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천

[단단이] 1

만약 현단이가 먼저 죽는다면?

백 단아 by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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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x.com/ssari_917/status/1821216848219926875

트위터에서 풀던 썰 이어서 글로 간단하게 작업하기.

*죽음 소재, 우울한 분위기 주의

*졸린 상태로 써서 오타랑 띄어쓰기 검사를 안 했어요……….

전쟁이 끝난 지 약 30일 째.

현단이 죽은 지 약 45일 째.

백 단아는 오늘도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현단을 떠나 보냈을 때의 백 단아는 멀쩡했다.

오히려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모습에 모두가 의아해 했고, 그녀의 모습에 감탄을, 혹은 비난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왜냐하면 그 ‘현단’을 가장 사랑하고 소중히 했던 이가 백 단아였으니까. 그런 그녀가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자 몇몇 이들은 그녀의 가식적인 모습에 소름이 돋았다며 욕을 하곤 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아무렇지 않았다. 함께 일을 하던 의원들과 직원들은 걱정이 많았으나… 괜찮아 보였기에 점점 마음을 놓았다. 그래. 정말 괜찮은가 보구나. 잘 견뎌내고 있구나.

잘 견뎌내고 있는 줄 알았다.

평화로운 일상, 지나간 전쟁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일하던 의원들과 직원들이 오랜만에 갖는 휴식에 대해 이야기 하던 중 백 단아가 웃으며,

“내일은 단이도 나도 별 일은 없으니, 집 청소라도 할까 해.”

라고 하기 전까진 말이다.

사무실은 순식간에 살얼음판이 됐고, 모두가 굳은 모습으로 백 단아를 쳐다 봤다. 그녀는 여전히 아무렇지 않아보였다. 아니, 아무렇지 않은 게 맞는 것인가? 누군가 그녀에게 무언가 말하려 했으나,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녀의 미소는 너무나도 즐거워 보였기에.

백 단아는 아무렇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현단의 죽음 자체를 잊은 것이었다.

그리고, 다가온 휴일에 결국 터질 것이 터지고 말았다.

“사월아! 월아!”

백 단아가 사월의 현관문을 세차게 두드렸다. 큰 소리가 나며 주먹으로 문을 때리던 백 단아는 놀라서 문을 열고 나온 사월의 어깨를 잡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뭐, 뭐야. 왜 그래?”

“월아, 큰일났어. 어쩌면 좋니…!”

현단이가 안 보여!

다급하게 외치는 그녀의 얼굴에는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언제부터 없던 거였지? 아아, 나는 같이 사는 주제에 애가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어! 어쩔 줄 몰라하며 중얼거리는 그녀를 사월은 당황스러운, 그리고 안쓰러운 듯 조용히 내려다봤다.

“혹시 단이 본 적 있니?”

“… 아니.”

“그래? 그럼 만약 나중에라도 보게 되면…”

“너 그러고 온 거야?”

“응?”

백 단아는 그제서야 자신의 모습을 천천히 눈에 담았다.

급하게 나온 티가 나는 듯 엉망이 된 머리카락,

항상 입던 겉옷은 흘러내려 바닥에 질질 끌려다닌 듯 흙이 잔뜩 묻어있고,

한 쪽 신은 어디에 두고 온 것인지 한 발은 맨발이었으며

그 발에는 작은 상처라도 생긴 듯 따끔거리며 피도 조금씩 흐르고 있었다.

“아… 너무 급하게 나오느라…”

“…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기다려 봐. 일단 발이라도 치료하고…”

“아니야. 괜찮단다. 그보다 … 현단이 말이야.”

집으로 들어가던 사월은 현단의 이름이 나오자 몸이 굳은 상태로 멈춰 섰다. 사월은 느리게 백 단아를 돌아봤다. 애써 웃으며 사월을 올려다 보는 것이 불안함을 넘어서 애절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금방… 돌아오겠지? 내가 찾으러 가지 않아도 되려나?”

