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회전

[고죠유지] 썰 백업 8

주막집 by 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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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늘 우리집 비어"

"어?"

유지 짧고 강렬한 문장에 고죠의 눈동자가 흔들렸음. 집이 빈다고? 그걸 나한테 말하는 저의가 뭔데. 유지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복도를 활보했음. 둘은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평범한 선후배였음. 고죠가 유지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것 말고는.

집으로 돌아간 고죠가 이것저것 바리바리 챙기기 시작했음. 옷은 사이즈 안 맞으니까 챙겨야겠지? 세안 용품은 가서 사면 되고, 어쩌구 저쩌구... 유지는 오라는 말도 안 했는데 혼자 아주 난리가 남. 그리고 고죠의 시선이 어느 한곳에 고정됨. 풍선껌이 들어있을 것 같은 네모난 상자... 혹시 모르니까 저것도 챙길까? ...그래. 혹시 모르니까. 사람 일은 모르는 거잖아. 그렇게 풍선껌(으로 위장한 성인용품)도 고죠의 가방 속으로 쏙 들어감.

"이 정도면 됐겠지."

고죠가 짐을 챙긴 백팩을 챙겨들고 곧바로 유지의 집으로 향했음.

똑똑. 똑똑... (조용)

"유지?"

(묵묵부담)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잠깐 슈퍼 간 건가?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문을 열고 자신을 반겨야 할 유지가 나오질 않았음. 잠시 나간 건가 싶었는데 30분이 지나도 분홍 머리는 코빼기도 안 보임. 서프라이즈로 찾아와서 놀라는 얼굴을 볼 생각이었지만 그것도 당사자가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지. 놀래키는 건 포기하고 유지와 단 둘이 있을 집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결국 유지한테 전화를 걸었음.

- 어 선배 어쩐 일이야?

뭐야, 뭐가 이렇게 시끌벅적해.

"너 어디야?"

- 응? 나 가족 여행 가는 중인데?

...시발.

우리 집 비어 = 그래서 나도 없어. 유지가 아무 뜻없이 던진 한마디에 혼자 착각하고 요란법석 소란떠는 고죠 센빠이가 보고 싶었음. 그럼 20000


# 2

갠적으로 유지 윙크 안 되는 눈이었음 좋겠어... 고죠가 안대 들어올리고 윙크 날리면 자기도 윙크 날려주겠다고 눈 찡긋 하는데 남들 눈엔 그냥 두눈 깜빡이기......

- 유지 윙크 못해? 이렇게 해 봐. 이렇게.

- 이렇게?

- 아니. 이렇게.

역시나 두눈 깜빡. 고죠가 자꾸만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참았음. 사실 고죠는 선천적으로 윙크가 불가능한 사람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윙크하겠다고 코 찡긋거리면서 눈 깜빡이는 유지가 귀여워서 계속 시키는 거.


# 3

눈 떠보니 낯선 천장이었다!? 라는 전개가 보고 싶음. 머리는 지끈거리고 허리는 욱씬거리고 겨우겨우 팔을 딛고 상체를 일으켰는데 샤워실에서 물소리가 들리고... 필름 끊겨서 기억은 안 났지만 알 수 있다. 밤새 그렇고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심지어,

- 나 처음이었는데...

샤워기 소리가 뚝 끊기고 심장이 벌렁벌렁거렸음. 대체 전날 나는 누구랑 잔 걸까. 유심히 샤워실 문을 들여다보고 있던 이타도리의 눈이 커다래졌음.

- 내가 처음이었어, 유지?

찰랑거리는 백발의 머리, 가려지지 않은 푸른색의 눈, 그리고 남다른 피지컬.

- ...고죠 선배!?

진짜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급 혼란에 빠진 이타도리의 몸이 그대로 굳어버림. 분명 애들이랑 신나게 2차 3차까지 달렸던 건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리고... 신나게 4차를 가려는 도중, 필름이 끊겼다. 선배가 졸업하고 연락 한 번 한 적 없는데 왜 이렇게 된 거지.

대충 수건을 허리에 두른 고죠가 열심히 기억회로를 돌리고 있는 이타도리의 옆자리에 풀썩 앉았음.

- 어... 오랜만이네요?

