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훈련 - 01 with Love.
나 자신이 미덥지 못했던 건 다른 것이 아니라 힘이 부족했었음에.
오싹한 느낌에 눈을 떴다. 지원계. 타인의 이능을 직접 받아본 적이 적지는 않다지만 러브가 말했던 대로 이 연기는 환각과 구토, 어지럼증을 동반하는 감이 있다. 보아라. 눈이 떠있음에도 눈가가 무언가로 덮인 느낌이다. 아마 인간의 손이 아닌가 싶은 감촉이었다. 억지로 눈을 치뜨니 약간의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사랑스러운 별이 손 틈 사이로 비치고는 했다.
“ …! …, …? ”
어두운 시야만큼이나 어지러움에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세상이 다 뒤집힐 것 같은 이런 상황에서도 손끝은 가늘게 떨린다. 힘이 배가 된 불꽃이 주체할 수 없어 두 손 너머로 흘러나오려 움직인다. 속은 상해도 독할 정도로 중독성 있는 것이 정말이지 이능의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가.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 기억 전부이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들려왔다. 구둣발로 제 주변을 오가며 바쁘게 속삭이는 말소리. 확. 하고 무언가 퍼지는 소리가 나면 제 두 손이 알아서 허공을 향하는 듯한 감각. 도로 뜬 눈에 비치는 광경은 저마저도 소름이 돋는 것인지라 생각을 접었다. 누군가 땅을 들어 올리기라도 한 것인지 부채꼴로 움푹 파인 대지와 멋지다며 연신 제 양어깨를 쳐주는 손길. 짐승은 죽은 듯 가만히 서서 그 광경을 보았다. 이때 아… 이 전쟁은 승리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불길을 얼마나 퍼서 사용한 것인지 몸이 지탱하던 것에서 내려져 바닥에 툭 하고 던져졌다. 구부러진 허리로 고개만을 올려 제 새로운 파트너를 바라보니 걱정스러운 얼굴이다. 아. 걱정을 끼쳤나… 지켜주기로 한 입장에서 이럴 수는 없는데. 다만 몸이 기우뚱해지더니 어디론가 의식이 밀려가는 느낌이 들어 애써 잡았다. 익숙하다. 이능의 과부하다. 몇 번이고 능력을 사용한 모양이지… 사시나무 떨리듯 심하게 요동치는 몸을 안고는 장난스럽게 웃어주었다. 하얗게 빈 머리로 이 와중에도 추론하건대, 어쩌면 나는 정말로 이 전쟁에서 그 어떤 별도 잃지 않고 모조리 낙원의 문지방을 넘게 해줄 수 있겠다.
“ 고마워 러브. … 내가 꼭 멀쩡히 살아 돌아가게 만들어줄게. ”
그 단순한 이야기 하나 하는데도 무지한 힘이 소모됐는지 이마에 땀이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언제 진영으로 돌아왔는지도 모르지만 그건 아마 러브나 같은 진영의 이들이 저를 옮겨준 것이겠지. 제 몫의 침대에 누워서는 이능의 여파를 고스란히 겪는다. 들려지는 느낌과 쿵 하고 떨어지는 느낌이 공존한다. 제 눈가로 흘러내리는 것은 땀인가? 혹은 진정 고통으로 말미암은 눈물인가… 그래도 이제는 사시나무 같이 떨던 사지가 조금은 차분해졌다. 그리고 다시 들려왔다. 환영이 속삭이는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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