“….”

“응? 사월아. 왜 대답이 없니?”

“… 돌아오지 못 할 거야.”

“… 응?”

그녀가 우뚝 멈춰 서 멍하니 사월을 올려다봤다. 사월은 인상을 살짝 쓰며 그녀의 눈을 피해버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그녀에게 거짓말이나 할 성격도 아니었기에… 사월은 모두가 피했던 대답을 내뱉기로 했다.

“죽었으니까.”

가만히 듣고 있던 백 단아의 눈에서는 서서히 생기가 사라졌다. 순간적으로 먹먹해진 소리에 들리는 건 오로지 크게 뛰기 시작하는 자신의 심장소리 뿐이었다. 그러다… 그 심장 소리마저 들리지 않게 됐을 때.

겨우 붙잡고 있던 불꽃이 꺼지고 만 것이다.

무슨 정신으로 집으로 돌아온 건지 모르겠다. 사월의 말에 무어라 소리치고선 집으로 달려와 한참을 떨다 기절하듯 잠들었고, 어두컴컴한 밤이 되자 겨우 잠에서 깨어났다. 옷과 이불은 온통 흙 투성이에 발은 상처가 조금 더 찢어진 듯 피가 잔뜩 흘러선 그대로 굳어버렸다. 하지만 상처를 치료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발을 절뚝거리며 현단의 방문 앞으로 다가갔다. 문 손잡이로 손을 뻗었다가 허공을 휘적이곤 도로 손을 거둔 그녀는 도망치듯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렇게 그녀는 집 밖으로도 나오지 않기 시작했다.

사월이, 그리고 다른 의원들과 친하게 지내던 직원들이 돌아가며 그녀의 집을 들렀으나 현관문은 열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결국 3일이 되던 날, 사월이 대표로 그녀의 집 후문을 통해 들어가 보았으나… 집 안은 난장판이었고 바닥에는 피가 잔뜩 묻은 것이 아무래도 발을 다쳤던 상태 그대로 집 안을 돌아다니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한참을 손대지 않아 썩어버린 재료와 음식물의 악취가 온 집안에 퍼져 있었고 인상을 쓰며 그녀의 방쪽으로 사월이 움직였다.

똑똑.

“… 계속 그러고 있을 거야?”

“…”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다.

사월은 문고리를 잡지 않았다. 이 상태에서 어차피 혼자 있는 집이기에 그녀가 방문을 잠그지는 않았겠지만, 여기서 얼굴 보고 대화한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진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라면 끌고라도 나왔을 텐데… 집 상태를 보니 그래봤자 좋을 건 그녀에게도, 사월에게도 없을 것 같았다.

“환자들… 일단 다른 의원들이 나눠서 업무를 맡기로 했어. 네가 맨날 그랬잖아. 무슨 일이 있어도 내일의 해는 뜬다고.”

“…”

“시간 많이 안 줄거야. 우린 아직 바쁘니까.”

남이 들었다면 친우 사이가 맞나, 싶을 이야기다. 하지만 듣고 있던 백 단아는 알 수 있었다.

저건 분명… 그래. 걱정하고 있는 거구나. 내가 빨리 털고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인 거야.

알 수 있었다. 지금 사월은, 그리고 직접 오지 않은 그녀의 동료들은 그녀를 배려해주고 있었다. 그녀는 가만히 침대에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앉았다. 부시럭대는 소리가 방 안에서 들리자 사월은 소리 없이 한숨을 뱉었다. 아직 살아있긴 하네. 도로 나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던 사월은 잠시 멈춰 서서 입을 열었다.

“… 우리 애가 요즘 나보다 널 더 찾더라. 집이라도 치워. 나도 들어올 수 있는데 내 딸은 못 들어올까?”

투덜대는 말과 함께 사월의 발걸음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듣던 백 단아는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텅 비어버린 눈을 감았다.

지금은 아무런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집이라니.

여긴 더 이상 내 집이 아닌걸.

