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 짝사랑X무자각짝사랑
권순영. 이지훈과 X알친구라고 해도 될 정도로 어릴 적부터 만난 친구이자 같이 데뷔한 멤버이다. 서로 못 볼 거 볼 거 다 보면서 자란. 분명 이지훈에게 권순영은 좋은 친구이다. 권순영도 아마 그렇게 생각 할 것이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면 권순영이 스킨십이 많다는 점이다. 워낙 사람 좋아하고 치대는 걸 좋아한다지만 유독 이지훈에게만 더 그런다. 다른 멤버들한테도 엉겨 붙기도 하지만 이지훈에게 치대는 빈도수가 다른 멤버들에 비해 훨씬 높다. 권순영의 관심을 과할 정도로 받고 있는 이지훈은 이게 고민이다. 이지훈은 스킨십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기에 권순영의 스킨십이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그만 하라고 하기에는 매정해 보인다. 친구 사이에 기대고, 껴안고, 손잡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결국 이지훈은 고민 끝에 같은 멤버인 윤정한에게 고민 상담을 요청한다.
“그래 우리 우징이. 뭐가 고민이야.”
“권순영... 너무 치대.”
“순영이가 스킨십을 좋아하긴 하지.”
“그건 맞는데 나한테 유독 더 그래.”
“지훈이는 그게 부담스럽고?”
“그렇지.”
“하지 말라 하면?”
“걔가 그런다고 들을 애냐. 그리고 걔 성격인데 내가 뭐라고 하지말라야.”
“그래서 고민이구나.”
“응...”
“그럼 고백으로 혼내줘.”
“...갈게.”
“아니 아니 지훈아 잠깐만 들어봐.”
내가 널 좋아하는데 네가 마음도 없이 이런 식으로 치대는 거 조금 불편하다.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라는 그럴싸한 이유를 만들어내서 고백하자는 이야기였다.
“어때 우징이. 형 아이디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아님 말구~”
“...일단 알겠어. 고마워. 들어줘서.”
지훈은 정한의 생각을 정말로 실행을 해야 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했다. 고백이 말이야 쉽지. 그래도 저 스킨십을 막을 수만 있다면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이지훈은 계속 치대는 권순영에 고백 계획을 실행하기로 결심했다. 거짓으로 하는 고백이라 양심에 찔리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지훈이었다. 지훈은 막상 고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떨렸다. 언제 해야 할지 타이밍을 보면서 고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지훈은 우주공장에서 평소와 같이 작업 중이었다. 작업을 하던 도중 핸드폰이 울려 확인해보니 순영에게 문자가 와있었다.
「지훈아. 나 지금 가도 돼?」
『ㅇㅇ』
지훈은 마침 오늘 작업실로 올 사람도 없고 해서 결판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거짓 고백이긴 하지만 떨리기는 매한가지였던 지훈은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얼마 뒤 순영이 우주공장에 도착했다.
“지훈아 나 왔어!”
“어 왔냐?”
둘은 평소처럼 있었다. 지훈은 작업하고 순영은 그 옆에서 훈을 지켜보며 이것저것 물어보고 같이 작곡을 배우기도 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지훈의 어깨에 순의 팔이 올라와있었다. 지훈은 지금이 타이밍인가 싶어 내지르기 시작했다.
“영.”
“응?”
“나 솔직히 네가 이러는 거 좀 불편하다.”
“어? 뭐가?”
“지금 이러는 거.”
지훈은 자신의 어깨를 감싸 안은 순영의 팔을 가리키며 말했다. 순영은 지훈이 불편하다니까 일단 팔을 내렸다.
“아 그 미안.”
“어색해질까봐 얘기 안하려고 했는데.”
“나 너 좋아해. 그래서 이러는 거 불편해.”
지훈은 결정타를 날렸다. 순영은 놀라 눈이 커지면서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마음에도 없는 행동 하지 말아주라.”
지훈은 마지막에 쐐기를 박아버렸다. 이 정도면 알아들었겠지 하고 만족스러워 하려는 찰나였다.
“지훈아.”
순영이 입을 열었다.
“나 마음 없이 행동한 적 없어.”
“뭐?”
“불편했다면 미안해. 그런데 나 아무한테 막 치대지는 않거든.”
지훈은 점점 뇌가 정지하기 시작했다. 설마 하는 전개가 벌어지려고 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역시나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
“나도 너 좋아해. 지훈아.”
고백을 받아 줄 거라는 전개는 생각도 안 한 지훈은 그래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이렇게 되면 이 다음 전개는...
“우리 사귈래?”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지훈이 먼저 고백한 거라 거절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결국은.
“...응.”
둘은 그 날부터 사귀는 사이가 되었다.