예전 같았으면 자신이 쓸데없는 말을 하면 바로 눈살을 찌푸리고 독언이라도 퍼부었을 고죠가 아무 말없이 곱게 눈을 접으며 웃어보였음. 이게 더 무서워!

- 우리 어제 무슨 일 있었어? 요?

고죠가 방긋 웃는 얼굴로 목 부근에 자기가 남긴 자욱들을 훑어만졌음. 그것들이 거울 앞에 있는 것도 아닌 이타도리 눈에 보일리가 없었음.

- 사토루라고 부를 땐 언제고, 존댓말이야.

내가? 이타도리가 입을 틀어막았음. 설마,

- 나, 선배한테 고백했어?

커다란 손이 가슴팍을 밀치고 이타도리가 다시 침대에 눕혀졌음.

- 기억 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 위로 기다란 손가락이 훑어지나가다, 곧 허벅지를 가득 그러쥐었음.

- 밤새 내 위에서 쉴새없이 흔들어댔잖아. 좋아해, 라면서.

- ...히끅

욕망을 그득 담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자 놀란 이타도리가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음. 그러니까 내가, 선배를, 덥...쳤? 순간 머릿속에 한 장면이 슈슉 하고 지나감. 고죠의 말대로 위에서 진창 흔들리며 좋아한다고 말하던 자신의 모습이.

- 기억 났나보네.

- 그치만, 그거 선배가...!

- 내가?

괴롭힌 거잖아... 고죠의 뒤로 풍기는 검은 오오라에 차마 말하지 못하고 입을 닫았음.

- 나는 유지가 나를 그렇게 좋아하는 줄 몰랐지. 어찌나 붙잡고 놔줄 생각을 안 하던지.

그거 맞아...? 학창 시절 고죠 선배를 좋아했던 건 사실이지만 내가 그 정도였다고? 슬슬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 이타도리가 눈을 세모나게 뜨고 고죠를 올려다봤음.

- 거짓말 같아?

허벅지를 그러쥔 손이 꿈틀거리며 위로 올라가자 이타도리가 고개를 마구 내저었음.

- 그런 게 아니라! 기, 기억이 안 나니까

- 그럼 더더욱 내 말을 믿어야지. 인사불성이 된 너랑, 술 한 잔 안 마신 나랑, 누구 말이 더 믿을만 하겠어?

맞는 말이긴 한데, 어느 한 구석이 찝찝했음. 기다란 손가락들이 허벅지를 쓰다듬고 이타도리의 몸이 움찔거렸음.

- 선배, 손 좀 치워주면 안 돼?

- 어제 일 기억해내면 치워줄게.

...치울 생각 없구나.

- 만약 기억 못하면 기억나게 만들어줄게.

흠짓. 위험을 감지한 이타도리가 빠르게 머리를 굴렸음. 만취 상태로 필름이 끊겼는데 기억이 날리가... 머리를 굴린다고 굴리고는 있는데 아무런 진전이 없었음.

- 선배... 힌트 좀만 주면 안 돼요?

- 그냥 기억 나게 해준다니까.

- 아니. 힌트만.

- 필름 끊겨서 내 생각이 날 정도로 날 좋아했어?

질문 같지만 이건 분명 힌트다. 고작 저걸로 뭘 알아낼 수 있겠냐만은, 고죠치고 많은 인정을 베푼 거였음. 그런데 기억이 안 나는 건 안 나는 거라고. 점점 혼란으로 물들어가는 이타도리의 얼굴을 천천히 구경하던 고죠가 몸을 일으켰음.

- 필사적이니까 더 짜증나네.

- ...선배?

- 선배라고 부르지 마.

아, 또 무언가 스쳐지나갔다.

- 사토루.

- 기억도 안 나면서 이름으로 부를 필요 없어.

- 선배가 이름으로 불러달라면서.

고죠가 고개를 휙 돌리자 이타도리가 머리를 긁적였음. 비록 전부 기억 나진 않지만 상황은 알 것 같았음.