그녀의 집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사월이 다녀간 이후, 그녀의 집으로 주기적으로 다녀가는 사람들이 생겼다.

방에서 나오지 않는 그녀 대신에 집은 최대한 손을 덜 대는 쪽으로 최소한 정리를 해 주었고, 썩어가는 음식물들을 정리해주고 은은한 꽃이 그녀의 집에 장식 됐다. 발에 생긴 상처는 꼭 치료하라며 당부한 의원이 그녀가 말을 듣지 않는 것 같자 방 문을 살짝 열어 약과 소독솜, 붕대를 밀어 넣어버렸고, 그 다음 날 백 단아가 마치 ‘치료했단다.’ 하고 말하듯 치료하고 나온 쓰레기를 얌전히 방 문 앞에 놓아두자 모두가 안심했다. 스스로를 치료했으니 당장 극단적인 선택을 걱정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말이다.

사월의 딸인 윤은 그녀의 집이 어느정도 정리가 되자 그녀를 보러 가는 것을 아버지에게서 겨우 허락을 받았다. 그래도 백 단아는 윤이 혼자 자신의 집으로 놀러올 때면 방 안에서 대답 정도는 해주곤 했으니까. 비록 힘이 없고 갈라진 목소리인 것이 처음에는 그녀인 줄 몰랐으나 사월은 윤에게서 백 단아의 상태를 간접적으로나마 전해 들을 수 있게 됐다.

“고모가 오늘은 밥을 조금 먹었어요.”

“그러니? 다행이구나.”

“… 아버지. 고모는… 삼촌이 보고 싶은 거겠죠?”

“…”

현단의 안타까운 소식에 윤 또한 많이 울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윤은 백 단아와 사월이 일을 나가면 현단과 자주 만나서 시간을 보내거나, 혹은 현단과 같이 집에서 나와 퇴근하고 돌아오는 두 사람을 마중나오곤 하지 않았는가. 윤에게 현단은 말 그대로 삼촌이었다. 그러니 울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윤은 시간이 지날 수록 힘을 내어 살아가야 했다. 삼촌이 많이 보고 싶음에도 아버지와 고모를 위해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아버지는 오랜 시간 함께 한 친우를, 고모는 가족을 잃었으니까. … 그래도 역시…

“… 나도 삼촌 보고 싶다.”

어린 아이의 눈가가 빨개졌다. 이러면 안 되는데. 아이가 애써 울음을 꾹 참으려다 다정하게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아버지의 따뜻한 손길에 결국 울음이 터져버렸다. 아이의 동그란 머리를 손으로 감싸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기던 사월은 씁쓸한 얼굴로 조용히 숨을 내뱉었다.

‘그러게.’

뱉지 않은 말은 속에서 응어리지듯 파묻혔지만 사월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아이를 다독였다.

가끔 사월의 꿈에선 익숙하고도 그리운 장면이 펼쳐졌다.

퇴근하고 돌아가는 길, 지금과는 달리 상태가 멀쩡한 백 단아와 수다를 떨던 사월은 시장을 지나 큰 나무 아래에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던 자신의 딸 윤과 그 윤을 지키듯 옆에 서 있는 현단을 발견했다.

‘오늘은 또 왜 이리 늦은 거지? 기다리다 목 빠져 죽… 큰일 나는 줄 알았군그래.’

어린 아이의 앞이라고 말을 순화시켜 투덜대던 현단을 향해, 방금까지 힘 없이 걷던 백 단아가 ‘단아~!’ 하고 소리치며 두 팔 벌려 달려가 껴안았다.

‘우리 사랑스러운 검은 용. 목 빠지면 안 되지! 집에 돌아가면 주물러 주랴?’

‘애 앞에서 이러지 말라고 했지 않나! 떨어져라!’

‘아 왜~ 나 없는 동안 잘 지냈지? 우리 윤이, 삼촌 말 잘 들었고?’

