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힐데 이렇게 고백하려 했던 게 아닌데

깜소리님의 생일 기념 잭힐썰

- 깜소리님의 생일을 기념하는 잭힐데 썰입니다.

- 무척 짧아요.


협소한 공간에는 벽을 따라 나열되어있는 선반들자리 잡고있었다. 그리고 안그래도 좁은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선반들로 인해 건장한 체격의 남성 둘이 서로에게 엉켜붙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카이 그… 조금만, 옆으로 갈 수 있어?”

“음, 나도 그러고 싶네만…”

보다시피 이런 상황이라. 그렇게 말하는 잭의 말투에서는 곤란함이 가득했다. 그래 아무래도 그렇겠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계속 맞붙은 신체에 느껴지는 타인의 체온은 보수적으로 자란 힐데한테는 역시나 낯부끄러운 일이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더라? 힐데는 잭과 단 둘이서 비좁은 다용도실에 갇혀버린 경위를 다시 한 번 떠올렸다.


힐데는 최근 열렬하게 한 사람과 시선을 마주하지 않으려고 부던하게 노력했다. 누가 그런 힐데의 행동을 알아차린 다면 아예 마주치지 않으면 되지 않겠느냐 싶겠지만, 힐데가 피하려고 하는 이는 잭 블랙이었다. 그것도 힐데와는 같은 직장, 같은 직군에 그것으로도 모자라 제 옆집에 사는 이이자, 대외적으로 오랜 친구로까지 알려진(어떤 의미로는 오랜 친구이기는 했다) 이였다. 즉 자연스럽게 마주치지 않는 것이 더 힘든 지경이라는 뜻이었다. 그렇기에 힐데는 차선책을 선택했다.

‘그래 눈을 마주치지 말자. 그정도는 자연스럽게 할 수 있어.’

그렇게 결심한 힐데는 그 이후로 잭을 만날 때마다 시선을 피하기 시작했다. 잭과 대화를 하면서도 품안에 밀크를 안고 계속 하얗고 보드라운 귀에 시선을 둔다거나 가능한 메신저 혹은 통화로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그것도 여의치 않고 부득이하게 서로 마주봐야하는 상황이 왔을 때 힐데는 슬쩍 시선을 돌린다거나 제 앞사람의 어깨을 응시했다. 그에 최근 들어서 잭 역시 제 대장의 행동의 이상함을 감지했는지 힐데는 종종 잭이 말없이 자신을 응시하는 것을 느꼈다. 그러다가 한 번은 아예 자신이 무언가 불편하게 했느냐는 잭의 질문에 힐데는 화들짝 놀라면서 열심히 고개를 저어 보인 적도 있었다.

힐데는 잭의 기분을 무시한다던가 기분을 상하게 한다던가 할 생각은 당연히 추호도 없었다. 그럼에도 은연중에 잭의 눈을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에는 힐데에게는 나름대로 엄청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갑자기 네 눈동자를 보고 반했다고 할 수는 없잖아!’

힐데는 오두막에서 제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생각했다. 이제 300살을 코앞에 둔 29n살의 힐데는 인생 처음으로 무려! 잭 블랙, 카이로스를 짝사랑하고 있던 것이다. 관짝에 들어갔어도 최소 3번을 들어갔을 나이를 먹고 말이다. 심지어 그 계기조차 황당했다.

“자네 여기에 크림이 묻었네.”

정말이지 사소한 일이었다. 그날은 가볍게 둘이서 산책을 나갔고 가는 길에 출출해진 둘은 나란히 와플을 하나씩 손에 쥐고 먹고 있었다. 그리고 얼굴에 묻은 크림을 닦아주려 했는지 제 쪽으로 고개를 기울인 잭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갑작스럽게 바짝 붙은 잭의 얼굴에 놀라서 보는데 시야에 들어온 태양같은 그 눈동자가…. 거기까지 회상한 힐데는 아예 머리를 식탁에 박아버렸다. 그리고 그런 힐데의 이상행동을 본 요우는 정신사납게 그러지 말고 보고서나 한줄 더 보라면서 고함을 내질렀다.

