니... 주인님도 참."

아마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뜻이겠지요.

라토는 달아나는 주인님의 뒷모습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부디 멀지 않은 훗날에 다시 춤을 출 기회가 오길, 그러한 염원을 담아서.


* 밑의 결제선은 채널이 터지거나 사라졌을 때도 작품을 영구 소장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만들어진 결제란입니다. 아래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소장본의 금액은 글자수에 맞춰 책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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