‘네, 고모! 삼촌이랑 오늘 꿀떡 먹었어요.’

도란도란 활기차게 대화하던 3명은 조금 멀리서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던 사월을 돌아봤다.

‘아버지! 저 배고파요! 어서 들어가요.’

‘그래. 그러고 있지 말고 어서 움직이지.’

‘월아. 왜 그러니?’

반짝거리며 눈부신 그 장면을 잠시 눈에 담던 사월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 아무것도 아니야.’

그리 말하고 나면 꿈은 끝이 난다.

꿈은 꿈일 뿐이라는 듯 아침 해가 사월의 눈을 찔렀기에 사월은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월 뿐일까. 그의 딸 또한 비슷한 꿈을 이미 수차례 꾸고 있었다.

그럼에도 꿈을 꿀 때마다 여전히 현단은 그들의 기억 속의 모습 그대로였고, 그들은 언제나 그런 현단을 반갑게 맞이했다.

현단의 죽음은

백 단아가 아닌 이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었다.

백 단아는 한참을 나오지 않았다.

벌써 한 달은 지났을까. 그녀의 몸은 갈수록 말라갔지만 배가 고파 쓰러지진 않았다. 가까이 사는 사월이 자신의 딸과 함께 먹을 것을 두고 가곤 했으니까. 전부 먹을 수는 없어도 그녀는 음식을 조금씩 먹었다. 하지만 햇빛을 많이 보지 못해서 그런가 예전보다 많이 푸석하고, 생기가 많이 사라진 상태였다. 그녀의 발은 거의 다 나았으며, 은발에 가까웠던 머리카락은 완벽한 백발이 되어 버렸다.

‘분명 잔소리 하겠지.’

내가 얼마나 열심히 네 몸 상하지 않게 챙겼는데, 이딴 식으로 내 노력을 한 번에 부셔버려? 하고 소리치는 현단의 모습이 자동으로 머릿속에서 재생됐다. 작게 피식 웃은 그녀는 천천히 입꼬리를 내리고는 거실에 놓여져 있던 꽃병을 무심코 쳐다봤다. 진달래가 여럿 피어있는 것을 잠시 바라보던 백 단아는 꽃을 화병에서 꺼내 들어 모두가 아직 자고 있는 푸른 새벽에 집 밖을 나섰다. 아직 어두운 산길을 오르던 그녀는 어느 한 곳에서 발걸음을 멈추고는 앞을 바라봤다.

만들어 진지 약 2달 지나 풀이 조금 길게 자랐고, 유난히 크고 작은 꽃들이 많이 핀 묘지 하나.

처음 이후로 백 단아가 단 한 번도 오지 않은 이곳.

현단의 무덤이었다.

“…”

손을 뻗어 비석을 쓸어봤다. 차갑고 거친 감각 너머로 현단이란 이름을 손으로 따라 써보았다.

너의 이름을 그리며 너의 얼굴을 기억했다.

작년 봄, 가만히 옆에 앉아 있던 너의 얼굴을 쓸었었다. 너는 의아한 듯 나를 바라봤지만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저 천천히 눈을 감아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너의 얼굴을 만졌던 것은 너의 죽음을 맞이했을 때였다.

‘…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하군.’

‘말하지 마. 너 지금 말하면 안 돼.’

‘너에게… 참 많은 것을 배웠어. 고맙,다. 이건 진심이야.’

‘말하지 말라니까! 입 다물어!’

‘… 만약… 다시 만나게… 되면… ….’

‘… 단아?’

지금에서야 기억난 것은 이것이었다.

그 이후 나는 너의 얼굴을 매만지며 비명을 지르듯 한참을 울었고, 뒤늦게 도착한 사월과 의원들이 나를 너에게서 떼어냈었지. 그러고선 바로 기절해 버렸다.