자, 하나씩 짚어보자.

힐데와 잭 두 사람이 알고 지낸 시간이 얼마냔말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갑자기 ‘네 눈동자가 예뻐서 반했어’라니 이게 무슨 얼빠같은 발언이냔말이다! 사람의 내면을 더 중요시하고 외면에 현혹되지 말라고 배워온 힐데한테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사유였다. 게다가 이제와서?! 알고 지낸지 얼마인데 이제와서 외모때문에 반한다고?!

“내가 이렇게 속세에 찌든 사람이라니….”

그렇게 힐데는 스스로의 간사함(?)에 결국 다시금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꼴을 보는 유심히 보던 요우는 짜게 식은 눈으로 힐데를 보았다.

“언제 노망나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인건 알지만, 미칠 거면 일은 다 하고 미치시죠.”

“매정한 자식.”

사람이 고민하는데 걱정하지도 않고. 작게 궁시렁거리던 힐데를 보던 요우는 결국 시끄럽다면서 고함을 내지르고 그렇게 힐데는 쫓겨났다.

“아니 여기는 내 집인데 내가 왜 쫓겨나는 거야…?”

눈 앞에 굳게 닫힌 현관문을 황망하게 보며 힐데가 중얼거렸다. 비록 윤이 넘겨주고 재연이 다시 지어준 거기는 하지만 그래도 서류상 오두막은 내 소유인데. 집주인이 쫓겨나고 객이 들어차있는 기가막힌 상황이지만 힐데는 다시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오두막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다시 들어가기에 서슬퍼런 책사의 분노는 무서웠다.

“자네 무슨 문제 있나?”

그리고 힐데가 눈 앞에 보이는 선임집으로 갈까 고민하던 찰나 아까까지만 해도 즐기차게 떠올린 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두막 앞에서 안절부절 못 하는 힐데를 응시하던 주황색의 눈동자가 눈꺼풀 아래로 몇번 사라졌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에 힐데는 제 손으로 뒷목을 매만지면서 짐짓 멋쩍은 표정을 하면서 시선을 아래로 향해 자연스럽게 눈이 마주치는 것을 피했다.

“어, 그게 말이지…. 요우한테 쫓겨났어.”

“아하. 그래서 아까 큰 소리가 났던 거군.”

힐데의 말에 언제나와 같이 유쾌함이 묻어나오는 말투로 잭이 웃어보였다. 그리고는 잠깐 힐데와 오두막 문을 번갈아 보던 잭은 힐데의 팔을 잡더니 자신의 집쪽으로 이끌었다.

“밖에 계속 있기 그렇지 않나. 우리 집에 있다가 나중에 책사의 분노가 가라앉을 때 쯤에 들어가게.”

“어? 아니 너 쉬는 데 방해하는 거 아니야? 난 괜찮은데. 여차하면 예현이 집으로 가도 괜찮고.”

“내 사수와 자네 사수, 그리고 고문님까지 모두 출근하는 날이라고 들었네. 주인 없는 집에 가는 것도 좀 그렇지 않은가.”

자 가세. 갑작스러운 잭의 제안에 힐데가 당황하면서 어버버거리자 잭은 평소에 힐데에게 잘 짓는 시원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미소를 자기도 모르게 홀린 듯이 봤던 힐데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잭의 집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상태였다. 이미 들어온 거 나가는 것도 좀 그렇지? 그렇다고 해도 뭘 해야한담. 무작정 정신놓고 들어오기는 했지만 소지품을 챙겨서 나온 것도 아니라 딱히 할 것이 없었던 힐데가 뒷목을 매만지던 차에 잭이 밀크를 안고 다가왔다.

“대장 혹시 밀크랑 같이 있어줄 수 있겠나? 아무래도 집 수리를 해야할 거 같아서.”