한 치의 앞을 예상할 수 없었던 지훈의 연애가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지훈은 일이 있고나서 냅다 윤정한에게 달려가서 멱살을 잡았다. 정한은 ’뭐 어쩌겠어~ 이왕 이렇게 된 거 잘 해봐 우징이~‘ 라고 무책임한 말로 넘겼다. 당장은 비밀연애로 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그 편이 지훈의 거짓말을 숨기기 좋으니까 말이다. 그 덕분에 공적인 자리에서 치대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그렇다고 사적인 자리에서 엄청 치대지는 않았다. 연애라고 생각하니까 부끄러운 건지 전 같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하던 스킨십을 요즘은 주춤하는 듯 했다. 언제나처럼 순영이 지훈의 작업실에 놀러와 있었다. 지훈의 옆에 앉아서 의자 손잡이 위에 손을 두고는 계속 꼼지락거렸다. 지훈은 그게 거슬렸는지 한 마디 거들었다.
“야 신경 쓰이니까 가만히 좀 있어.”
“...미안.”
“뭐가 문제인데.”
“아무것도.”
무슨 별 말도 안했는데 순영이 위축되니까 지훈은 답답했다. 전에 했던 고백 때문인가? 아니 근데 사귀는 사이잖아. 더 치댈 줄 알았는데 우물쭈물 거리니까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인가 하고 곁눈질로 순영을 슬쩍 봤는데 순영의 손 옆에 지훈의 손이 있는 걸 보고 눈치챘다. 쟤 지금 손잡고 싶어 하는구나. 그래서 지훈은 순영의 손을 덥썩 잡아버렸다. 순영은 화들짝 놀라서 동그래진 눈으로 지훈을 쳐다봤다. 지훈은 과감하게 손깍지까지 껴서 들어 순영에게 보여줬다.
“맞지? 이거 원하던 거.”
순영은 지훈의 박력에 놀라기도 했지만 먼저 손 잡아줬다는 사실에 감동받았다.
“지훈아 사랑해.”
“아 시끄러워.”
지훈은 귀가 붉어진 채로 대답했다.
이런 게 하루 이틀이면 괜찮으련만. 이지훈은 권순영과 사귀게 됐을 때 그 날 부로 시련의 시작이 되겠구나 하고 예상했다. 그러나 권순영은 예상 밖의 행동을 보였다. 연인 사이니까 스킨십이 더 많아지겠구나 했는데 오히려 줄었다. 사귀는 사이인데 왜 아무것도 안 하지 하면서 더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지훈을 좋아하는 게 맞긴 한 건가 싶기도 했다. 매일 우주공장에 찾아오고, 옆에 있을 때 귀가 빨개지는 거 보면 좋아하는 건 맞긴 한 거 같은데 도대체가 왜 저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따. 그리고 지훈은 왜 자기가 이런 걸 신경 쓰고 있는 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누가 보면 자기가 권순영을 좋아하는 걸로 착각하겠다고 생각한 지훈은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분명 신경 안 쓰기로 했는데 자꾸 주변에서 알짱거리면서 우물쭈물하는 게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스킨십을 얼떨결에 지훈이 먼저 하게 됐다. 권순영이 너무 답답해서 그런 거였다. 딱 봐도 무언가 목적이 있는데 하질 못 하는 게 보이는데 어떻게 그냥 있는가. 지훈은 이럴 때는 실행력이 좋았다. 지훈이 먼저 스킨십을 주도하자 순영은 그러고 나서야 차근차근 지훈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했다. 스킨십을 그렇게 싫어하는 이지훈이 먼저 했다는 것이. 평소처럼 지훈은 우주공장에서 작업하고 그 옆에는 순영이 자리 잡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지훈이 먼저 해준 덕분에 둘이 자연스럽게 손깍지까지 끼고 작업 중이었다. 손 정도는 이제 자연스럽게 잡는 사이가 된 것이었다. 지훈도 이 정도까지는 괜찮다고 생각해서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두 손 꼭 잡은 채로 곡 작업 중에 좋은 멜로디가 나와 버렸고 순영은 지훈에게 이거 너무 좋다며 폭풍칭찬을 했다. 이걸로 오늘은 마무리 할까 하고 일어선 지훈에게 순영은 양팔을 벌리다가 말고는 자리에서 나와버렸다. 이걸 봐버린 지훈은 쟤 또 머뭇거리네... 하곤 순영을 불러세웠다. 순영은 ’응?‘ 하고 뒤돌아보는데 지훈이 양팔을 벌리고는 ’오든가.‘ 하는 것이었다. 순영은 얼굴이 순식간에 환해졌고 곧장 지훈에게 달려가 안겼다. 정확히는 지훈이 안기는 모양이 되었다. 