술에 취해있던 이타도리가 대뜸 고죠한테 전화를 했고, 고죠는 자다 일어나서 취한 이타도리를 데리러왔겠지. 졸업 후 2년간 연락이 없던 앙큼한 후배를 말이야. 근처 호텔에 던져두고 갈 생각이었지만 제 위로 올라탄 이타도리를 밀어내지 못했을 거고. 왜냐면 고죠도 이타도리를 좋아했으니까. 처음엔 기억도 못할 것 같으니 그냥 놔두자 싶었는데, 제 위에 올라타서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이타도리를 보고 마음이 바뀌었음. 1년 내내 꼬셔도 가망이 없다고 생각해서 포기한 상태였는데 그게 실패가 아니라 성공이었다니. 덥친 건 이타도리가 맞지만 먼저 입을 맞춘 건 고죠였음.

대충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진 이타도리가 심드렁한 고죠의 얼굴을 보면서 작게 웃었음. 이제야 제가 아는 고죠 선배 같아서.

- 사토루, 우리 사귀어?

- 그럼 뭐 해. 누구는 기억도 못하는데.

- 아, 그런가...

고백해놓고 기억도 못했으니 당연한 결과인가. 이타도리가 시무룩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자, 고죠가 이타도리의 고개를 확 들어올렸음.

- 그런가는 무슨 그런가야? 

- 아니, 내가 실수한 것 같아서...

- 실수? 취김이든 아니든 난 무를 생각 절대 없어. 밤새 매달린 주제에 벗어날 생각하지 마.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화난듯한 고죠의 말투에 이타도리가 고개를 끄덕였음. 고죠가 이타도리의 고개를 놓아주고. 이타도리가 곰곰히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고죠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음.

- 그런데, 선배 나 좋아했어?

이번엔 고죠의 입이 막혔음. 좋아하지, 아주 끔찍하게. 하지만 입이 열리질 않았음. 그런 말을 해봤어야지.

- 뭐래.

순간 서운할 뻔했지만, 대수롭지 않은 척 침대에서 일어난 고죠의 귀가 빨갛게 물들어있었음. 정말 어지간히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라니까.

- 사토루, 같이 씻을래?

- 하? 나 방금 씻고 나왔거든?

그러면서 발길은 왜 욕실로 향하는데? 진짜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 유지, 빨리 와!

ps 전날의 정사가 너무 격했던 나머지 침대에서 내려오던 유지가 다리에 힘이 풀려버려서 고죠가 안아서 들고 갔대요~


# 4

아이돌 유지랑 스폰서 고죠도 맛있겠다. 대기업 후계자 고죠, 그의 정체를 모르는 유지. 둘이 고딩 때부터 만난 꽤 오래된 연인 사이고, 후계자랑 아이돌이니까 당연 비밀 연애겠지. 고죠가 후계자라는 것도 극소수만 아는 사실이고 유지는 고죠가 그냥 돈이 많은 줄 앎.

자신의 애인이 본인 모르게 뒤에서 무슨 짓을 벌이는 지도 모르고. 그렇게 아이돌 탑 위치까지 올라섬. 물론 유지의 재능과 끼도 톡톡히 한몫 했음. 그래도 든든한 뒷배경이 있는 건 무시 못하지. 유지는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음. 자신에게 스폰서가 있다는 사실도, 그게 고죠 사토루라는 사실도.

머 대충 자기도 모르게 스폰을 당하고 있었다! 이런 고죠유지가 보고 싶었음. 나중에 유지가 알게 됐을 때 어케 될지 나도 모르겟음. 싸울라나


# 5

나 안대도 좋지만 붕대 두른 고죠 센세 너무 좋아... 그런 의미로 유지도 봐 줬으면 좋겠어

- 선생님 옛날엔 붕대 두르고 다녔다면서요?

가만히 쇼파에 앉아 지루한 영화를 보기 시작한지 어언 2시간 째. 남자 주인공이 얼굴에 붕대를 두른 걸 보고 이타도리가 질문을 던졌음.

- 그랬지? 그런 건 어디서 들었어?

- 선배들이 얘기해줬어. 근데 왜 안대로 바꿨어요?

- 으음, 편해서? 그리고 이게 훨씬 예쁘잖아.

그런가? 이타도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고죠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음. 확실히 선생님은 가려도 잘생겼지.

- 궁금해?

- 보여줄 거예요?

- 유지가 원하면?

이타도리가 눈을 반짝이면서 쳐다보니까 고죠가 픽 실없이 웃으며 이타도리의 머리를 쓰다듬었음.

- 좋아. 제자가 보고 싶다는데 선생님이 못해줄 것도 없지.

