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미션, 연성교환

241006

2000자

백업 by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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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네, 난 너 이런 거 못 할 줄 알았어.”

아니, 정확히는 할 줄 알 것 같긴 했는데, 이렇게 한 상 가득 차릴 줄은 몰랐어. 늘 단출하게 먹는 인상이라고 해야 하나. A이 왼쪽 턱을 괸 채 눈을 끔뻑이며 말했다. 답이 돌아오지 않자 천천히 허공에 흩어지는 문장을 보며 A은 조용히 숟가락을 들어올리는 K을 뒤로하곤 주변을 훑어보았다.

어지럽지 않고 단정히 차려진 식탁. 한가운데에는 척 보기에 두 사람은 먹고도 적당한 양의 찌개와,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무난하게 먹을 수 있을 정도거나 없어서 못 먹을 반찬들은 찌개의 건너편에 두어져 있었고, 그에 반해 멸치조림이나 젓갈 등의 호불호가 갈릴 음식들은 제 쪽으로 몰린 배치. 적지 않은 반찬들을 올려두어도 충분히 넓은 식탁의 크기까지.

“익숙한가 보네, 이런 거.”

한 마디를 툭 뱉어낸 후에야 A이 숟가락을 들었다. 잘 먹겠습니다~ 근심걱정 없는 투로 활짝 웃어보인 건 덤이다. 여전히 K은 답을 되돌려주지 않았다. 조용한 집에 두 사람의 달그락거리는 식기 소리, 아삭 씹히는 반찬 소리, K과 A이 젓가락과 숟가락으로 밥을 퍼올려 열을 식히려 작은 숨을 후 뱉어내는 소리, 그릇에 충분한 양의 찌개를 덜어낸 후 내려둔 국자가 걸리는 소리.

A이 밥을 퍼올린 숟가락째로 국그릇에 숟가락을 넣어 국물과 함께 입에 넣었고, K은 젓가락으로 충분한 양의 밥을 입에 넣은 후 뒤늦게 숟가락을 들어올려 적당한 양의 국물을 입에 담아냈다. 그리고, 중간에 한두 마디. 소세지 왜 안 먹어? 내가 먹는다? 이제서야 들려오는 짧은 대답 소리. 네.

어느덧 그릇이 바닥을 보이자 K은 익숙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싱크대에 그릇을 내려두었다. 물을 받아두는 것 또한 잊지 않는다. 벌써 다 먹었냐는 듯한 눈을 한 A을 보며 K은 마저 먹으라는 말을 곁들이며 다시금 돌아와 자리를 지켰다. 아직 많이 남은 반찬. 대다수의 사람이 좋아할 듯한 메뉴를 K은 두세 점 먹고 끝낼 뿐이었고, 남은 반찬은 전부 A의 것이 되어버린 참이다.

뭐, 생긴 것만 보면 까칠해서는 입이 짧아 보이긴 하지! A은 이 발언은 평생 목구멍 밖으로 내뱉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지금 이 말을 해버린다면 숟가락이든 젓가락이든 날아들 것이기 때문에.

“누구한테 배웠어?”

“배운 적 없습니다.”

“그럼 질문을 바꿀게. 누구한테 해주던 거야?”

“…….”

K이 미간을 좁혔다. 저렇게 날티 나는 얼굴을 하면서도 사소한 부분들은 귀신같이 알아챈단 말이지. 대답하지 않고 넘어가려니 표정도 말투도 전부 제 말에 답해주지 않는다면 날이 새도록 캐묻겠다는 느낌이 너무나도 선명해서, K은 한참의 침묵을 지키다 입을 열었다.

……가끔 G이가 와서요.

오, 캠퍼스 커플!

제발 좀.

어쩐지, 너는 혼자 있으면 대충 떼우고 넘어갈 것 같은데 수상할 정도로 잘 해서 말야.

어지럽지 않고 단정히 차려진 식탁. 혼자 사는 사람이 2인분의 양을 가늠하는 건 쉽지 않을 텐데, 그럼에도 척 보기에 두 사람은 먹고도 적당한 양의 찌개와,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무난하게 먹을 수 있을 정도거나 없어서 못 먹을 반찬들은 찌개의 건너편에 두어져 있었고, 그에 반해 멸치조림이나 젓갈 등의 호불호가 갈릴 음식들은 제 쪽으로 몰린 배치. 적지 않은 반찬들을 올려두어도 충분히 넓은 식탁의 크기까지.

“G이도 알고 있을 거야.”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A은 G을 만난 적도 없었다. 그럼에도 G을 대신해서 말해주기라도 하겠다는 듯한 말투에 K이 입꼬리를 살짝 잡아당겼다. 연애사를 남에게 이야기할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는데, 어째 그리 말해주자니 마음이 편해져서는 한 마디 살포시 내려둔다. 오히려 이런 건 다른 누구도 아닌 A이라서 그럴 수도 있고.

“……알고 있으면, 좋아도 하고 있을까요? ”

“그러엄.”

나 한 공기만 더 주라. 이 집 잘 하네! 하…… 아니, 한숨 뭔데? 손님이 이렇게 맛있게 먹어주면 뿌듯하지 않아?! 네, 네. 그나저나, G이 소세지 좋아해? 네. ……정확히는, 계란에 묻혀 구워주는 걸 좋아합니다. 와 씨, 순애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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