순영은 지훈을 꼭 끌어안고는 수고했다고 말하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순영에게 안긴 지훈은 쿵쾅거리는 순영의 심장소리를 듣고는 이렇게 좋아할 거면서 왜 머뭇거린 거람 하고 생각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지훈은 순영에게 별다른 감정이 없다고 생각했다. 설렘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이 정도 스킨십은 친구사이에서도 많이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본인도 권순영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아주 사소한 계기가 생긴다. 스케줄을 하던 도중 멤버들 간의 스킨십이 필요로 하는 컨텐츠가 있었다. 지훈은 눈 딱 감고 견뎌내자 라고 생각하고는 자연스럽게 순영 옆으로 갔다. 그런데 순영은 지훈이 온 걸 눈치를 못 챈 건지 못 본 척 하는 건지 다른 멤버에게로 가버린 것이었다. 지훈은 기분이 이상했다. 자기가 옆에 오면 바로 눈치 채던 애가 다른 멤버한테로 가버리니까 말이다. 결국 지훈도 다른 멤버들하고 엮이게 됐다. 다른 멤버들이 지훈에게 치대는 것쯤은 괜찮다. 그런데 권순영 옆에 제가 아닌 다른 이가 있으니까 짜증이 나는 것이었다. 자기한테는 손도 못 잡았으면서 다른 멤버들이랑 있으니까 손도 덥썩 잘만 잡고 부둥켜안는 꼴을 보니 이상하게 짜증이 났다. 왜 자기한테는 우물쭈물 거렸으면서 다른 애들한테는 저렇게 굴지? 싶은 것이었다. 지훈은 왜 자신이 이런 생각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사귀는 사이라지만 자신은 순영에게 별 감정이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가 곧 바뀌게 됐다. 지금 나는 이 짜증이 질투라는 것을 알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래 어쩌면 나는 이미 권순영을...‘ 하고 결론을 내린 지훈은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하기로 했다. ’좋아한다.‘ 라는 감정이 갑자기 생겼을 거 같지는 않고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오래 좋아한 듯 싶었다. 아마 그래서 권순영이 사귀자고 했을 때 주저 않고 그러자고 대답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애초에 고백하라는 윤정한의 말도 안 되는 얘기를 실행한 것도 그렇고 먼저 스킨십을 주도한 것도 그렇다. 다시 생각해보니 사심 없이 하기는 어려운 행동들이었다. 이 당연하고 쉬운 걸 왜 이제 알았을까 하는 지훈이었다.
스케줄이 끝난 뒤 지훈은 숙소에서 순영을 불러냈다. 어차피 이미 사귀는 사이인 거 자기가 질투했었다는 것쯤은 보고해야겠다는 지훈의 생각이었다.
“너 왜 아까 나 못 본 척 했어?”
“어...? 언제... 아 그 때...”
“나 바로 네 옆으로 갔었는데.”
“아직 애들은 모르니까 우리 사귀는 거...”
“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제 애인이 옆에 왔는데도 무시한 게 조금 서운하긴 했다.
“왜 그래 지훈아.”
“...솔직하게 말해도 돼? 나 질투 났다.”
“어?”
“네가 다른 애들이랑 껴안고 그러는 거 좀 질투 났다고. 나랑 사귀고 나서는 나한테는 잘 하지도 않았잖아.”
“...”
순영은 놀랐는지 눈이 동그래진 채로 지훈을 쳐다봤다.
“아무튼 그렇다고.”
“지훈아.”
“응.”
“좋아해.”
“...”
순영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지훈은 멈칫했다.
“정말 많이 좋아해. 지훈아.”
“...뭘 새삼스럽게. 나 간다.”
지훈은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자리를 떠났다. 빨개진 건 순영도 마찬가지였다.
지훈은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니 조금, 아니 많이 부끄러워졌다. 전 같으면 저런 고백에 ’응. 그래 나도.‘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권순영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니까 저런 사소한 고백에도 심장이 뛰고 얼굴이 빨개진다. 그리고 괜히 대답을 회피하게 됐다. 권순영이 자기한테 주춤거렸던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일까? 친구 사이일 때는 허물없이 스킨십을 자연스럽게 했는데 연인 사이가 되자 사소한 접촉도 의식하게 된 걸까. 그래서 그런 거면 납득이 된다. 분명 서로 좋아하는 사이이고 사귀는 사이인데 오히려 더 뚝딱거리게 된다. 이게 우정과 사랑의 차이인 듯하다.