쇼파에서 일어나 지하실을 뒤적거리더니 책상 서랍에서 새하얀 붕대를 꺼내왔음. 의료용으로 구비되어 있는 붕대였음. 깔끔하게 돌돌 말려있던 붕대를 휘리릭, 펼치더니 제 눈 위를 덮은 안대를 벗고 능숙하게 자신의 머리에 두르기 시작했음.

- 혼자하는 거 안 어려워요?

어렵지 않을리가. 다만 손에 한 번 익은 버릇은 잊혀지기 쉽지 않지.

- 그다지? 자, 어때? 붕대 두른 선생님.

- 오, 뭔가 새로워.

이타도리가 고죠의 얼굴을 요리조리 살펴보더니 킥킥 거리며 웃음을 터뜨렸음.

- 역시 어떻게 가려도 선생님 잘생긴 건 안 가려지는 구나.

피슝. 유지 귀여워... 한순간 꽂혀버린 고죠가 순식간에 이타도리를 덥쳤음.

- 그럼 대가를 지불해야지?

- ...네? 무슨 대가?

- 선생님은 고오급 인력이라고? 부탁하면서 아무 대가도 지불하지 않을 생각이었어?

분명 평소랑 다를 거 없는 말투인데 어색하게 느껴졌음. 조금 거칠어진 느낌.

- 그치만 나 돈은 없는데...

- 돈은 많으니까 됐어.

- 어? 그럼 뭘...?

- 유지 츄 해봤어?

도리도리. 이타도리가 고개를 내젓자 고죠가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렸음.

- 그럼 됐어.

말랑한 입술이 짧게 맞닿았다 떨어지고 이타도리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죠를 올려다 봄. 어안이 벙벙했음. 방금 뭐지?

- 오늘은 이걸로 봐줄게.

- 뽀뽀면 되는 거야?

- 제자의 첫 입술이니까?

츄라고 하길래 키스인 줄 알고 아니라고 했지만, 뽀뽀는 처음 아닌데. 뭐 선생님이 좋아하니까 됐나?

- 선생님이 좋으면 됐어 ^^!

<얘네 안 사귐



# 6

이거 고유로 보고 싶다... 대학교 후배인 유지 짝사랑 하는 고죠 선배로.

유지 헤테로 CC 재질이야... 좀 조용하고 예쁜 동기랑 만났을 것 같음 잘 어울린다고 말도 많아서 알 사람은 다 알았을 듯 근데 종강하기 며칠 전에 헤어진 거지,,, 미련은 듬뿍 남았는데 차마 붙잡진 못하고 ㅠ 애들이 괜찮냐고 물으면 씁쓸하게 웃으면서 괜찮다고만 하고...

그러다 다른 동기들한테 종강 파티 끌려감 풀 죽어있지 말고 신나게 마시고 풀라고. 근데 그거 맘처럼 되냐고 ㅠ 죽어라 들어부어서 취해버리는 거지,,, 어지러워서 테이블에 이마 박고 쿨쿨 자고 있는데 누군가 유지를 데리고 나감. 그게 바로 틈만 노리던 고죠 센빠이다 이거야~

분명 제 발로 걷고 있긴 한데 제정신이 아니라 고죠가 끌고 가는대로 끌려가겠지. 그래봤자 택시였지만. 틈이 생겼으니 이제 어떻게 꼬득여야될까, 고민하고 있는데 택시 타자마자 고죠 어깨에 기대서 잠든 거 ㅠ 진짜 어케 꼬시지 이러고 잇는데 유지가 뭐라 뭐라 웅얼거림.

자세히 들어보니까 하필이면 그게 전 여친 이름... 거기다 더 뭐라고 하는데 굳이 듣기 싫어서 고개 돌리고 있겠지. 뻔하잖아 취해서 전 여친 이름을 부르는 이유따위... 그런데도 들리는 건 어쩔 수 없지. 심지어 제 손을 꽉 붙잡고 얘기하는데,,, 망할 놈의 사랑.

새액새액 거리면서 사랑한다고 가지 말라고 웅얼거리는데 거기서 울컥함. 팔자에도 없는 짝사랑은 왜 해서 이런 개고생을 하는지.

- 그래, 나도 사랑해. 근데 유지 너 많이 취했다. 그거 내 이름 아닌데.

