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들시 던전

1-1. 이변

미들시 섬의 이야기

* 라온미르(@Raonmir_Tuned)님의 던전병원 AU를 바탕으로 한 3차 창작입니다. 캐릭터 디자인을 대부분 가져왔으나, 배경 및 스토리는 제가 새로 창작하였으며 원본 AU와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 피드백 및 제안 적극 환영합니다.

던전병원 AU: https://twitter.com/Raonmir_Tuned/status/1386680838134194177?t=oL_Aaw4b1dTvuvzvfA42gg&s=19

* English version:

파도가 밀려왔다가 갯바위에 부딪혀 무너졌다. 바다 거품이 그에 따라 오고 가면서 그 흔적으로 해초 몇 조각을 남겼다. 누군가가 그 해변의 모래사장을 따라 걷고 있었다. 빨간 로브를 걸친 콜이라는 이름의 젊은 음유시인이었다. 살짝 소금기 어린 찬바람이 그의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갔다.

콜은 여기 미들시 섬에서 나고 자랐으며, 특히 어린 시절은 이 섬의 전성기에서 보냈다. 자연히 콜은 모험가를 자주 만났고, 어린아이 특유의 붙임성으로 모험가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의 무용담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콜은 섬 바깥 세상과 모험가로서의 삶을 동경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가 장기간 모험을 떠날 수 있을 정도로 싸움을 잘하지도 못하고 마법 같은 특출난 능력도 없다는 것 정도는 콜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보나마나 떠난 지 얼마 안 되어 시체로 발견될 것이 뻔했다. 그래서 콜은 무술 대신에 노래와 류트 연주, 그리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술을 배우는 길을 택했다. 음유시인이라면 던전을 돌아다니며 몬스터를 쓰러트리고 보물을 찾아내는 삶을 살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할 수 있을 테고, 만약 운이 나빠 몬스터와 마주칠 일이 생기더라도 모험가들에게 보호 정도는 받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기술을 배우며 자신이 붙자, 그는 기왕 음유시인이 되는 김에 유명해져 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자신의 재능으로 유명해져서 더 많은 곳을 돌아다니고, 자신만의 노래와 이야기를 들려주리라고 콜은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콜의 생각대로 따라 주지 않았다. 여러 가지 문제가 계속해서 이 섬에 콜을 잡아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은 금전 같은 현실적인 문제였다. 콜은 차라리 해적이나 바다 괴물 같은 이유로 못 떠나는 거라면 그 쪽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섬 바깥세상을 두 눈으로 보겠다는 꿈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그 빛이 스러져 갔고, 결국 콜의 마음 속에 희미한 깜빡임으로만 남았다. 지금의 콜은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노래나 부르는 흔해빠진 음유시인 중 한 명일 뿐이었다. 그래도 그에게는 노래를 부를 주점 겸 여관이 있었고, 여관 주인 니콜이라는 관객도 있었다. 적어도 니콜은 콜의 노래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콜은 니콜을 마음에 두고 있었고, 이것은 콜이 미들시를 쉽게 떠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였다. 니콜이 콜에게 비슷한 마음을 품고 있는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콜은 나지막히 한숨을 내뱉으며 바다 저 너머를 바라보았다. 저녁놀이 바다를 자신과 같은 빛깔로 물들이고, 태양은 천천히 물 아래로 가라앉았다. 콜은 종종 이 해변에 앉아 조용히 수평선을 응시하며, 저 너머에 있는 세상이 어떤지, 이 섬 밖에서의 자기 삶은 어떨지에 대해 자신이 들은 단편적인 지식을 가지고 상상하는 것을 좋아했다.

이때의 콜은 전혀 알지 못했다. 곧 닥쳐올 운명이 섬 전체를 통째로 뒤바꿔 놓을 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섬 밖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그의 소원이 완전히 예상치 못한 형태로 실현될 것이라는 사실을.

