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유한주인] 내로남불

아쿠네코 유한x주인♀️

Scarlet by 스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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훅, 따뜻한 숨이 주인의 고막을 때린다. 갑작스러운 습격에 주인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폴짝, 겁먹은 새끼 고양이처럼 옆에 서 있던 유한의 팔을 꽉 붙들었다. 꽃잎을 닮은 유한의 독특한 눈썹이 가파른 사선으로 휘며, 그의 날카로운 눈초리가 감히 자기 주인을 놀라게 한 범인에게 꽂혔다.

"뭐 하는 짓입니까, 하나마루 씨."

"으하하, 주인의 반응이 너무 재밌어서 멈출 수가 없구먼."

범인은 같은 주인을 섬기는 집사면서도 반성하는 마음이라곤 요만큼도 없는지, 하나마루는 호탕한 웃음을 좀처럼 그치질 못했다. 반면 유한은 그의 유흥에 전혀 공감할 수 없었다.

"당신 때문에 주인님이 놀라지 않으셨습니까."

"어이쿠, 나한테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냐? 덕분에 주인님이랑 찐한 포옹을 하게 되었잖아? 부러워 죽겠는걸..."

하나마루가 팔짱을 낀 듯한 모양새가 된 두 사람을 놀리자, 앙다문 유한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역시 저 인간한테는 말보단 매가 약이구나. 좀처럼 주인님 앞에서는 못 볼 꼴을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는데, 자꾸 곤란한 말을 뱉고 있는 그를 보고 있자니 유한의 인내심은 결국 한계에 다다랐다. 그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 자루에 손을 올리자, 하나마루가 워워, 양손을 내저으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거, 농담도 못 하겠구먼. 주인님, 전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

하나마루가 휘적휘적 길쭉한 팔다리를 휘저으며 여유롭게 방을 빠져나간 뒤에야, 유한은 겨우 한숨을 둘렸다. 그래도 같이 지내는 몇 개월간 그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착각이었던 걸까. 저러다 주인님을 불쾌하게 하는 일이 생길까, 조금 걱정이 되었다.

유한은 아직도 자기 팔에 착 달라붙어 있는 주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여전히 그의 팔에 붙어있는 주인이 어미에게 끈덕지게 달라붙은 아기곰처럼 사랑스러워서 그대로 두고 싶으면서도, 하나마루와 똑같이 헤픈 남자로 보일까 두려워 유한은 아쉬운 마음을 거두고 주인에게서 떨어졌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또 하나마루 씨가 실례를 저질렀군요. 제가 따끔하게 일러두겠습니다."

"괜찮아, 너무 신경 쓰지 마."

어차피 하나마루는 유한의 말을 조금도 제대로 듣지 않는 것 같았으니까. 주인이 덧붙인 말에, 유한은 끙, 신음을 흘렸다. 그 말대로다.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잠깐이나마 자기 말을 듣는 척 할 뿐, 하나마루는 금세 집사의 품위라곤 찾아볼 수 없는 한량같은 모습으로 돌아갔으니. 하긴, 사람이 쉽게 바뀌었더라면 3층의 나크씨나 2층의 하우레스씨도 불량한 동료와 싸우느라 진땀을 빼지 않았으리라.

"그리고 뭐, 보고 있으면 재밌잖아."

주인이 싱글싱글 웃으며 그리 말하자, 그 말은 도저히 그냥 듣고 있을 수 없다는 듯 유한의 미간이 한껏 밀려 올라갔다. 저 남자가 광대처럼 구는 꼴이 그녀에겐 퍽 재밌을진 몰라도,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겐 그가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 같은 존재란걸 알고 있을까.

"하나마루 씨는 주인님께 선을 너무 쉽게 넘지 않습니까. 저러다 주인님을 불쾌하게 만드는 일이 생길까 걱정입니다. 그는 집사로서 좀 더 자각을..."

유한이 하나마루에 대한 불만을 봇물 터뜨리듯 쏟아내는 사이, 주인은 살며시 발뒤꿈치를 들었다. 닿을 듯 말 듯 했던 조금 높은 곳에 있던 유한의 귀에, 하나마루가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주인은 후 뜨거운 숨을 불어넣었다.

평소에 항상 온화하게 웃고 있는 모습만 보았기 때문일까. 갑작스러운 장난 때문에 귀까지 붉어져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 퍽 우스워, 주인은 깔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래서 하나마루가 그렇게 자길 괴롭히고 싶어 하는 거구나. 그의 좋지 않은 취미에 그만 물들어 버릴 것만 같다.

"선, 넘으면 안 돼?"

주인이 이어서 잔망스레 속삭인다. 응? 유한아. 나는 네가 그럴 때마다 자꾸만 넘어버리고 싶은데.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엄청난 말을 속삭이는 주인에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유한의 눈동자가 하염없이 떨린다. 킥킥, 주인은 조소를 흘리며 유한에게서 살며시 떨어졌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곤 주인님을 지키는 것뿐인 충견을 더 괴롭히자니 어쩐지 나쁜 사람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오늘의 장난은 이쯤에서 그만둘까 싶었던 찰나,

"... 말아 주십시오."

유한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무언가 말하길래, 주인은 다시 성큼, 부담스러울 정도로 유한에게 가까이 밀착했다.

"응? 못 들었어."

주인의 잔망스러운 행동의 그의 목이 붉어진다. 그러면서도 주인의 도발을 피하지 않겠다는 듯, 그는 애써 주인을 똑바로 마주 보려 애쓰며, 또박또박 다시 말했다.

"아무에게나 선을 넘지 말아 주십시오... 제 앞에서만, 그러셨으면 좋겠습니다."

흰 백설기 같던 그의 얼굴은 깨물면 과즙이 팡 터져 나올 듯 한껏 발그레져 있었다. 그러면서도 주인을 향한 소유욕을 결국 숨기지 못하고 드러내는 꼴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평소에 꾹 억눌려있던 마음을 수줍게 고백하는 사내보다 더 사랑스러운 존재가 또 있을까.

지금 이대로 입을 맞춰버린다면 너는 또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 장난스러운 마음이 동한 주인이었지만, 이내 욕망을 꾹 억누르며 다정히 속삭였다.

"그래 알았어, 다른 사람 앞에선 그러지 않을게."

대신 각오는 해야 할 거야. 나는 아주, 장난기가 많은 사람이니까. 다 받아내려면 네가 고생 좀 해야겠네. 주인은 뒷말을 삼키며, 유한의 목에 팔을 감았다. 저택에서의 생활이 더욱 재밌어지겠구나.

* 밑의 결제선은 채널에 문제가 생기거나 사라지더라도 작품을 영구 소장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만들어진 결제란입니다. 아래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소장본의 금액은 글자수에 맞춰 책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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