그대로 입에 살짝 입 맞추고 창밖이나 바라보는 고죠...

- 기억이나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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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반대 입장으로도 보고 싶다. 다만 둘이 사귀는 사이인데 고죠는 성인이고 유지는 고딩인 걸로 해서,,,

유지의 첫사랑도 고죠만 고죠의 첫사랑은 당연히 유지여야함. 비록 고등학생이긴 하지만 뭐, 어쩌라고. 여튼 둘이 아주 알콩달콩 잘 만남. 대부분 유지가 고죠한테 맞춰주는 느낌이지만 고죠 역시 유지를 상당히 배려하겠지? 보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름 소중하게 다루는 중임.

애시당초 술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지만 유지가 싫어할까봐 술자리도 안 나감. 정작 유지는 신경 안 쓰는 것 같지만... 쨌든 술자리도 안 나감. 그런데 한 번씩 게토랑 만날 때는 술집을 감. 다름이 아니라 유지와의 건강한 연애를 위한 상담을 하러 가는 거임. 보답이 술&안주 무한 리필일 뿐,,,

곧 사건이 일어날 오늘 역시 마찬가지였음. 유지와의 다툼으로 살짝 기분이 상한 고죠가 게토를 불렀고, 그 장소는 술집이었고. 평소와 다를 게 없었지. 다르다면 이야기하다가 울컥한 고죠가 술을 한 잔 마셨다는 것,,, 그것 뿐,,, 하지만 그게 제일 큰일이었음.

몸집이 작지도 않은... (거대한) 남정네가 뻗어서 테이블에 머리 박고 자는데, 게토 골싸매기 시작함. 이렇게 뻗어버린다고... 옮기자면 옮길 순 있겠지만 손만 대면 꺼지라고 왁왁 댐. 결국 방법은 하나 뿐. 유지를 부르는 것. 안면 한 번 튼 적 없지만 별다른 대책도 없었음.

게토의 연락을 받은 유지가 헐레벌떡 술집으로 달려 옴. 고죠가 취해? 술도 안 먹는 사람이? 자기 때문 같아서 일단 달려온 거지 ㅠ 그리고 게토의 도움을 받아 고죠를 택시에 우겨넣음. 둘은 첫 만남이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얼레벌레 넘어감.

- 사토루, 괜찮아?

- ...

대답할리가 없지. 왜 이렇게 마셨냐고 묻고 싶지만 완전히 뻗어버린 사람을 상대로 무슨 말을 하겠어. 그저 집에 고이 갖다놓을(?) 생각 뿐이었음. 그런데 고죠가 희미하게 정신을 차린 듯 꿈틀거리더니 뭐라고 얘기를 함.

- 응? 뭐라고?

- 스구루... 나 진짜 (유지) 사랑해...

유지 멘탈 와장창. 고죠는 당연히 옆에 있는 사람이 게토라고 생각하고 말한 건데 유지가 있었더래요,,, 뭐 그런,,,,, 이러나 저러나 사단은 이미 벌어졌다 이거예요.

- 어... 나도... 근데 그거 내 이름 아닌데.

사랑한단 말을 무시할 수 없어서 대답은 했지만 뭔가 혼란스러운 유지였음... 오해는 낼 풀어라...


# 7

- 선배, 안 돼, 하지 마...!

콰득. 이타도리의 격한 몸부림에도 고죠는 기어코 목덜미를 세게 물었음.

이타도리는 더 이상 몸부림을 치지 않았고, 고죠가 빨갛게 부어오른 잇자국을 엄지로 쓸어만질 때마다 이타도리가 달달한 페르몬을 흘려보내며 몸을 움찔거렸음.

- 잘 어울린다, 유지.

알파와 오메가. 그리고 히트와 러트. 이 조건만 맞춘다면 짝을 맺는 건 아주 손쉬웠음. 알파가 오메가의 목덜미를 물어주기만 한다면. 이 말은 곧, 조건만 맞는다면 '오메가가 원하지 않아도' 알파 혼자서 짝을 맺을 수 있다는 거지.

- 유지, 어때? 짝이 생긴 기분이.

바로, 지금처럼.