하늘이 어둑어둑해지는 걸 보며 콜은 슬슬 집에 들어가자고 생각했다. 그가 마을 방향으로 막 뒤돌려던 순간, 콜은 뭔가를 발견했다. 빠르게 하늘을 가로지르는 낮선 붉은 섬광이었다. 그리고 콜은 그 빛이 정확히 마을 중심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왠지 모를 나쁜 예감이 들었다. 석양과도 다른 그 붉은 빛은 너무 부자연스러웠고, 기이하고 소름끼치는 느낌을 뿜어내고 있었다. 콜은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달려갔다. 내심 니콜이 걱정되기도 했고 말이다.

마을로 달려가는 도중, 콜은 또다른 불길한 징조를 발견했다. 엄청난 수의 쥐와 벌레 떼, 그 외 모든 야생동물들이 무리지어 마을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던 것이다. 새들도 무언가에 겁 먹은 듯 요란한 날개 치는 소리와 함께 마을을 떠나고 있었다. 동물 떼는 잠시 동안 마을 주변 지상과 하늘을 뒤덮었다가 곧 사라졌다. 야생동물들뿐만 아니라 가축들도 마찬가지였다. 가축들은 마구 날뛰면서, 자신이 매인 줄을 잡아당기고 울타리에 몸을 부딪치며 어떻게든 도망치려고 했다. 콜은 말과 소 몇 마리가 울타리를 부수고 도망치는 것을 보았다. 도망친 가축들은 마을의 골목을 휘젓고 다니며 길거리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개들은 몇몇은 도망쳤고, 도망치지 않은 나머지는 하늘의 이상한 빛을 향해 마구 짖었다.

붉은 빛을 내는 무언가는 마을의 중심인 광장에 떨어진 것 같았다. 콜은 마을 건물 사이사이를 재빠르게 지나며 광장으로 서둘렀다. 거친 숨을 내쉬며 멈춰선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사람 머리 하나 정도 크기의 붉은 수정이었다. 그 정체모를 수정은 은은한 붉은 빛을 주변에 드리우며 허공에 몇 미터 정도의 높이로 부유하고 있었다.

조금씩 모여들고 있는 인파는 그 다음에야 눈에 들어왔다.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 건 콜뿐만이 아니었던 듯, 수정 주변에는 마을 주민 다수가 모이고 있었다. 광장 주변 건물에 있던 사람들 중 일부도 창문을 열고 내다보았고, 몇몇은 두려워하며 문을 걸어잠그고 집 안으로 숨었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 중 아무도 그 수정에 가까이 가고 싶어하지 않아서인지, 사람들은 수정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 간격을 둔 채 멈춰섰다. 모여든 사람들 중에는 니콜도 있었다.

“니콜!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저건 대체…”

“콜이구나. 나도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 그냥 저게 갑자기 여기로 날아왔다는 건 빼고. 그런데 저거, 여기 떠 있는 채로 별 거 안 하고 있는데도 왠지 안 좋은 느낌이 들어… 대체 뭘까?”

“그러게 말이야… 그래도 별 일 없었다니 다행이다, 니콜.”

둘은 수정을 멀리서 살펴보며 수정의 정체에 대해 이것저것 가설을 내놓았다. 그다지 쓸모 있는 정보는 나오지 않았지만,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 두 남녀 주변에서 마을 사람들이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건 본 적도 없는데…”

“저건 마법에 관련된 무언가인 게 확실해요. 하지만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뭘까요?”

“그 맨날 틀어박혀 사는 샌님이 만든 건가?”

“그렇다면 진작 알았겠지. 이 흥밋거리도 별로 없는 동네에 뭐라도 일어나면 금방 소문 퍼져서 사람들이 구경 갔을 테니까.”

“저거 왠지 불쾌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반짝거리는 게 꽤 비싸 보이지 않아? 별 거 안하고 있으니 괜찮겠지. 팔면 큰 돈을 만질 수도 있겠는데.”

