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웬 아자리아

31. 훈련 - 02 with Blue.

그것은 두 사람의 대화 소리였는데.

웅얼거림? 혹은 무어지. 여태 들어온 모든 선율 중 가장 무거운 것을 담고 있는 것 같아 짐승은 조용히 그것을 듣는다. 그 속에는 연주자 자체의 경험이 담겨있어 간접적이나마 그의 여행을 느낄 수 있었다. 얼마나 어디를 간 것인지. 혹한에 설산에 접어들었다가 제겐 익숙한 불길 위로도 접어든다. 심하게 흔들리는 차체에도 있었다가, 마음과 생각의 흔들림에도 있었다가, 끝에는 몸까지 떨려왔다. 그리고 푸른 연주자는 마침내 추억을 넘어 현실의 위에 섰다. 마치 제 생명도 함께 서는 느낌에 소름이 온몸을 뒤덮었다. 짐승은 오직 전장에서만 보내온 제 생에가 조금은 창피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제 입술을 억지로 깨물었다. 비릿한 맛이 나며 떨던 몸이 진정되었다.

이윽고 그가 보아온 불길들이 자신에게 들려진다. 쿵. 하고 심장이 어딘가로 처박힘이 느껴졌다. 고르지 않은 바닥을 따라 심하게 일렁이며 불길이 대지 위로 끌려간다. 처연한 파도를 닮은 움직임. 불길은 시퍼런 색을 하고는 누군가의 생명을 보내려 준비하고 있었다.

그 속에 발이 묶인 별의 아이들을 집어넣으면 얼마나 스산할지 상상만 해도 몸서리쳐졌다. 내뿜던 힘을 제어하여 멈추었다. 제게 전해지던 추억의 힘은 섬뜩한 소리를 내며 제 몸 안에서 걸려 멈췄다. 가슴과 어깨가 쇠줄에 동여매어 진 것 같은 기분인지라 짐승은 발버둥치고 싶어 고개를 탈탈 털었다.

“ … 틸 파이퍼. 이건 최후의 방법으로 남겨둬야 할지도 모르겠다. ”

병신같이 그리 말했다. 이제 별들을 죽이고 싶지 않아져서. 그들을 이런 시퍼런 불구덩이 안에 집어넣는 것은 불쌍해서. 단지 트라이야가 제게 아픈 얼굴을 보였다는 이유 하나로 저는 이렇게 제 두 팔다리를 묶는다. 짐승은 심하게 숨을 들이쉰다. 제 몸 안에 들어온 타인의 이능을 떨쳐내려면 제법 시간이 필요하다. 분명 제 불길을 강하게 만들기 위한 음악이었을 것은 제 몸을 뜨겁고 답답하게, 숨이 막혀 가슴이 아프게 만든다. 그렇게 시꺼멓기까지 한 시야를 견디면 다리와 등에 매달린 이 무거운 것이 천천히 사라진다. 그제야 침잠했던 숨을 들이쉰다. 헉. 헉. 하고 숨이 뱉어지면 편안해진다. 걱정을 담아 건네지는 몇 마디 말에 웃었다.

“ 그래도 네 능력은 정말 좋네. 누구에게라도 한 번은 큰 충격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

팔짱을 낀다. 넌지시 칭찬하며 억지로 걸음을 옮긴다. 자자, 진영으로 돌아가야지. … 걱정은 아껴둬. 언젠가 내가 죽거든 호흡이 없는 나를 걱정하며 영영 기억할 노래로 남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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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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