# 8

솔찌키 유지 약간 히어로 재질인데 빌런도 꽤 잘 어울림. 아니라구요? 사실 인성 글러먹은 히어로 고죠랑 남에게 피해주기 싫어하는 빌런 유지 조합이 보고 싶었음. 싸우면서 차도 집어던지는 애가 빌런짓 하나 못 하겠어요?

고죠가 빌런 잡는다는 핑계로 다 때려부수고 있으면 유지가 와서 부서진 전봇대 같은 거 치우면서 막 잔소리 할 거 같음.

- 제발 그만 좀 부숴요. 이러다 동네가 남아나질 않겠어-. 히어로가 이래도 돼요?

- 유지 그러지 말고 히어로로 넘어오라니까? 내가 잘해줄게.

라면서 동네 더 부수는 고죠.

- 아아, 그만 부수라니까!

- 걱정 마. 사람들은 미리 대피 시켰어. 그래서 언제 넘어올래?

사람, 아니 빌런 말 귓등으로도 안 들음. 유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면서 이렇게 다 때려부수는 히어로라면 사양이라고. 그랬더니

- 그럼 안 부수면 이쪽으로 넘어오는 거야?

그 말을 누가 믿어... 유지가 고민하는 척하다가 고죠 손에 들린 부서진 잔해물을 보고 아니. 안 갈래. 손바닥을 펴보이면서 단호하게 거절함.

-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하고 슉 사라져버림. 유지 한 번 꼬시겠다고 매번 이렇게 동네를 부수는 건데, 안 넘어오면 안 부술 이유가 없지. 아, 빌런 시체 두고 왔다.


# 9

유지 감자칩 오리 입술처럼 물고 있는 거 너무 귀여워😭😭 지하실에서 영화보면서 감자칩 먹다가 버릇처럼 오리 입술 만들었는데 거기다가 개구진 얼굴로 입 맞추는 고죠 선생님...

투둑. 부숴진 감자칩이 쇼파 위로 떨어지고,

- 뭐한 거예요?

- 응? 유지가 너무 귀여워서.

여유있는 얼굴로 쇼파에 떨어진 감자칩 주워먹는 고죠 선생님 보면서 유지 얼굴 화르륵 불타오르겠지. 그거 방금 내가 입에 물고 있던 거잖아 ㅠㅠ (사귀는 사이 아님.)


# 10

헉 갑자기 그런 거 보고 싶어 고죠가 한 번 챙겨준 거 가지고 우렁각시 자처하는 호랭이 수인 유지,,, 고죠는 그냥 난리통에 애기호랭이가 있길래 주워다가 멀리 던져준 것 뿐인데 유지는 자기 살려줬다고 감동 받아서 몰래 우렁각시 노릇을 하는 거지 ㅠ

임무 끝나고 방에 들어오면 아무렇게나 벗어두고 간 옷들은 온데간데 없고 식탁에 음식이 차려져있어 (심지어 맛있음) 밥 다 먹고 씻고 나오면 설거지가 되어있고(뭔데) 베란다로 나가니까 널려놨던 옷이 여깄네? 고죠는 고민했음. 이 앙큼한 우렁각시를 어쩌면 좋을까.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짓을 할 사람이 없었음. 내가 평소에 호의를 베풀고 다녔나? 대답은 확실하게 노! 였음. 대체 누가 이런 짓을? 잡자면 잡을 수야 있지만 문제는 며칠 사이 이 생활이 익숙해졌다는 거지. 안 그래도 임무 때문에 피곤해 죽겠다는데 한동안은 그냥 놔둘까...

그렇게 근 한 달간 고죠가 모른 척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우렁가시의 존재는 아주 어이없게 들켜버림.

원래 임무란 게 정해진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상황에 따라 불규칙하기 마련이잖아? 그치만 아직 새끼였던 유지는 그런 것까지 생각하지 못한 거지. 간만에 임무없이 집에 일찍 들어왔는데 화장실에서 우당탕, 풍덩, 하는 소리가 나는 거임. 자기가 집에 들어오면 급하게 숨는다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이것까지 모른 척하기엔... 좀 심하지... 그리고 자신에게 지극정성인 우렁각시의 정체가 슬슬 궁금하기도 했음.

