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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크주인] 조각글

아쿠네코 나크x주인♀️

Scarlet by 스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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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

주인은 자신의 침대 옆자리를 팡팡 두드렸다. 나크는 주인의 옆자리와 주인을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번갈아 바라보았다. 지금 주인님이 무슨 말을 하고 계신 거지?

"대체 그게 무슨..."

"너 3일이나 잠 못 잤잖아. 다크서클이 코까지 내려오겠어."

"그렇지만 저는 집사고..."

"내 곁에 있으면 불면증이 가신다며."

"그건 그렇지만..."

나크가 우물쭈물하며 자꾸 망설이자, 주인은 더 이상 조금의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듯, 팔짱을 끼고 자신이 만들 수 있는 가장 부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든 걸 보여주었다.

"어떻게 해볼 생각 없으니까 잔말 말고 빨리 누울래? 주인의 명령이니까."

명령이라는 말에 나크는 쓰게 웃으며 주인의 옆자리로 다가왔다. 권력을 남용하는 건 반칙 아닌가. 나크는 그녀의 말에 두르고 있던 망토를 걸상 위에 올려두고, 혹시라도 주인에게 닿을까 무서워 침대 가장자리에 조심스럽게 몸을 뉘었다. 매일 아침 침대 시트를 갈아주긴 했어도, 이 널찍한 침대에 직접 눕는 건 처음이었다. 부드럽게 몸을 감싸오는, 집사들에게 지급되는 침대와 결이 다른 푹신함에, 나크는 어쩐지 요람 속에 뉜 아이가 된 기분이 들었다.

"어때, 잠이 좀 오는 것 같아?"

그럴 리가 있나. 침대의 품질과 별개로, 짝사랑하는 여인이 파자마 원피스 차림으로 같은 침대 위에 누워있는데 잠이 올 리 없지 않은가. 마치 순진한 어린 양처럼 눈을 말똥하게 뜨고 잠이 오냐고 묻고 있는 주인을 보고 있자니, 나크는 자꾸만 목이 타서 미칠 지경이었다. 어떻게 주인은 제게 경계심을 요만큼도 세우지 않는 걸까. 자존심에 잔뜩 생채기가 난 기분이었다.

"주인님, 저도 어엿한 남자인데 조금은 주의하심이 어떨까요."

"나크를 믿으니까. 애초에 내게 뭔가 할 것 같으면 방에 들이지도 않았어."

해맑게 웃고 있는 주인을 바라보며, 나크는 헛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순순히 자길 믿는다고 말하니, 조금 불손한 마음을 품고 있던 자신이 정말 벌레보다도 못한 인간이 된 것 같았다. 그의 주인님은 순한 양 같다가도 가끔 루카스 씨 보다 더욱 능구렁이 같은 순간이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아하하, 고마워."

그 나크 슈타인이 이렇게 작고 여린 토끼 같은 사람에게 쩔쩔매는 것을 그의 과거를아는 이들이 보았더라면 양껏 비웃었으리라. 어쩌다 자신이 이렇게 변해버렸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나크는 주인을 빤히 바라보았다. 달빛에 반사된 그의 모습을 비추고 있는 맑은 눈동자.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와 복숭아처럼 불그레한 뺨이 참으로 사랑스러운 사람. 나크는 그녀의 부드러운 뺨을, 흉터투성이인 손으로 오목하게 담아내었다.

갑작스러운 손길에 주인의 몸이 살짝 떨리는 게 느꼈지만, 그러면서도 주인은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자신을 당당히 마주 보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어떠한 치부도 품어내 보이겠다는 듯 올곧고도 따스한 그녀의 시선에, 며칠 내내 몸을 짓누르던 긴장감이 뜨거운 홍차 속에 빠진 각설탕처럼 사르르 녹아내린다.

"... 저와 주인님이 평범하게 만났더라면, 이렇게 함께 잠드는 나날이 일상이 될 수 있었을까요."

매일 밤, 당신과 마주 본 채로 잠들고, 아침마다 당신이 잠든 모습을 보며 일어나 느지막이 끌어안고 이불을 두르며 장난을 치는 일상이 저희에게도 찾아왔을까요. 당신에게 한 번 닿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마음 졸이며 용기를 내지 않아도 되는 밤이 제게도 찾아왔을까요.

"그랬더라면.. 참 좋을 텐데."

며칠 내리 잠을 자지 못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자기도 모르게 긴장이 풀려서일까. 터져 나온 본심은 이내 스스로 실수임을 인정하듯, 끝을 맺지 못하고 애매한 잔상만을 남기며 스러진다.

"나크..."

주인이 무엇인가 더 말하려던 찰나에, 나크의 눈꺼풀은 어느새 감겨있었다. 며칠 동안 불면증으로 축적된 피로가 파도처럼 그를 순식간에 집어삼킨 탓이리라. 주인은 살금살금, 나크가 누워있는 침대 끄트머리로 다가와 그의 곱슬머리를 쓸어올려 이마에 쪽, 작은 입맞춤을 남겼다.

"잘 자."

어쩌면 그 일상은 네 생각보다 멀지 않을지도 모르겠네. 주인은 자기 뺨에 닿았던 그의 투박한 손가락 사이사이로 자신의 가냘픈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 밑의 결제선은 채널에 문제가 생기거나 사라지더라도 작품을 영구 소장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만들어진 결제란입니다. 아래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소장본의 금액은 글자수에 맞춰 책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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