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예윤] 형태

전력 60분 주제:요리

고소한 냄새가 집 안을 감쌌다. 창밖은 제법 깜깜했고, 진눈깨비는 하나둘씩 내려 소복히 쌓이고 있었다. 예현은 여즉 졸음이 가시지 않은 감각을 깨워 후각으로 스치는 향을 가늠했다. 메뉴의 정체가 어렵지 않게 그려지자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간질거림이 잠을 밀어냈다. 예현이 꾸물거리며 일어날 채비를 하면, 이예현- 하는 낮은 목소리가 방문 사이로 향을 타고 들어왔다. 몽롱한 정신을 마저 털어내고 나가자 슬쩍 예현을 응시하는 검은 눈이 있었다. 예현은 자연스럽게 웃음을 흘렸다. 그를 응시하던 이에게도 옅은 웃음소리가 들렸던가.

윤이 식탁에 흰 접시를 내려 놓았다. 제법 먹음직스러운 크림파스타는 돌돌 말려, 갈아 올린 치즈로 그럴듯한 데코레이션까지 되어 있었다. 파스타에도 눈이 내렸네. 예현이 그런 소감을 꺼내 놓으면 윤은 말없이 포크를 건넸다. 말에 토 하나 달지 않은 이는 제 몫의 파스타를 씹어 삼키면서도 예현의 입에 들어가는 포크를 응시했다. 예현은 그냥 또 한 번 웃었다.

​"이거, 어제 내가 먹고 싶다고 해서 한 거야?"

"시켜 먹자니까 불어서 싫다며. 해달란 거 아니었냐?"

무심히 뱉어내는 말들은 조리가 끝난 파스타에 스며들어 조미료가 됐다. 애정의 형태란 그랬다. 예상에 있던 것일지라도 여실한 확인은 늘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몽글거리는 감정을 가져다주는 것이라, 예현은 부드럽게 넘어가는 면 사이로 기분 좋은 단 맛이 느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크림파스타이니 그런 맛일랑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을 터인데도. 더욱이 윤의 요리 실력은 정말 괜찮은 편이었다. 그가 의도하지 않은 맛이 들어갈 리는 없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음에도, 예현은 미각과는 전혀 관계가 없을 유치한 감상을 피워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두어번 면을 말아 씹어 삼키는 동안 윤의 시선은 여전히 예현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것이 무엇을 바라는 지 알 것 같아서 예현은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이와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언어를 떠올렸다. 역시 전혀 객관적이지 않은 감상이었지만, 애초에 감상이란 당사자의 주관으로 싹트는 것이었으므로.

맛있다. 고마워. 푸스스 웃으며 뱉은 말에 시선은 그제야 거두어졌다. 달라진 관계를 체감하는 것은 꾸준했고 늘 새로웠다. 예현은 제법 굵어진 창밖의 하얀 눈을 보다, 자신과 같은 곳을 바라보는 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곧이어 제법 높은 온도를 가지게 된 검은 눈이 교차되어 온전히 서로만을 담았다. 겨울의 온도는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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