“물론이지. 근데 어디 문제 생겼어?”

“멋대로 잠겨서 열리지 않는 방문이 있어서 말일세. 수리하는 김에 안에 있던 물건들도 꺼내서 한 번 정리하려고 하네. 그동안 혹시라도 밀크가 들어가면 안되니 부탁하지.”

그렇게 말하면서 잭은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고 하면서 편하게 있으라고 이야기를 하며 거실의 탁자에 음료와 간식거리를 두고 갔다. 이거 나만 너무 좋은 이야기 아닌가 생각하면서 힐데는 잭이 주고 간 간식을 하나 집어서 오물거렸다. 맛있다. 그렇게 힐데가 간식도 먹고 무릎에 올려놓은 밀크를 손가락으로 놀아주고 있을 때 갑자기 밀크가 꼬리를 쫑긋였다. 그리고 힐데가 무슨 반응을 하기도 전에 잽싸게 무릎에서 내려간 밀크가 작은 발로 토다다 어디론가 달려갔다. 역시 밀크는 귀엽다니까. 아니 이게 아니지!

“잠깐만 밀크야 어디가?”

저 조막만한 몸으로 열심히 달려나가는 것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힐데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그 뒤를 따라갔다. 다행스럽게도 밀크는 그냥 방 안의 선반에 올라가서 삐이하고 답을 했다. 양 옆으로 세면의 벽에 전부 조립식 선반이 자리잡은 것을 보니 다용도실로 보이는 좁은 공간이었다. 그 선반을 폴짝폴짝 뛰며 돌아다니는 밀크를 보면서 힐데는 푸스스 웃었다. 높은 곳을 좋아하는 걸 보면 밀크도 고양이 같단 말이지.

“여기서 놀고 싶었어 밀크?”

그렇게 말하면서 힐데가 밀크의 콧잔당을 톡 건드리자 힘차게 밀크가 뺩하고 울었다. 귀엽다. 밀크가 즐거워하니 기왕이면 조금 더 지켜보다가 데려가자 생각한 힐데는 바닥에 앉아서 밀크를 즐겁게 구경했다.

“힐데?”

제 이름이 불리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며 일어나던 힐데는 순간 허리를 부딪히며 휘청거렸다. 휘청인 것자체는 다시 중심을 잡으면 되련만, 비좁은 공간에서 갑자기 일어났던 터라 중심을 잡기에도 여의치 못했다. 어? 어어?! 당황한 힐데의 금안에 다급한 표정의 카이로스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내 쿠당탕 소리가 나면서 두 사람이 같이 쓰러졌다.

“아야….”

“윽, 자네 괜찮나?”

“어 나는 괜찮, 아.”

그렇게 힐데가 뒤로 넘어질 때 부딪혔는지 욱신거리는 허리와 둔부를 문지르면서 눈을 뜨자 무척이나 가까운 주홍빛 눈동자에 자기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 아무래도 뒤로 넘어가는 힐데를 보고 놀란 잭이 붙잡아주려다가 아무래도 같이 넘어진 듯 싶었다.

‘그나마 잭이 잡아준 덕분에 뒷통수가 선반에 안 부딪혀서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그래도 이건 너무 가깝지 않아?! 힐데가 당황하면서 일부러 시선을 돌리면서 주변을 살폈다. 아무래도 잭은 다용도실에 보관할 짐을 가지고 오던 중인지 물건이 담긴 상자가 이리저리 널부러져있었다. 그리고 문 너머로 보이는 밀크…. 밀크? 다행스럽게도 이 난장판에 밀크는 몸을 피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힐데가 안도하던 찰나에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바닥에 반쯤 기대 누워있는 힐데와 그 위를 덮치듯이 붙어있는 잭.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무척이나 부적절한 모습을 아이한테 보여주는 것만 같아서 힐데는 얼굴이 빨갛게 변하면서 제 위에 엎어져있는 잭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야, 야! 어서 일어나봐. 네가 일어나야 나도 일어나지.”

