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에서의 듀엣

3-3에 대한 짧은 이야기

* 과거 연성 백업본입니다.

* 5장이 업데이트되기 전 쓰인 글입니다.

* 영문 번역본: https://docs.google.com/document/d/1vESjcr2T8dflOmEPItLicjNAhIjUZXVm7VkES89Hjuc/edit?usp=drivesdk

천장에서부터 내려온 푸른 커튼이 바람에 살짝 흔들리며 스티븐슨 씨의 시야 일부를 가리고 있었다. 스티븐슨 씨는 의사가 그의 상태를 진단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심장 질환의 치료를 기다리면서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다. 병실 안에는 소독약 냄새가 희미하게 감돌았고 조명은 어두웠다. 치료를 위해 붕대로 꽁꽁 감싸인 오른다리가 움직이지 않도록 침대 위로 높이 들어올려진 채로 누워 있는 동안, 어딘가에서는 누군가가 TV를 틀어놓은 소리가 들려왔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그는 온 몸이 쑤셨다. 그러나 스티븐슨 씨에게 있어서 신체적인 불편함보다도 더 신경쓰이는 것은 그의 아내가 전화를 도통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매일 빼놓지 않고 전화하던 그의 아내였는데, 오늘 아침에는 전화가 걸려오지 않은 것이다.

스티븐슨 씨 자신이 직접 전화를 걸어 볼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누가 도와주지 않고서는 침대에서 일어날 수도 없었다. 도와 줄 누군가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은 너무 오래 걸릴 것이었다. 간호사는 다른 환자들을 돌보기도 바빴으니 말이다. 사실 그 간호사마저도 오늘 아침 일찍 스티븐슨 씨의 상태를 확인한 이후로는 오지 않아서, 간호사가 그를 잊어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그리고 어쨌건 그가 있는 곳 주변에는 전화기도 없었다.

그래서 스티븐슨 씨는 대신에 침대 옆 탁자에 있는 그의 아내 사진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몸이 생각처럼 움직여 주지 않았다. 손가락이 계속 액자 대신 그 옆에 있는 푸른 꽃병을 건드려 대는 것에 대해 그는 약간 좌절감이 들었다.

몇 번을 시도한 후에야, 스티븐슨 씨는 간신히 액자를 붙잡을 수 있었다. 그는 사진이 끼워진 액자를 자기 가슴 위에 올려놓고 들여다보았다. 사진 속에 있는 스티븐슨 여사는 하얀 원피스 차림으로 풀밭 위에 서서 돌담에 몸을 살짝 기대고 있었다. 세월이 가져온 얼굴의 주름과 흰 머리까지도 스티븐슨 씨의 눈에는 여전히 아름다워 보였다.

스티븐슨 씨는 손가락 끝으로, 수십 년을 인생의 동반자로서 함께 해 온 여인의 사진을 액자의 매끄러운 유리판 위로 쓰다듬었다. 그녀의 따뜻했던 손에 비해 유리는 너무나도 차가웠다.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굴러 떨어져서 부드러운 침대 시트 위로 착지했다.

"당신이 벌써부터 그립구만..."

스티븐슨 씨는 낮게 중얼거렸다. 물론 사진 속 그의 아내가 대답해 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스티븐슨 여사 대신 대답이라도 하듯, 어딘가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곡조가 아름다운 양손 피아노 연주곡이었다.

잠시 곡을 주의깊게 듣다가, 스티븐슨 씨는 음이 어우러지는 부분을 듣고 뭔가를 알아챘다. 단순하고 낮은 왼손 음은 오른손이 연주하는 화려한 스윙 리듬의 멜로디를 완벽하게 떠받혀 주고 있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사실이었지만, 스티븐슨 씨에게는 그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다.

왼손의 음이 없었으면 오른손의 멜로디는 그 매력을 온전히 뽐낼 수 없었을 것이고, 오른손 음이 없었으면 왼손 음은 반복적이고 단조롭기만 할 것이었다. 하지만 양 손의 멜로디가 함께함으로써, 각각 음을 연주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게 두 음을 서로 떼어낼 수 없는 관계로 만든 것이다. 마치 그와 그의 아내처럼.

스티븐슨 씨는 한숨을 쉬며 다시금 아내를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마치 더 이상 연주할 의미가 없어진 왼손 곡조처럼 느껴졌다. 스티븐슨 씨의 인생의 멜로디는 사랑하는 아내가 없이는 아무 뜻도 없이 존재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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