“지금은 가만히 있지만, 저게 우리 물고기 잡는 데 안 좋은 짓을 하면 어쩌죠?”

“손대면 안 될 것 같아… 저주받을 거야.”

“만약 저것이 적대적인 것으로 판명난다면, 최대한 모두를 지키도록 노력해 보겠소.”

마을 사람들의 웅성거림을 뚫고 근엄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이 섬마을의 촌장인 에드가의 목소리를 듣고 군중들이 길을 내주자, 그가 수정 가까이 다가갔다. 손에 든 양피지 두루마리로 미루어 보아 일하다가 무슨 일인지 확인하러 나온 듯했다. 그는 이 와중에도 두루마리를 읽고 있었기 때문에 얼굴이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가 물었다.

“촌장님, 혹시 이게 무엇인지 아십니까? 예전에 왕도에 계셨을 때 마법사로서 이름이 높으셨다고 하셨으니…”

“나도 이런 것은 본 적이 없네. 소름이 끼칠 정도로 강하고 이질적인 마력을 품고 있다는 것을 빼고는 알 수가 없군. 하물며 이게 왜 다른 곳도 아니고 여기로 날아온 이유도… 하지만 이게 무엇인지는 몰라도, 적어도 제작하는 데에 마도공학 기술이 쓰인 것 같군. 이안이라면 알 가능성이-”

에드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수상한 크리스탈이 갑자기 좀 더 높이 떠오르며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발하는 빛은 더 강렬해져 온 마을에 드리웠고, 바람도 크리스탈과 광장을 중심으로 회오리치듯 휘몰아쳤다. 모두가 두려움에, 그럼에도 생겨나는 호기심에 그 자리에 못박힌듯 서서 그 광경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뭐 하나, 다들 도망치게!”

에드가의 외침에 모두가 정신을 차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콜 역시 니콜의 손을 잡고 뛰었다. 그러나 제대로 광장을 벗어나기도 전에, 콜은 온 몸에 소름이 끼칠 정도의 기분나쁜 느낌과 함께 눈 앞이 어두워지는 것을 느끼며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꿈인가? 콜은 몽롱한 정신에서도 등으로부터 지푸라기 매트리스의 촉감을 느꼈다. 살짝 눈이 떠지니 보이는 것은 니콜의 여관방 천장이었다.

‘꿈이었구나. 꿈 치곤 더럽게 생생했는데 말이지.’

그래도 마지막에 니콜 손 잡은 건 좋았네, 하고 생각하며 콜은 눈을 비볐다.

잠깐만. 방금 눈을 비빈 자기 자신의 손의 느낌이… 이상했다. 눈을 활짝 뜬 콜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곤 뭔가가 끔찍하게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다.

콜의 손은 완전히 뼈로만 되어 있었다. 살점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이. 콜은 옷을 들춰보고 얼굴을 더듬어 본 뒤 몸 전체가 다 그렇다는 걸 알았다. 공포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이게 도대체 뭐…”

공포심에 무심코 내뱉은 말에 대답하듯, 부드러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상냥한 목소리였지만 니콜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모르는 목소리도 아니었다.

“그러기 힘든 것 알지만, 부디 진정해 주세요. 모든 게 괜찮을 거예요.”

콜의 시선이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향했다. 방 한구석에 놓인 의자에, 하얀 털에 두꺼운 안경을 낀 늑대인간 하나가 앉아 있었다가 일어나서 그에게 가까이 오고 있었다. 그는 잠시 몸을 움츠렸지만, 곧 안경을 보고서 그는 그 늑대인간이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마을의 사제인 에이다 페이지였다.

‘하지만 어째서? 왜 페이지 씨가 늑대인 거지? 왜 난 해골인 거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아까 그 꿈이 진짜로 있었던 일이란 거야?’

콜의 머리 속은 점점 혼란스러워지고 있었다.

<1-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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