들고 왔던 진달래를 너의 묘 위에 올려주었다. 해가 뜨기 직전의 새벽은 참 어두웠기에 뭐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이게 더 좋았다. 네가 꽃을 받아주는 것 같거든. 꽃이 활짝 핀 봄에는 꼭 시간을 내서 너와 꽃 나들이를 나갔었는데. 틱틱대면서도 늘 내 옆을 지켜주는 너에게 꽃 화관을 씌워주면 어색해 하다가도 집으로 돌아와 방에 얌전히 말려두곤 했었지. 그 모습이 참 사랑스러웠다.

“단아. 진달래의 꽃말을 아니?”

‘단아. 진달래의 꽃말을 아니?’

‘진달래 말인가? 그 정도는 알고 있다.’

‘그래? 그럼 말해 보렴.’

언제 한 번 너와 나눠본 적 있었던 이야기. 그녀가 서 있던 자리에 하나 둘, 물방울이 떨어졌다.

‘흥, 내가 모를 줄 알고? 진달래의 꽃말은…’

“진달래의 꽃말은…”

사랑의 기쁨.

사랑의 즐거움.

나의 기쁨과 즐거움은 오로지 너였단다.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묘를 너 안아주듯 끌어안은 채 속삭여주던 그녀의 등 뒤로 오늘의 해가 떠올랐다.

그리고, 마치 누군가 대답해주듯 포근한 바람이 그녀의 주위를 맴돌았다.

*

백 단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출근을 위해 산을 내렸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현단의 묘지를 마지막으로 둘러보던 그녀의 눈에 무언가 잡혔기 때문이다. 현단의 묘 뒤로 작은 어린 아이의 발이 보였다.

급하게 확인하던 그녀는 놀라 굳을 수 밖에 없었다.

처음 마주쳤던 현단의 그 귀엽고 예쁘게 자라있던 뿔과 비슷한 모양의, 하지만 전혀 다른 색인 하얀 뿔을 가지고 있는 남자 아이.

아니, 자세히 보니 그 뿔 보다 더 작은 뿔이 대칭을 이루듯 하나가 더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검은 흑발에 작은 몸이며… 아, 눈 떴다. 이 아이… 눈동자가 검다.

“… 으악! 아줌마는 뭐야?! 이거 놔!”

퍽, 하고 작은 솜방망이가 백 단아의 이마를 때리곤 새끼 고양이가 경계하듯 뒤로 물러서는 작은 아이였다.

백 단아는 멍하니 맞은 곳을 문지르며 아이를 바라봤다. 그러자…

꼬르륵.

“…!”

아이가 놀란 듯 자신의 배를 감싸며 얼굴을 붉혔다. 아, 아니야. 이건…

“… 내 배에서 난 소리란다.”

“… 뭐?”

아. 갑자기 배가… 고프네. 여전히 멍하니 중얼거리며 자신의 배를 문지르는 백 단아의 모습에 아이가 이상하다는 듯 째려봤다.

“… 아가. 나랑 같이 가서 밥 먹을래? 혼자 먹기가 싫구나.”

“흥. 난 처음보는 사람이 주는 밥은 안 먹어.”

… 터져나오려는 울음을 참듯 백 단아가 잠시 말을 삼켰다. 하지만 잠시 뒤, 이번에는 진짜로 아이의 배에서 큰 소리가 나자 결국 울음이 아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웃지 마!”

“아가. 내가 누구인 줄 아니? 이 마을 의원이야. 그런 내가 너에게 독이라도 먹일까봐?”

“… 의원? 아줌마가?”

“그래. 의원. 나는…”

백 단아라고 한단다. 넌 이름이 뭐니?

백 단아가 부드럽게 웃으며 아이에게 손을 뻗었다. 그녀의 웃음은 마치 어둠을 밝은 빛으로 환하게 물들이는 아침 해와도 같아 보였다. 아이는 머뭇거리며 백 단아의 손을 보다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내 이름은…”

너를 두고 나아가기로 결심하진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그리 할 것이다.

그녀는 백 단아였으니까.

이번에는 그녀가 지켜낼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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