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고해
리퀘스트
누구에게나 잠들 수 없는 밤이 있다.
루카는 충혈된 눈을 문지르며 침대 시트에 얼굴을 묻었다. 오래된 시트 특유의 먼지 냄새가 비강을 자극했다.
스파크, 방전, 뜨겁고 통제되지 않는 전류. 얕은 잠 뒤에 이어지는 악몽은 이미 일상이 된지 오래였다. 이런 것도 속죄라고 부를 수 있나? 루카는 자조했다. 잠은 죽음을 미리 경험하는 것과 같다. 타인의 목숨을 빼앗은 대가로 죽음을 빼앗기다니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부족한 잠은 환시와 환청을 불러들인다. 초점없는 시야 가장자리로 실험실 천장이 무너져내린다. 루카는 익숙한 비명과 고통어린 신음을 무시하며 침대를 벗어났다. 피부가 천천히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낯설지 않은 감각이었으나 걱정은 뒤따르지 않았다. 결국 피로가 임계점을 넘으면 몸은 어떤 식으로든 수면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끊어지는 신음을 따라 어둑한 방에 들어서자 복도의 흐릿한 빛에 익숙해진 눈이 다시금 시야를 잃는다. 느려진 사고는 무거운 몸을 침대로 이끌었다. 열에 들뜬 체온이 살갗에 맞닿았다. 루카는 멍하니 눈을 깜박였다. 환각인 주제에 감촉만은 빌어먹게도 현실적이었다. 상대의 쉰 듯한 목소리가 나직히 울렸다. 헤르만의 목소리일까? 어머니의? 그것도 아니면 알바 로렌츠의? 악몽에 시달리는 것처럼 끙끙대던 실루엣은 이내 절박하게 벽을 긁어대기 시작했다. 루카는 현실감 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정렬되지 않은 단어의 나열이 장황하게 쏟아졌다. 전부 그들의 잘못이야... 베니, 아버지가, 운석이... 기침이 멈추지 않아서....
한밤의 고해성사였다. 다시 없을 망령됨이었고, 있어서는 안될 삿된 토로였다. 그러나 루카는 말라붙은 목을 열어 그에 동참하는 것을 선택했다. 영구 기관, 어머니의 유언, 그리고 자신이 유일하게 동경했던 은사.
듣는 이 없이 말하는 이만 존재하는 한밤의 고해는 쉬이 끝을 보이지 않는다. 아득한 머리를 안고, 루카는 막연히 생각한다. 이대로 아침이 오지 않는 영원한 밤에 갇히는 건 아닐까. 그러나 그것 역시 나쁘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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