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웬 아자리아

31. 훈련 - 03 with Black.

훈련이 이렇게 힘들었나..

피투성이 몸을 이끌고 전장에서 돌아온다. 몸에서 계속해서 검붉은 뜨거운 액체가 뚝뚝 떨어진다. 명예로운 삶에서 비롯된 상처이다. 불명예로서 멀쩡한 몸보다는 훨씬 살아있다는 감각이 짙었다. 사신처럼 시커먼 그가 다가오며 버티고 있는 등을 툭 쳤다. 상체가 맥없이 앞으로 고꾸라지다가 도로 균형을 잡았다. 그 시간 안에 두 손으로 그를 쥐었기 때문에 그의 옷자락 위에 피가 튀었다. 미안, 입술을 억지로 벌려 말했다. 서서히 스러져가는 육신과 타오르는 영혼을 보듬는 연기를 느끼며 눈을 감았다. 이제 그가 해결할 것이다. 전부.

젊은 나이에 느지막하게 능력을 확신한 그의 것은 이번 전쟁을 통해 물 만난 고기처럼 빛을 발하고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 타인에게 곁을 주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짐승은 최근 전장에 나가 거의 반송장이 되어 돌아온 탓에 그의 훌륭한 훈련 대상이 될 수 있었다. 자신의 살을 깎아 저에게 내어준다는 점에서는 저보다 나은 능력인 듯싶기도 하다. 저는 살을 깎아 타인을 상처입히는 일 밖에 하지를 못하니 말이지. 짐승은 그의 주변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를 본다. 호흡에 맞춰 흡입하면 심했던 중상 위 고통이 줄어든다. 제 왼손으로 큰 상처가 있던 허리춤을 더듬었다. 기묘하게도 건드리면 바닥을 구를 정도의 고통이었던 것이 완벽하게 아프지 않아. 기운이 전부 회수되면 짐승은 제 손에 불을 피워보았다. 몸 안에서 상한 곳 없이 완벽하게 기운이 돈다. 새빨간 불꽃을 도로 집어넣고는 그에게 고맙다 말했다. 가린 얼굴 너머로 무슨 표정을 하고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걱정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한다. 이 전장 위에서 제 발자취를 따라온 장한 아이이니. 방울방울 떨어지던 제 피로 한껏 물든 손을 보다가 제 손수건을 건넸다. 끈적거리는 것을 닦으라며 낮은 음성으로 한마디 덧붙였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쭉 켰다. 아직도 이 전쟁은 끝나지 않아서, 앞으로도 제 진영의 많은 이들이 고통받을 테지만, 우리가 무릎을 꿇는 일이 있더라도, 눈이 거의 감기더라도 너는 우리 가슴에 있는 검을 뽑고 네 살을 깎아서라도 우리를 살리겠지. 검은 것은 사신이라던데, 제 눈에는 천사로만 보이니 이것도 문제이려나. 그는 용의주도하게 뒤처리까지 마치고는 제게 돌아가도 된다며 손짓한다. 짐승은 스쳐 지나가며 고개를 가벼이 끄덕여 고맙다 말했다.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들, 다정하게 주고받는 이야기들은 이 전쟁이 모두 끝난 후, 낙원 위에서 다시 하는 게 좋겠지. 아직 생각이 바뀌지 않았느냐 물었다. 그는 답하지 않고 다른 것으로 또 화제를 돌렸을 뿐이다. 이것마저 그다워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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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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