권순영과 이지훈의 연애가 몇 개월이 지났다. 이제는 온갖 애정표현이 자연스럽게 가능해졌다. 언제 뚝딱거렸냐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손잡고 껴안고 뽀뽀했다. 스킨십을 그렇게 싫어하던 지훈은 제 애인한테는 예외였다. 오히려 먼저 안기기도 했고 어리광을 피우기도 했다. 지훈이 먼저 그럴 때마다 순영은 살짝 뚝딱거리는 듯싶었지만 곧장 익숙하게 받아줬다. 오히려 지훈이 먼저 애정표현을 할 때마다 행복해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둘의 연애가 무르익어 갈 즈음 지훈은 고민이 생겼다. 결론적으로 서로 좋아해서 사귀는 것이 맞지만 지훈이 한 고백은 진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솔직히 얘기하고 고백을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언제 어떻게 해야할 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선물을 주면서 고백할지 그냥 담백하게 말로만 할지 고민을 하던 지훈은 결국 또 다시 정한을 찾아갔다.
“우징이~ 또 무슨 고민이야?”
“형. 나 권순영 좋아해.”
“오~ 잘 됐네.”
“그래서 고백을 다시 할까 고민 중이야.”
“솔직하게 다 말하고?”
“응”
“좋네.”
“좋네. 로 끝낼 게 아니야. 어떻게 해야할 지가 고민이라고.”
“뭐. 거창하게 할 필요 있어? 그냥 불러내서 말하면 되지.”
“그런가...?”
“프로포즈 하는 것도 아닌데 뭐 어때. 너무 부담 갖지 마.”
“음... 일단 알겠어. 고마워.”
정한과의 짧은 상담을 마친 지훈은 조금 속이 후련해진 듯 했다. 이제 타이밍만 잘 보면 될 일이었다.
어느 날. 둘은 작업을 하다 가볍게 동네 산책을 나왔다. 서늘해진 밤 공기를 들이키며 둘은 오붓하게 손을 잡고 길을 걸었다.
“이제 슬슬 추워지네.”
“그러게.”
별 의미 없는 시시콜콜한 대화를 하면서 걸었다. 그저 둘이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굉장히 잔잔하고 평화로웠다. 동네를 걷다보니 예전 생각도 나기도 했다. 옛날이야기를 나누다 지훈은 무언가 생각난 듯 운을 띄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사귄 지 벌써 반년이 넘었네.”
“그러네. 언제 그렇게 됐지.”
“우리가 만나게 된 거 말이야...”
“네가 먼저 고백했었잖아.”
“그랬지. 그거에 대해서 말해줄게 있어.”
“뭐?”
나 사실 그 때는 너 안 좋아했어. 네가 너무 치대는 게 부담스러워서 그래서 그거 좀 막아보겠다고 거짓말로 고백한 거였어. 설마 네가 받아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거든.
“...”
“속인 거 미안해.”
“...”
“지금은 좋아해... 아주 많이.”
“...”
“정말 많이 좋아해. 순영아.”
지훈은 목소리에 진심을 눌러 담아 고백했다.
“지훈아.”
“응...”
“나 사실 알고 있었어.”
“뭐?”
“네가 나한테 사심 없이 고백한 거.”
“그게 무슨...”
“정한이 형이 알려줬거든.”
“뭐?”
지훈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을 이럴 때 쓴다는 걸 깨달았다. 기껏 믿고 상담했더니 이걸 권순영한테 말해?
“사실 나 계속 정한이 형한테 상담하고 있었어.”
네가 너무 좋은데 너는 날 친구 이상으로는 생각 안하니까. 그랬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정한이 형이 자기가 큰 선물 하나 준비했다고 고마워하라는 거야. 그게 네 고백이었고. 자초지종 따져 물으니 다 말해주더라고.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일단 사귀면서 널 꼬셔보래. 그래서... 그렇게 된 거야.
“그런데 막상 사귀게 되니까 아무것도 못하겠더라.”
“...”
“그래서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
“지훈이 네가 먼저 손도 잡아주고 안아주더라.”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너도 날 좋아하는 것처럼 대해주니까. 사실 처음에는 믿기지가 않더라고. 그 이지훈이 나를? 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거든. 그런데 너는 나한테 매사 진심으로 대해주더라. 그때서야 알았어. 네가 정말로 나를 좋아하는구나.
“...”
지훈은 무어라 말하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귀만 빨개진 채로.
“그... 정한이 형이랑 속여서 미안해.”
“...”
“그리고 나 좋아해줘서 고마워.”
“고맙긴 뭘... 내가 더 미안하지.”
지훈은 머쓱한 지 머리를 긁적였다. 순영은 마냥 지훈이 귀여운 듯 쳐다봤다.
“그래도 결론은 우리가 서로 좋아한다는 거야.”
“...맞아. 좋아해. 권순영.”
“나도 많이 좋아해 지훈아.”
처음부터 같은 마음이 아니었어도 지금은 둘이 서로 사랑하고 있다. 그거면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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