“잠시만 여기가 좀 좁아서.”

그렇게 잭이 일어나려 몸을 뒤로 물리려는 순간 힐데의 금안에 분명하게 밀크의 꼬리가 살랑거리는 것이 포착되었다. 저거 밀크가 재밌는 걸 발견했을 때 하는 행동인데 왜? 그리고 밀크의 자그마한 몸이 움직였다. 달칵. 불길한 소리가 들렸다. 밀크는 무려 그 작은 몸을 다 써서 방문을 밀어서 닫아버린 것이였다. 밀크야…?

“방금 무슨 소리인가?”

“밀크가 문을 닫아버렸어.”

뭐? 그러자 드물게 잭이 당황하는 듯한 음성이 들렸다. 다른 사람도 아닌 아드레날린정키 잭이 당황한다? 힐데는 불안이 언습해왔고 그건 현실이 되어버렸다.

“여기 다용도실 문이 아까 말했던 잠겨서 안 열리는 곳이네만.”

힐데는 순간적으로 상스러운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ㅈ됐다. 그리고 사태를 파악한 잭이 작게 한숨을 내쉬고 그 숨결이 귓가를 간질이자 힐데는 반사적으로 움찔했다. 그러고보니 지금 좁은 공간에 카이와 같이 엉켜붙어 갇혀있는 상황이다? 그걸 자각하자 힐데는 도무지 잭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떨어져야만….

“카이 그… 조금만, 옆으로 갈 수 있어?”

“음, 나도 그러고 싶네만…”

보다시피 이런 상황이라. 그렇게 말하는 잭의 말투에서는 곤란함이 가득했다. 그래 아무래도 그렇겠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계속 맞붙은 신체에 느껴지는 타인의 체온은 보수적으로 자란 힐데한테는 역시나 낯부끄러운 일이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좀 떨어져주려는 듯이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려는 잭의 시도에 힐데가 움찔거렸다. 다리, 다리가 얽혔어! 잠시만 지금 허벅지에 스친 거 잭의 다리야?! 잠시만 허리에 지금 뭐가 닿은 거야?!?! 아니 미친 아니!!! 힐데는 혀를 깨물고 싶었다. 그에 힐데는 눈을 질끈감고 소리없는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불편하게 해서 미안하네.”

“아니 어, 그게…. 아니야….”

그게 문제가 아니야! 그게 문제가 아니라고! 힐데는 속으로 그렇게 비명을 지르면서 잭의 몸이 제 몸에 닿을 때마다 입술을 깨물면서 어떻게든 지금 상황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 힐데의 반응에 잭의 움직임이 멈추더니 위에서 생각도 못한 말이 들렸다.

“힐데 혹시 내가 보기도 싫은 건가?”

“뭐?”

얘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힐데는 당혹스러움에 자기도 모르게 감고있던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그런 금안에는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잭의 표정이 보였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요즘 대장이 나와 시선을 마주하지 않잖나. 묘하게 나와 거리를 두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지금은 내 얼굴이 보기 싫다는 듯이 눈을 질끈 감고 있으니까.”

힐데는 어쩐지 음울함이 섞인 가라앉은 목소리에 입을 떡 벌렸다. 애처로운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잭의 눈동자와 표정에 당황한 힐데는 급하게 말을 뱉었다.

“그런 거 아니야! 난 너 좋아한다고! 네 눈동자만 보면 자꾸 심장이 뛰니까 어쩔 수 없이…!”

자기도 모르게 필터 없이 뱉어진 말에 힐데는 생각했다. 쥐구멍으로 들어가고 싶어…. 현실은 몸도 제대로 못 움직이고 붙어있는 상황이지만. 세계수이시여… 저한테 어찌하여 이런 시련을…. 그렇게 힐데는 다시 눈을 감고는 이미 없어진 제 부모를 찾으며 자괴감과 수치심에 내적으로 몸부림 쳤다.