고죠가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발걸음으로 화장실로 향했음. 저 안에서 도망가지도 못할텐데 급할 필요가 뭐 있어. 이왕 이렇게 된 거, 의도치 않게 동거하는 느낌이라 언짢기도 했으니 이참에 보내버릴 생각이었음. 그런데 웬 조그마한 게 욕조에 둥둥 떠있네...? 저건 또 뭐야.

일단 애가 물에다가 얼굴 처박고 둥둥 떠있길래 뒷덜미를 잡아들었는데 욕조에 이마 처박고 기절했는지 이마가 벌겋게 올라온 거임. 해봤자 자기 팔뚝만한 애가 기절했는데 어쩌겠어. 죽어라 한숨 쉬면서 수건에 싸가지고 침대에 눕히는 거지. 그런데 이런 꼬꼬마가 그 우렁각시였다고?

물에 젖어서 축축하게 내려앉은 분홍색 머리를 쓸어올리니까 훨씬 더 어려보였어. 기껏 해봐야 3살? 이것도 주령인가. 의문이 든 고죠가 수건을 치우고 살펴보는데 주령은 또 아님. 자세히 보니까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한참을 보고 있다가 눈을 뜬 애기랑 눈이 딱 마주침.

히익! 유지가 화들짝 놀라서 일어나다가 뒤로 엎어질라는 거 고죠가 잡아줌. 자기도 놀라서 잡아주긴 했는데 애가 덜덜 떨고 있는 거. 추워서 그런가 싶어가지고 다시 수건에 꽁꽁 싸매는데 이번엔 눈물을 후두둑 떨구네?

- 자, 잘모태써요...

- ? 니가 뭘 잘못했는데.

진짜 몰라서 물어봤지만 고죠의 얼굴이 무서웠던 유지는 와아앙 하고 울음을 터뜨림. 아니... 자기가 순하게 생긴 것도 아니고 안 그래도 겁 먹은 애한테 인상 찡그리고 물어보면 애가 겁을 안 먹겠어? 사실 유지가 우는 이유는 따로 있었는데 고죠 얼굴이 무서워서 더 울음을 터뜨린 거...

욕실에서 그대로 기절해버려서 모습을 바꾸지 못했지만 유지는 수인인 걸 들키면 안 됐음.세상에 수인이 워낙 희귀해져서 팔아넘기는 개#',@♡27놈들이 많았거든. 그래서 수인들 사이에선 인간들에게 함부로 모습을 드러내면 안 된다는 룰이 생겼고, 수인이 존재하는 지도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였어.

그런데 의도치 않게 유지는 그 룰을 어기게 된 거지. 들키면 무리에서 배척 당할 수도 있고... 지금은 고죠가 자길 팔아넘길까봐 제일 무서웠음.

- 히끅, 나 이제 팔려가...?

눈가 벌개져가지고 눈물 폭포수처럼 흘리면서 물어보는데 고죠 어이 가출.

- 너 팔아먹어서 뭐해?

- ...나 앙 팔려가?

이거 진짜 진심으로 물어보는 건가. 눈물 후두둑. 어... 그래. 진심이네.

- 나 너 팔아먹을만큼 안 궁해. 이렇게 겁낼 거면서 여기 왜 있던 거야?

- 애드리, 끅, 은혜는... 갚아야 된다구.....

사람을 착각한 건가. 분명 자긴 처음 보는 앤데 무슨 은혜 타령인가 싶었음. 말해주려다가 이대로 상대해줬다간 진짜 끝이 없을 것 같아서 대충 흘려넘길 듯.

- 은혜 갚을만큼 갚았으니까 이제 가.

진짜 끝이다. 그러고 딱 등을 돌리는 순간, 갑자기 펑 하더니 방금 전까지 벌벌 떨던 애기는 온데간데없어지고 아기호랭이가 있는 거. 그래서 이건 또 무슨 상황인데.

고죠가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으니까 아기호랑이로 변한 유지가 벌벌 떨면서 슬금슬금 다가가서 손목 소매를 앙 물었음. 오라는 건가. 모르겠다... 이젠 그냥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손을 내줬는데, 유지가 낑낑거리면서 손바닥에 얼굴을 비비는 거야. 고죠 잠시 얼어 붙음.

미친. 뭐야? 존나 귀여워.

- 야, 너 그냥 우리 집에서 살래?

그게 바로 고죠가 유지에게 반하는 순간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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