“힐데, 힐데베르트 날 봐주면 안되겠나?”

못 떠! 못 본다고! 그 말에 힐데는 차마 대답도 못하고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분명 눈을 뜨는 순간 힐데는 수치사를 할 게 분명했다. 그렇게 두어번 더 눈을 떠서 자신을 봐달라는 잭의 말에도 힐데는 열심히 고개를 저으면서 거절했다. 그리고 이내 밀려오는 감정에 힐데는 자기도 모르게 눈을 번쩍 뜰 수 밖에 없었다.

경외 친애 애정 약간의 소유욕 그리고 차마 순수하다고 할 수 없는 욕망

“그, 만! 야 그만!”

“드디어 날 봐주는군.”

힐데가 눈을 뜨자 그 예쁜 주홍빛 눈동자가 휘어진 눈매 사이로 기쁨에 반짝이고 있었다. 모른척 할래야 모를 수 없을 정도로 확실한 잭의 감정, 그것은 사랑이었다. 그리고 실실 웃어보이는 잭의 얼굴을 보면서 힐데는 얼굴을 쓸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너 갑자기 감정전이를 하면 어떻게 해!”

“하지만 자네가 날 봐주지 않으니 별 수 없잖나. 그래서 자네는 어떤가 힐데?”

이게 자네의 고백에 대한 내 대답일세. 그렇게 말하는 잭은 F1에서 우승했을 때나 제국에서 대회에서 1등을 거머쥐었던 그 어느때보다도 반짝였다. 그에 힐데는 앓는 소리를 내었다.

“이런 곳에서 고백할 생각은 아니었다고….”

그래도 연인이 되자고 잭한테 고백할 때 나름 분위기를 잡고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몸을 움직이기도 힘든 다용도실에서 서로 엉켜서 웃긴 자세로 하려고 한게 아닌데. 심지어 충동적으로 말했어! 그런 힐데의 생각을 눈치챘다는 듯이 잭이 밝게 웃었다.

“난 자네가 날 좋아해준다면 어디서든 상관없네만.”

“아니 네가 좋다면 다행이다만.”

그렇게 이제 막 연인이 된 두 타이탄은 나중에 이상하게 돌아오지 않는 힐데를 찾아다니던 요우가 문을 열어줄 때까지 같이 붙어있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가만히 있을 잭이 아니었다. 긴 시간동안 잭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얼마나 마음이 깊은지 언제 그에게 반했는지 등에 대한 잭의 찬양이자 사랑고백을 피하지도 못하고 전부 들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그렇게 정신이 쏙 빼놓아진 힐데는 둘만 갇혔던 초반에 잭이 일부러 아련하고 씁쓸한 표정을 지어서 힐데의 마음을 잡아채려 했다는 것을 끝까지 눈치채지 못했다.


+ 어느 책사의 생각

‘그냥 빨리 고백을 하지.’

정신사납게 머리를 쥐어뜯고 이마를 식탁에 박으면서 정신사납게 하는 대장을 기어코 쫓아낸 요우는 생각했다. 제 딴에서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혼자 끙끙대는 듯 싶었지만 이미 힐데가 왜 저러는지 훤히 알아차린 요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타이탄의 수장이라는 직책을 가진 이는 3세기 가까이 살아놓고 이런 면에서는 놀랍도록 순진하고 무지했다. 힐데베트르 탈레브는 카이로스를 그저 ‘솔직하고 유쾌한 동료’라고 생각하는 듯 싶었지만, 글쎄? 요우는 그 생각에 동의할 수 없었다. 요우는 종종 힐데가 자신에게 유하게 대하면 놀라울정도로 차가운 무표정으로 자신을 응시하는 카이로스와 시선이 마주했다. 물론 저가 언제 그랬냐는 듯 재빠르게 다시 평소의 미소를 띄운 사역사로 인해 힐데는 단 한번도 사역사의 그러한 표정을 보지 못했지만.

사역사는 감히 주제도 모르고 그한테 발톱을 세워놓고도 쉽사리 용서를 받았다는 사실이 못마땅한 것이리라. 그럼에도 힐데가 요우를 용서했기를 택했기에 카이로스는 자신의 감정과는 별개로 그 의견에 따를뿐이었다. 솔직히 요우 역시 저 제멋대로이고 즉흥적인 사역사를 썩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감정과는 다르게 요우의 이성은 카이로스가 감히 그들의 수장의 특별한 감정을 탐내고 그 옆자리를 욕심내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다.

힐데가 가장 먼저 마주한 동족

힐데에게 맹목적인 애정과 신뢰를 보여주는 이

힐데의 안위에 과보호라고 할 정도로 강박적인 이

제국의 1사역사라는 칭호를 거저얻은 것이 아니라는 듯 제 감정을 자각한 카이로스는 곧장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 행동했다. 정작 힐데는 그런 카이로스가 무슨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눈치채지 못한 듯 했지만.

‘하지만 저 꼴을 보아하니 그것도 얼마 안남았겠어.’

물론 저 순진한 기사단장이 능구렁이같은 사역사의 손에 쥐여지는 것이 기껍다는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힐데에게 한평생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겨나지 않으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사랑의 대상으로 카이로스는 나름 나쁘지 않은 선택지였다. 긴 수명이 주어진 힐데의 옆을 지킬 수 있고, 어떤 속셈을 가지고 다가올지 모르는 낯선 인간보다는 신원이 보장되었다. 게다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역 실력은 힐데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뭐 그리고….’

강박적인 성정의 요우는 만약을 대비해야 마음이 놓였다. 힐데가 다른 차원에 갇혀있는 동안 동족들을 관리한 것은 요우였다. 그러니 자연스레 ‘카이로스’이자 ‘잭 블랙’의 목을 틀어쥘만한 것들은 이미 요우의 손안에 있었다. 여차하면 요우 본인이 조용히 처리할 수 있는 상대가 나았다. 다정하고 정이 많은 그들의 수장은 설사 연인이 저에게 해를 가하게 되었다고 한들 미련스럽게도 본인을 탓하고 상처받을 테니까. 힐데베르트 탈레브는 더이상 마음을 준 이를 제 손으로 베어넘기는 그런 잔인한 짓을 경험해서는 안된다. 그러니 요우는 그럴 낌새가 보인다면 저가 쥐고 있던 ‘목줄’로 그를 먼저 처리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요우는 그 ‘목줄’의 존재를 카이로스에게 이야기할 생각이었다. 그것은 경고이자 의지를 보이라는 뜻이었다.

‘그 치는 힐데의 옆에 설 수만 있다면 기꺼이 그 목줄을 제 스스로 차겠지만.’

카이로스는 제국에 있을 적부터 자신이 원하는 승리를 위해서라면 어떤 방법이든 거리낌 없이 행했으니까. 요우는 제 거처로 돌아가면 다시 한 번 카이로스의 ‘목줄’이 될 것들을 정리할 생각이었다.


+

불태웠습니다….(꽥

나름대로 깜소리님의 생일 기념 잭힐인데 너무 많이 늦어서 면목이 없네요.

분량도 약간 짧아서 양심에 찔리지만 그래도 저를 하얗게 불태웠으니 봐주세요 깜소리님!!!

문을 닫아버린 건 정말로 밀크의 장난이었을지 아니면 힐데를 자기 아빠로 만들기 위한 큰그림이었을지는 나중에 슬쩍 밀크에게 물어본 잭만이 알 일이겠죠! ^^ (참고로 밀크는 그 다용도실 문이 고장났다는 것정도는 이미 알 정도로 똑똑하죠!

그리고 늦었지만 깜소리님의 생일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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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공손한 비둘기

    하... 최고에요 진짜!! 외쳐 바닐라빈!!!!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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